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 공무원노조가 개입했다는 10월 29일 '자유청년연합'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보수단체의 고발을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새누리당은 당차원에서 각종 의혹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은 의혹 수준이지만 공무원노조는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검찰은 지난 8일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와 인트라넷 등 관련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합작해 진행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공안탄압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파시즘에 버금가는 비이성적인 탄압이고 공작이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덮기 위한 물타기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범정부적 탄압이다.

우선 공무원노조는 지난 18대 대선과정에서 일체의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대선개입이 없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공무원노조와 대선후보간의 정책협약과 자유게시판의 익명 글이 선거법 위반이라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조직과 예산을 이용하여 대선에 개입한 것은 선거무효까지 가야하는 막중한 사안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자유청년연합' 고발 건의 황당함

검찰이 8일 공무원노조 서버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노조는 서버가 있는 고양시 한 건물 앞에서 검찰을 규탄하고 있다.
 검찰이 8일 공무원노조 서버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노조는 서버가 있는 고양시 한 건물 앞에서 검찰을 규탄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관련사진보기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익명 게시판이다. 전세계 누구라도 자유롭게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다. 덧붙이면 '자유청년연합'이 지목한 '**연대', '친서민***', '삼각**' 아이디로 글을 게시한 사람은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민주당 당원일 수도 있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공무원노조 조합원일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 어떤 나라의 어느 누구일 수도 있다.

익명게시판은 아이피를 저장하지 않아 공무원노조는 그 글을 게시한 사람을 알아보려 한적도 없고 알 수도 없다. 만약 게시된 글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선관위가 삭제 요청을 했는데도 공무원노조가 글을 삭제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선관위에서 게시된 글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글이 게시되어 있는 것뿐이다.

대선 당시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게시글에 대해서는 특정해서 삭제를 요청했고, 공무원노조는 선관위 요청을 받으면 '선관위의 요청에 의해 게시글을 블라인드 처리한다'는 고지를 하고 게시글을 처리했었다. 백번 양보하여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글을 게시 했다 하더라도 익명게시판의 글을 가지고 공무원노조가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다거나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 유포이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익명게시판을 운영하는 것이 위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사건을 물타기 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고발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를 하는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마녀사냥이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일개 보수단체의 유치한 고발을 앞세워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동조하여 부화뇌동 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넘어 참혹함과 애처로움을 느낀다. 이런 수준의 의혹과 주장을 이렇게 해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고 통탄스럽기까지 하다.

대선후보와 맺은 정책 협약·정책 질의가 대선개입?

공무원노조는 '통상적인 절차로 이뤄지는 정책협약이나 정책질의는 선거법위반 사안이 아니다'라는 사전 법률검토와 선관위 유권해석을 재차 확인하고 제18대 대선후보 전체를 대상으로 공무원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하여 정책질의 및 협약을 추진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은 공무원노조의 질의 및 협약에 대해서 답변은 하지 않았으나 협약 기간 중에 개최된 조합원 5만여 명이 참석한 공무원노조 총회에 심재철 최고위원을 보내 박근혜 후보의 축사를 대독시켰고, 박근혜 후보는 축사를 통해 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후 공무원노조는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4명의 대선후보들과는 협약을 맺고 통상적으로 행해오던 고지와 안내방법에 따라 홈페이지에 단순 게시한 바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사실이 이러한 데도 새누리당은 악의적으로 공무원노조가 문재인 후보와 정책협약을 통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 했다고 무차별 공격을 하고 있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아주 조직적이고 본격적인 선거개입이어서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검찰은 기다렸다는듯 이를 받아 익명게시판 글 3개로 고발된 사건을 핑계 삼아 공무원노조 활동 전반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다.

이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조직과 예산을 가지고 대선에 개입한 위법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보수단체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이 한 몸이 되어 이번 불법 대선개입에 관련된 범죄자를 구출하려는 작전이자 박근혜 대통령 구출작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위를 이용하지 않은 공무원 개인의 정치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공직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정책을 알아보고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이자 기본권이다. 이는 공무원 개인이나 단체도 다르지 않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단순히 투표에만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공무원을 정권의 부속품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국기문란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부정하는 행위이며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또다른 면에서 공무원의 직무상 중립의무 역시 철저하게 준수해야 마땅하나 공무원 개개인의 정치표현의 자유는 유엔 자유권 협약이 규정한대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2008년 5월 29일 '헌법재판소 2006헌마1096 결정 명시'에서 "공무원 개인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내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핑계로 공무원의 정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자체가 공무원은 물론 전체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및 비판적 사고를 통한 민주시민의 정치활동을 축소시키는 기재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비이성적인 공격은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넘어, 수십년간 수많은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 온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법과 원칙'을 주장하는 박근혜 정권발 파시즘의 광풍이 법과 제도, 이성과 논리를 무시한채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 휘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다가온다는 것을.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은 국민들의 저항과 분노를 잉태하고 그 저항과 분노는 박근혜 정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실장입니다.



태그:#박근혜 , #공무원노조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