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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6일)로 16일째 햇빛을 구경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비만 내리고 있습니다. 햇빛을 받지 못한 모든 작물들이 흐물흐물합니다. '금년에는 참외 맛을 좀 보겠구나' 했더니 참외가 열리기는 참으로 많이 열렸지만 물에 치여 참외가 모두 물러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좀 성한 것을 따 먹어봤지만, 물맛 그대로입니다.

물로 변하고 만 참외밭
 물로 변하고 만 참외밭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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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도 많이 열리기는 했지만 역시 푸르댕댕하게 열려있기만 할뿐 익지 않고 있습니다. 이 토마토 맛도 물맛 그대로입니다. 수박은 잘 열리지 않고 오이와 가지도 열리다가 오그라들고 맙니다. 상추도 이제 처지고 물러서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물맛뿐입니다.

옥수수도 키는 훤칠하게 크지만 알갱이가 제대로 익지를 않고 있습니다. 고구마 순도 햇빛을 받아야 밑이 잘 들 텐데 엉거주춤합니다. 그런데다가 고라니들이 밤마다 서리를 해버려서 금년 고구마 농사도 꽝이 될 것 같습니다.
키만 무성한 옥수수밭
 키만 무성한 옥수수밭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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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구경하지 못하는 모든 식물들은 광합성을 하지 못해 당도가 없습니다. 땅과 물은 있지만 햇빛이 없이는 작물도 식물도 사람도 동물도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해·땅·물이 삼위일체가 돼야 모든 만물이 생기를 얻고 활기차게 돌아간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풀은 무성하고 임진강 물은 아직도 시뻘겋게 흘러만 가고 있습니다. 매일 텃밭에서 풀을 베어내는 것이 요즈음 하는 일입니다. 오늘도 여전히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 몇 백 미리의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의 노력을 기우려 다 해놓고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자신이 할 일을 성실하게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있습니다.

여전히 시뻘건 물이 흘러내리는 임진강
 여전히 시뻘건 물이 흘러내리는 임진강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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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합니다. 물을 무서워해야 합니다. 아니 자연 앞에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지난 15일 발생한 노량진 수몰사고도 물을 무서워했더라면, 자연 앞에 좀 더 겸손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한강 물이 계속 불어나고 있는데도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무뢰한 인간의 오만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의 수위가 맨홀보다 수십 미터나 높은데 그 맨홀 속에 들어가 작업을 하다가 그런 봉변을 당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 어떤 장치도 물의 수압을 견뎌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튼튼하게만 보이던 임진강변의 수십 년 된 뽕나무도 급류에는 힘없이 쓰러지고 맙니다. 

아무리 펌프로 물을 뽑아낸다고 해도 계속 쏟아져 내리는 집중호우를 감당 할 수는 없습니다. 호우가 내릴 때에는 하던 일을 잠시 접어야 합니다. 옛말에 "소낙비는 피해가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 말은 자연을 무서워 할 줄 알고 자연의 섭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을 무서워하지않고,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인부를 투입시킨 책임자는 응당이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물 속에 갇혀 있는 인부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먹먹하기만 합니다.

하늘이여, 제발 비를 멈추어서 노량진 상수도관에 수몰된 귀중한 생명들이 하루 속히 구조되게 해주소서!


태그:#집중호우, #임진강, #참외밭, #노량진 수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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