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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맛있고, 건강에 좋고, 정성까지 담을 수 있는 음식이 사찰음식입니다.
 더 맛있고, 건강에 좋고, 정성까지 담을 수 있는 음식이 사찰음식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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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면을 끓이면 숟가락으로나 퍼먹을 수 있는 풀떡을 쑤고, 밥을 하면 고두밥 아니면 된죽을 끓이기 일쑤지만 사찰음식을 만드는 게 이렇게 간단하면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책에서 일러주는 대로 꾸둑꾸둑 말리고, 자박자박하게 담갔다, 조물조물 무치기만 하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못할 게 뭐 있겠습니까. 여느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여러 가지 양념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거나 다양한 모양새를 내지 않아도 되니, 그냥 버무리고, 졸이고, 기다리기만 하면 될 듯합니다.

음식은 우리들의 생명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갖은 양념을 넣고 조화를 부려 먹고 싶은 대로 만들어 먹는데 왜 우린 병을 얻을까? 불영사 음식은 어렵지 않다. 무척 간단하다.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에서 얻은 재료 그대로 접시에 담백하게 담아내면 된다. -<사찰음식이 좋다> 145쪽-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습니다.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산다'고도 했습니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뭔가를 먹는다는 건 생명을 먹는 것이며, 뼈가 되고 살이 되고 피가 될 내 몸을 먹는 것이며, 시간을 먹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왕이면 더 맛있고, 건강에 좋고, 조리하기 쉽고, 정성까지 담을 수 있는 음식이면 더 없이 좋을 겁니다.

사찰음식, 나도 할 수 있겠네

<사찰음식이 좋다>┃지은이 일운┃펴낸곳 담앤북스┃2013.09.30┃1만 8000원
 <사찰음식이 좋다>┃지은이 일운┃펴낸곳 담앤북스┃2013.09.30┃1만 8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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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이 좋다>(일운 지음, 담앤북스 펴냄)는 경북 울진에 있는 불영사에서 수행 중인 스님들이 스님들 밥상에 차리는 사찰음식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찰음식이 좋다>는 '불영사 사찰음식 시리즈'로 내고 있는 세 번째 책으로 150여 가지의 음식을 색, 수, 상, 행, 식, 다섯 분류로 분류해 만드는 방법과 효과 등을 간단하지만 노하우를 전하듯 알차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프와 죽, 밥과 국 등 29가지 음식은 '색'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겉절이, 샐러드, 면, 튀김에 해당하는 16가지 음식은 '수'로 분류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14가지의 떡과 전은 '상'에서 설명하고, 36가지의 볶음, 조림, 무침, 찜 요리는 '행'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47가지의 장아찌를 만드는 방법은 '식'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모든 음식을 만드는 데 기본이 되는 장(된장, 간장, 고추장)을 담그는 법과 기본양념을 만드는 방법은 별도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처음 배울 때는 이걸 먼저 해야 할지 저걸 먼저 해야 할지 도무지 몰라서, 눈으로 볼 때 쉬워 보였던 일이 실제론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점점 경험이 쌓이고 익숙해지면 실수를 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몸과 마음이 함께 능숙(練達性)해진다. 처음부터 잘되는 것은 없다. 자신에 대한 불신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자! -<사찰음식이 좋다> 137쪽-

150여 가지의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은 구하기 쉬운 것들입니다. 산이나 들에서 직접 뜯어올 수도 있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동네 웬만한 슈퍼에서도 다 살 수 있을 재료들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망초나물 무침'을 만드는 방법을 보겠습니다. 망초나물 무침을 만들려면 ① 끓는 물에 망초나물을 살짝 데쳐 내 ②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고 ③ 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얼마나 간단합니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이 이렇게 간단합니다.

수십 가지의 장아찌를 만드는 방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짧게는 세 가지 과정, 복잡해봐야 예닐곱 과정만 거치면 두고두고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장아찌를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이 비법의 레시피처럼 담백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스님들의 노하우 졸이고, 달이고, 버무려서 낸 레시피

오랫동안 손수 음식을 해 온 스님들이 경험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졸이고, 달이고, 버무려낸 레시피라서 그런지 간단간단하지만, 꼭 챙겨야 할 노하우들은 다 챙기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책에서는 먹을거리로서의 음식만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음식에 깃들어 있는 자연의 섭리와 부처님의 가르침들이 고명처럼 들어가 있고 감칠맛처럼 가미되어 있습니다.

책에서 이따금 소개하고 있는 스님들의 일상은 사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절집의 풍경입니다. 울력으로 감자를 캐는 모습도 흘끗 보이고, 쑥 개떡을 만드는 모습도 아스라이 그려집니다. 중복에는 복달임 음식으로 감자전을 만들어 먹고, 가을이 되면 국화꽃잎을 넣어 국화전을 부치는 모습도 연상됩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은 음식이 머무르는 물질적 대상으로서 색(色), 그리고 음식은 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약이 되기도 하고 병이 되기도 하는 느낌으로서 수(受), 음식을 만들 때의 양념재료는 맛을 더욱 분명하게 하는 것과 같은 불완전 한 상태에서 느낀 상(相)을 마음에 새기는 작용으로서 상(想),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음식을 만드는 의도적 행위로서 행(行), 음식을 먹는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아는 것으로서 식(識)으로 나눠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사찰음식이 좋다> 10쪽-

사람을 포함한 모든 물체는 지수화풍 네 가지 요소가 인연 따라 뭉쳐 이루어진 까닭에 인연이 다 되면 다시 본래요소로 되돌아간다. 빨강은 하양을 만나면 분홍이 되고, 노랑은 빨강을 만나면 주홍이 된다. 공(空)은 어떠한 색도 가질 수 없어서 빨강을 만나면 온전히 빨강이 되고, 노랑을 만나면 온전히 노랑이 된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서 모든 걸 있는 그대로 가질 수 있다. 사대의 지수화풍 또한 공(空)으로 조화를 이루며 그 공(空)은 그래서 온전히 사대로서 존재할 수 있다. -<사찰음식이 좋다> 43쪽-

이 책을 보고 '사찰음식은 어렵고, 복잡하고, 까다로울 것'이라던 생각이, 사찰 음식이 이렇게 하기 쉬운 거였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책을 보고 '사찰음식은 어렵고, 복잡하고, 까다로울 것'이라던 생각이, 사찰 음식이 이렇게 하기 쉬운 거였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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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때마다 큼직큼직하게 펼쳐지는 사진들은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사진들이 어찌나 선명하고 싱싱한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니 저절로 입맛을 다시게 됩니다. 새콤, 달콤, 짭쪼롬, 고소…, 아삭아삭, 살캉살캉, 쫄깃쫄깃… 그동안 맛 봤던 맛, 그 동안 느꼈던 식감들이 이 사진 저 음식에서 국물 쏟아지듯 쏟아집니다.

누구든 이 책을 보면 '사찰음식은 어렵고, 복잡하고, 까다로울 거'라고 하던 생각이, '사찰 음식이 이렇게 하기 쉬운 거였어?'하는 생각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최대한 간단하게 요리하는 것이 사찰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더 맛있고, 건강에 좋고, 정성까지 담을 수 있는 사찰음식을 더 쉽고, 더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레시피가 소개되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밥상을 차릴 수 있는 노하우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전수 받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사찰음식이 좋다>┃지은이 일운┃펴낸곳 담앤북스┃2013.09.30┃1만 8000원



사찰음식이 좋다 - 불영사 자연 그대로의 밥상

일운 지음, 담앤북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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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찰음식이 좋다, #일운, #담앤북스, #불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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