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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스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의 한 장면. 로빈슨 주교와 그의 배우자 마크
 <로빈스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의 한 장면. 로빈슨 주교와 그의 배우자 마크
ⓒ 레인보우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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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영화감독(청년필름 대표)과 대학생이 함께 하는 영화 상영회를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해 논란이다.

주최 학생들과 학교 측 입장 차이가 극명한 데다 이 소식을 접한 김조광수 감독도 강하게 항의하겠다고 나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의 횡포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서울여자대학교(아래 서울여대) '학생상담센터 DIY 추계특강' 공모에 당선된 학생들은 지난 9월 공개적인 동성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은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함께 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가지 사랑>을 관람하고,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가지 사랑>은 기독교 역사상 최초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주교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대학 측은 돌연 행사를 취소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항의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어쩔 수 없었다"며 "학생 안전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상영회인데 어떤 면에서 학생 안전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느냐'는 질문에는 "단순히 영화 상영이라고 생각해서 허락했는데 (영화제를 주최한) 학생을 위협하겠다는 강력한 항의가 있었다"고 대답했다.

대학 측은 "학생이나 학부모뿐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도 항의가 있었으며,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주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올린 공지"이며 "일방적 취소 통보는 잘못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여대에 김조광수 강연 주최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서울여대에 김조광수 강연 주최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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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사를 주최한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애초에 해당 특강을 해도 된다는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한 바 있다"며 "주최 학생들에게 행사 주도권을 부여했고 당사자가 (협박 전화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감수할 의지를 보였음에도 학교는 명목상 안전만을 언급하며 특강 취소를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5일까지 학교 측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학교 측은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 소식을 접한 한 학생은 "대학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장인데 이번 행사 취소는 이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김조광수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학교 측이 일부 기독교신자들의 압력에 굴복해 학생들에게 취소할 것을 종용했다"며 "공문을 통해 공식적인 항의를 할 생각이고 인권위 진정 등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모포비아 집단의 횡포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28일 <로빈슨 주교의 두가지 사랑> 영화 상영과 김조광수 감독과의 대화자리를 마련했던 감신대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무지개 감신'도 영화 상영 하루 전, 학교 측으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았다. 감신대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 취소에도 학내 카페 그라지에 2층으로 장소를 옮겨 상영회를 강행했다.

감신대 측은 "상업적인 용도로 행사가 변질되는 것을 우려해서 취소했다"며 "(학생 신변을 위협하는) 전화가 많았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30일 청년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이 고려대학교에서 주최한 같은 내용의 행사도 갑작스런 학교 측의 대관 취소로 무산될 뻔했다. 다행히 학생들은 학생자치공간인 생활도서관으로 옮겨 예정된 행사를 진행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고려대는 행사 하루 전인 금요일(11월 29일) 6시, 행사를 개최한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이 항의를 많이 해서 행사를 불허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건물 경비 노동자에게 "절대로 강의실 문을 열어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이어 "다음날이 토요일인 것을 악용한 얕은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행사 취소 방침에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지개감신은 트위터를 통해 "현재 학생경건처에서 대자보를 통해 일방적으로 장소 불허 통지를 했습니다. 저희는 학생경건처의 학생 자치권유린 행위를 인권위에 제소할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고려대 강연을 주최한 두런두런의 공식 입장이 트위터에 올라와 있다.
 고려대 강연을 주최한 두런두런의 공식 입장이 트위터에 올라와 있다.
ⓒ 두런두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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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도 이같은 상영 취소에 대해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이 고려대에서 상영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영화라는 잘못된 판단이 선행된 것이며, 다른 학교에서도 반복되었던 사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모포비아 집단의 횡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조광수 감독이 대표로 있으며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의 배급사인 ㈜레인보우 팩토리는 "단순히 이번 문제뿐 아니라 요즘 들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잘못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주최했던 학생들과 의논을 하고 다음주 즈음 기자회견이나 성명서를 내는 등의 공식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강경대응의 뜻을 비쳤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오마이뉴스> 대학통신원 1기 입니다.



태그:#김조광수 감독,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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