메뉴 건너뛰기

close

현 5대 부탄 국왕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 국왕은 궁전 뒤 숲에 둘러싸인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
 현 5대 부탄 국왕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 국왕은 궁전 뒤 숲에 둘러싸인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타쉬쵸 드죵 아래편에는 부탄의 왕궁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28세에 국왕으로 등극한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 국왕은 큰 왕궁을 국가에 헌납하고 작은 집에서 검소하게 살고 있다.

선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로부터 왕위를 계승 받은 그는 2011년 10월 13일 10세 연하의 평민 출신 제선 페마와 결혼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친 케사르 국왕은 당시 영국 리젠트 대학에 유학중인 부탄 국영 항공사 기장의 딸인 평민과 푸나카 요새에서 부탄 전통 혼례식을 검소하게 치렀다. 그날 결혼식에는 외국 인사는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고, 부탄의 장관들도 부인을 데려오지 못하게 했다.

선왕의 유지에 따라 2008년 민주선거를 치러 입헌군주제로 전환시킨 케사르 국왕은 왕권을 내려놓고 궁궐도 정부에 헌납했다. 그리고 숲에 둘러싸인 작은 집에서 평민 출신 왕비와 함께 소박하게 살고 있다. 그런 국왕을 부탄 국민들은 지극히 사랑하며 존경하고 있다.

지성을 갖춘 케사르 국왕의 행동은 매우 시민적이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강한 개혁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국민과의 대화 등 접촉 시간을 늘리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기도 한다. 국민들과 함께 활을 쏘고, 농구를 즐기기도 한다. 쉐리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그에게 물었다.

작은 통나무집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국왕

부탄 케사르 국왕과 그의 부인이 지난 2011년 11월 16일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부탄 케사르 국왕과 그의 부인이 지난 2011년 11월 16일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쉐리, 국왕이 살고 있는 집이 어디지요?"
"저 아래 있는 작은 집이에요." 
"쉐리, 우리도 부탄 국왕을 만날 수 있을까?"
"운이 좋으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 국왕을 만날 수도 있어요."
"하하, 그러면 이곳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야겠네."
"아마 며칠은 기다려야 할 걸요. 하하."

작은 집에서 평민과 함께 소박하게 살림을 꾸려 나가며, 항상 서민과 함께 하는 부탄의 국왕. 그는 서민과 함께 소탈하게 살아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부탄이 세계에서 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쉐리, 당신은 정말로(really) 국왕을 존경합니까?"
"네, 우리는 절대적으로(absolutely) 국왕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절대적으로?"
"네, 국민 모두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렇게 말하는 쉐리의 모습에는 국왕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표정이 역력히 보였다. 국왕은 통나무집(cabin)처럼 생긴 작은 집에서 매우 간소하게 살아가고(simple living) 있다고 쉐리는 전한다. 부탄 국민들은 평범한 서민과 결혼하여 간소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런 국왕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타쉬쵸 드죵의 아름다운 야경
 타쉬쵸 드죵의 아름다운 야경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왕권 내려놓은 국왕, 권력은 절대적

그렇지만 왕권을 내려놓고 민주주의를 실시한 국왕의 권력은 오히려 절대적이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사안이 있을 때에는 국왕의 결정을 따른다고 한다. 도덕적인 양심과 바른 마음으로 정치를 하는 지도자는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기 때문에 국민은 국왕의 결정을 따르게 된다.

부탄의 상징적인 동물인 타킨을 보기 위해 동물원으로 가는 언덕에서 팀푸 시내를 바라보았다. 왕추강 변에 타시쵸 드죵과 왕궁을 중심으로 길게 내리 뻗은 팀푸 시내의 평화로운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언덕에서 야경 사진을 찍으면 기가 막히게 나옵니다."
"아하, 그럼 밤에 다시 와야겠군요."

동화 속 궁전 같은 팀푸의 타쉬쵸 드죵 야경
 동화 속 궁전 같은 팀푸의 타쉬쵸 드죵 야경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쉐리가 국왕이 살고 있는 집을 손을 들어 가리켰다. 저 왕궁 뒤쪽의 한 작은 오두막에서 케사르 국왕은 평민 출신 왕비와 살고 있단다.

부탄의 군주시대에는 평민이라 할지라도 국왕에게 직소를 할 수 있었다. 의회제 민주주의가 된 지금은 어떨까? 쌍계 잠(Sangay Zam) 교육부 차관에 의하면 "큰 문제가 있을 때는 국민 누구나 국왕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갈 수 있다"고 한다. 왕은 사원과 지방도 관할하고 있어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말을 듣는다. 직무의 일환으로 지방을 돌아볼 때는 국민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특별히 어려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왕을 직접 찾아갔을 때는 왕이 직접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논의한다. 부탄 국민에게 국왕은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 친밀감이 느껴지는 존재이며 이것이 부탄에서 국왕의 인기가 높은 이유이다.
-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중에서

그날 밤 나는 택시를 타고 이 언덕에서 팀푸의 야경을 촬영했다. 쉐리의 말처럼 팀푸의 야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팀푸의 야경을 바라보며 마치 어느 동화나라에 온 착각에 빠져들어 갔다.


태그:#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 국왕, #부탄여행, #팀푸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