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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임 첫날 1시간만에 아동학대 조사받은 25세 교사의 눈물 “비겁한 저는 그 사건을 그냥 덮었습니다“
ⓒ 방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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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학교에 부임한 지 한 시간만에 제가 아동학대범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그 학생을 때렸나요? 감금했나요? 인간 취급을 하지 않았나요? 굶겼나요? 아니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전국에 150mm의 폭우가 예보된 지난 22일. 전국의 교사 5000명(주최측 추산)이 슬픔과 분노를 안고 서울 보신각 앞에 모여들었다. 검은 옷차림에 '교사 생존권 보장' 피켓을 든 교사들은 질서정연하게 앉아 가슴속에 삭여왔던, 켜켜이 쌓여온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공감했다.  

"한 학기에 받은 민원은 글로 다 적지 못할 정도로 많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교사라는 게) 이런 직업인가보다 묵묵히 견디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정신과 예약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아동학대'로 담임이 신고당한 반에 23세 기간제 교사 배치

'내 아이 기분상해죄'는 이미 인터넷에 만연한 신조어가 됐다. 그만큼 교사들이 '자기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학부모들의 민원 세례를 받고 있다는 증표다. 이 '죄'는 정서적 학대라는 이름으로 교사들을 '심판대'에 올린다.

22일 집회 때 교직 3년차인 25세 새내기 교사가 단상에 올랐다. 그리고 본인이 기간제 교사로 교직에 첫 발을 디딘 2년 전, 담임을 맡은 지 한 시간 만에 '내 아이 기분상해죄'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던 사실을 힘겹게 털어놓았다. 

학교 측이 23세의 초임 교사인 자신을 아동학대로 (전임) 담임 교사가 신고당한 문제 학급에 별다른 설명 없이 담임으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 학교 교감은 자신에게 '학급 분위기가 좋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담임을 맡은 첫날 1교시가 끝나자마자 '아동학대'로 고발당했고, 학교 측이 즉시 계약해지를 요구했다며 자신이 겪은 황당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1교시를 마치자마자 경찰에 신고 당한 이 교사가 전해 들은 건 "지금 사과하면 용서해 드릴게요"라는 자신을 신고한 학부모의 말이었다. 교사를 보호해야 하는 교장과 교감은 "혐의가 없으면 괜찮을 것"이라며 "(기간제 교사) 계약을 해지하면 좋겠다"며 상황을 면피하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최근 사망한 S초등학교 교사와 같은 나이인 이 교사의 '억울한 심경 고백' 영상은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올라간 지 3일 만에 57만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 이 교사의 발언에 대한 응원 댓글도 25일 9시 현재 4200개 넘게 달렸다.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 교사 일동’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 교사 일동’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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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 새내기 교사의 발언 내용 전문이다.

[발언 전문] 담임 첫날 1시간 만에 아동학대 조사 받은 25세 교사의 눈물 "비겁한 저는 그 사건을 그냥 덮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다섯살 새내기 초등교사입니다. 그리고 스물세 살에 아동학대로 조사받은 초등교사입니다.

(7월) 19일 수요일 저녁, S초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괴로움과 상실감, 우울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이기에. 겪은 일이 너무 비슷하기에. 그동안 숨어있던 제 스스로가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 인디스쿨에 올린 제 글에 1700분이 넘는 선생님께서 공감해주시고 200분이 넘는 선생님들께서 응원의 댓글을 주셨습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전 이 자리에서 제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돌아가신 선생님께 이 편지를 바칩니다.

선생님 왜 돌아가셨습니까? 이리 어린 선생님께서 왜 돌아가셔야 했습니까? 어린날 수없이 꿈꿔왔을 교사로서의 행복한 순간들을 펼치지 못하고 그것을 펼쳐야 할 작은 공간에서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제서야 뉴스를 보고 접한 선생님의 소식에 하루종일 눈물이 흐릅니다. 선생님을 생전에 뵌 것도 아니고 알지 못하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선생님들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비겁하고 용기없는 제가 선생님께서 잡으실 손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스물다섯 살 초등교사입니다. 선생님과 나이가 같습니다. 저는 스물세 살에 아동학대로 조사받은 초등교사입니다. 제가 겪었던 2021년의 그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임용에 합격을 하고 발령을 기다리며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간제교사를 A학교에서 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갈 즈음이었습니다. 교감선생님께서 저에게 B학교 기간제 (교사) 자리를 소개시켜주셨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응하면 안됐습니다. B학교의 교감선생님이 저를 처음 봤을 때의 흔들리는 눈빛을 그 때의 저는 너무 어려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저를 처음 보고 (B학교 교감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애들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애들이 이전 담임선생님을 많이 좋아했어서 선생님께서 조금 힘드실 수 있어요." 분명히 기억납니다. "조금 힘드실 수 있어요"를 말하면서 흔들리던 그 눈빛. 삼년동안 한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막 꿈에 부풀어 교사가 되었던 저는 아이들에게 많이 사랑을 주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 교감선생님이 지어낸 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반은 폭행·갈취·협박 등 다수의 학교폭력을 저지른 한 학생이 담임선생님을 학교폭력 조장으로 고소한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실은 전혀 모른 채 그 반에 기간제 교사로, 또 담임으로 들어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바보 취급을 당했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아무도 들어가기 싫어했던 그 반을 저에게 유유이 처리했습니다. 그런 자리인 줄 알았으면 정식 발령받아서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것도 아니고 기간제 교사인 제가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이 사실을 제가 아동학대로 그 학생에게 신고당한 뒤 알았다는 겁니다.

