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찰음식이 좋다〉
▲ 책겉그림 〈사찰음식이 좋다〉
ⓒ 담앤북스

관련사진보기

옛날에는 '삼 시 세 끼'라는 말이 중요했다. 굶고 살던 그 때는 하루 세 끼를 먹는 게 기적이었으니 말이다. 내년이면 팔순이 되는 울 어머니도 시집오던 그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준비해 놓은 명주 수의를 팔아 생계를 꾸렸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시절을 보냈을지 알 수 있다.

요즘은 어떨까? 하루 세 끼를 다 먹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당뇨와 고혈압, 복부미만 등 대사증후군도 너무 잘 먹기 때문에 걸리는 병이지 않던가. 하여 아침을 약식으로 먹거나, 점심엔 샌드위치로, 저녁은 건너뛰는 사람들이 많다. 장을 비우고 살면 그만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니까 말이다.

산사(山寺)에서 먹는 음식이 건강식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모악산 기슭에 터를 잡고 있던 금산사에 맛본 밥도 마찬가지였다. 보리밥에 나물 한 개 얹어서 고추장에 비벼 먹던 맛이었다. 본래 절밥이 그렇게 간소한 것이기에 소화시키는 데에도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다.

일운의 <사찰음식이 좋다>도 절밥에 관한 이야기다. 경상북도 울진에 자리잡고 있는 불영사 주지 스님으로 있는 일운은 사찰음식축제와 함께 울진군민을 위한 산사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음식축제 때 만들어낸 것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는 바라 할 수 있다.

"봄이면 불영사 주변은 지천으로 쑥이 나 있다. 단옷날 아침이면 저마다 한가득 캐어 온 쑥으로 쑥개떡을 만든다. '쑥' 글자만 빼면 '개떡'이란 이름이 조금 우습지만 색깔이며 향이며 맛이며 영양이 훌륭한 음식이다."(59쪽)

이른바 '쑥개떡'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도 너무 좋은 간식거리 말이다. 비록 모양새는 투박하지만 쫄깃한 맛도 일품이려니와 짙은 초록색과 특유의 향이 물씬한 개떡이다. 비가 오는 날 그곳에서 만든 우엉잡채와 함께 먹는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호박잎쌈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내용, 암세포 발생을 막아 준다니 너무 좋을 것 같다.
▲ 호박잎쌈밥 사진 호박잎쌈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내용, 암세포 발생을 막아 준다니 너무 좋을 것 같다.
ⓒ 담앤북스

관련사진보기


"쇠비름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바로 무쳐 먹어도 좋고,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좋다. 볕에 잘 말려 묵나물로 저장해 두었다가 기름에 볶아 먹어도 된다. 잎은 초록색이고(木), 꽃은 노랗고(土), 뿌리는 하얗고(金), 줄기는 빨갛고(火), 씨앗은 까매서(水) 음양오행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기운을 다 지니고 있다 하여 '오행초'라고도 하는데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나물이다."(199쪽)

와우, 쇠비름 풀로 된장장아찌를 담궈 먹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실 쇠비름은 내가 살던 고향에서 잠자리풀이라 불렀다. 잠자리들이 그곳에 날아와 사뿐히 내려앉는 까닭일 수 있고, 그 풀 자체가 잠자리 형상을 한 것이라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오행초'라 불릴 정도라면 그만큼 우리 인간의 몸에 좋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불영사에서는 벌써부터 그걸 장아찌로 담가 먹었다니 얼마나 재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쇠비름된장장아찌에 대한 효능까지 적어 두고 있다. 이른바 '오메가3가 풍부하다'고 말이다.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는 씀바귀무침 요리법이다. 이 책 140쪽에 있다.
▲ 씀바귀무침 사진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는 씀바귀무침 요리법이다. 이 책 140쪽에 있다.
ⓒ 담앤북스

관련사진보기


이 책은 그렇듯 불영사 둘레에서 자생하거나 키운 산야초와 채소와 과일들로 음식상을 차린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이 책에 나온 죽과 국과 밥, 샐러드와 면과 튀김, 떡과 전, 조림과 무침과 찜, 그리고 장아찌는 그야말로 멋과 맛과 색이 조화를 이룬 건강식 밥상임에 틀림없다. 이 음식들이면 하루 한 끼를 먹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특별히 이 책은, 각종 재료에서부터 씻고 데치는 과정까지, 또 크기에 알맞게 썰거나 익히는 방법까지, 더불어서 얼마 동안 끓여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넣어서 간을 맞추는 지 등 그 세세한 조리과정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 책 하나면 사찰음식의 전부를 전수받은 느낌이 들 것이다.


사찰음식이 좋다 - 불영사 자연 그대로의 밥상

일운 지음, 담앤북스(2013)


태그:#불영사, #일운, #〈사찰음식이 좋다〉, #쇠비름된장장아찌, #오행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