첫 날 첫 교시 국어시간이었습니다. 국어책을 가져오라고 했지만 그 학생은 국어책을 가져오라는 저의 말을 가뿐히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무섭게 노려보기만 했습니다. '도대체 얘가 왜 이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 학생에게 국어책을 가져오라고 다시 지시를 했습니다. 

그래도 전혀 미동도 없고 저를 노려보기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아이들 입에서 "쟤는 원래 저래요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반 이곳저곳에서 자신이 그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일들이 터져나왔습니다.  

이전 담임선생님들에게 한 짓들도 다른 아이들이 그 상황에 얘기했습니다. 겨우 애들을 진정시키고 1교시 국어수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2교시가 시작할 때 교감선생님이 교실로 올라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불러내더니 그 문제학생의 부모가 1교시 쉬는시간에 저를 아동학대로 경찰 신고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학교에 간 지 한시간만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 부임한 지 한 시간 만에 제가 아동학대범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그 학생을 때렸나요? 감금했나요? 인간취급을 하지 않았나요? 굶겼나요? 아니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교실에서 다수가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학교폭력 사실이 다시 이야기되고 새로운 담임이 오자마자 학생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쏟아놓는 상황이 기분 나빴나 봅니다. 

자신이 담임선생님을 괴롭히고 고소하며 못살게 군 사실이 수업 중에 나왔다는 게 기분이 나빠서 저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교감선생님이 2교시 시작하려고 할 때 저를 교실에서 불러내고 교무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저는 심장이 두근거려 터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교무실 복도로 내려가니 이미 그 학생의의 부모가 와서 학교를 헤집어놓고 있었습니다. 그 학생의 엄마는 교무실 앞 복도에서 나오지도 않는 울음을 억지로 짜내며 매우 큰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그 학생의 아빠는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협박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사과하면 제가 봐드릴게요." 그 어이가 없는 말이 제 말문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왔습니다. 제 인적사항을 물어보고 학교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조사를 당했습니다. 조사가 끝난 후 교감선생님은 저에게 기간제 교사 계약을 해지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조사가 끝난 후 교장선생님은 제가 있는 자리에서 이제 학교는 제 사건에서 발을 빼자고 했습니다. "어차피 쟤가 잘못 안 했으면 무혐의 나올 거 아니냐. 그 학부모가 법을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서요.

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고 살아있는 제가 증인이고, 그 비겁한 사람들이 뭐라 변명하든 하늘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를 그렇게 죽였습니다. 

선생님 압니다. 선생님께서는 살면서 작은 범법행위 하나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선생님 길에 침도 안 뱉는 작은 쓰레기 하나 안 버리는 저희가 범죄자가 됩니다. 난생 처음 간 경찰청 조사실. 함께 동행했던 저의 어머니는 혹여나 문제가 생길까 싶어 경찰들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3개월간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청, 검찰까지 가서 최종 혐의 없음을 받기까지 그 기간은 매 순간 지옥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저는 이 사건을 묻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았습니다. 소문이 나면 제 교직생활이 지저분해질까봐 비겁한 저는 숨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 저의 대학 선배가 학부모의 무고성 아동학대 주장과 교장·교감의 아동학대 신고로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자택에서 돌아가셔서 순직 처리조차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도 많은 일이 있고 난 후 지금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불합리한 일을 겪었을 때 제가 언론화했다면, 적극 대응했다면 선생님께서 도움이 필요하실 때 잡으실 손이 더 많지 않았을까요. 제가 선생님을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비겁한 저는 '혐의 없음'을 보자마자 그 일을 덮었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을 선생님들과 이미 겪으신 선생님들의 아픔을 모르는척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봤을 때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 학부모의 같은 민원. 같은 관리자들의 보신주의적 행태가 선생님을 많은 날 괴롭히고 옥죄었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의 눈물이 차오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선생님의 마음을 전달드리러 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더 이상 숨지 않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게 억울하지 않도록 그곳에서라도 편히 눈감으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일선 교사를 경력 적은 순으로 방패로 삼는 교육계의 패악질을 수면 위로 드러내겠습니다. 

교사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아동학대! 정서적 학대가 수많은 교사들을 어떻게 고통받게 했는지 드러내고 악용되는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제가 겪은 일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나 하나 한 몸 건사한다고 내 자리 지킨다고 숨어있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꿈을 펼치실 공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공간에서 돌아가신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으셨을겁니다. 선생님 생각이 날 때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 마시고 다치지 마시고 온화한 평안을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더불어 제가 이 자리에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교사에게는 학생 지도의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선생님들은 학생 지도에 권리가 없습니다. 책임과 권리는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한 쪽이 무너지면 그 공동체는 망가집니다. 교권이 무너지면 교사가 무너집니다. 교사가 무너지면 교실도 무너집니다. 

학부모님들, 국민여러분 우리 아이들은 붕괴된 교실을 다니고 있습니다. 교사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로서 교권을 보장해주십시오. 안전한 학교를 위해 악성 민원인들은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십시오. 그리고 법과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그 빈 사이사이는 우리 대다수 국민의 정서로 채워야 합니다. 

악성 민원은 더 이상 개인의 권리가 아닙니다. 공동체의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란 것을 알게 해야합니다. 교권을 보장해주십시오. 튼튼한 공교육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붕괴된 교실로 다니지 않도록 많은 학부모님과 국민께서도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그:#기분상해죄, #아동학대, #교권, #학교, #학부모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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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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