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자 어린이(7세)는 지렁이를 손에 올려 놓고 보면서 귀엽다고 말했습니다.
▲ 어린이 손 위에 지렁이 여자 어린이(7세)는 지렁이를 손에 올려 놓고 보면서 귀엽다고 말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저는 오래 전부터 <녹색평론> 울산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개월에 한 번씩 발행되는 <녹색평론>이란 책을 보고 토론하고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밀양 송전탑 문제와 잦은 고장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 분야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관심은 가져야 할 사안이고요. 생활 속 환경문제 분야에선 냉장고 안 비우기와 음식물 쓰레기 없애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냉장고 안 비우기를 실천하기 위해선, 냉동실과 냉장실에 안에 들어있는 식품 목록을 정리에 냉장고에 써붙여 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알뜰하게 냉장고를 관리할 수 있고 오랫동안 방치된 것을 손쉽게 구별해 버릴 수 있습니다. 냉장고 안이 가득차면 전기요금도 많이 나온다고 하니, 비워두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입니다. 어떤 회원은 말려서 가루 만들어 밭에 뿌린다고 했고 어떤 분은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모아 화단에 묻는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렁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궁금증이 생긴 저는 지렁이로 남은 음식물이나 버려질 음식물을 처리하는 곳을 인터넷상에서 찾아봤습니다. 마침 울산에도 그런 곳이 있었습니다. 즉문즉설이란 법문으로 유명한 법륜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들 모임인 정토회가 그곳이었습니다. 연락을 드렸더니 서로 날과 시간 맞는 날을 잡아보자고 했습니다. 4월초부터 만남 날짜를 조율했지만, 23일 화요일 오후 7시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23일엔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저녁에 녹색평론 울산모임 회장님과 중간에서 만나 함께 갔습니다.

음식을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 되 다 막은 후 그릇은 자신이 스스로 씻어 둬야 합니다. 그것을 발우공양이라 했습니다.
▲ 그릇 씻기는 이렇게 하세요. 음식을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 되 다 막은 후 그릇은 자신이 스스로 씻어 둬야 합니다. 그것을 발우공양이라 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울산 정토회는 울산시 무거동 한 빌딩 6층에 있었습니다. 전화를 한 실무자를 찾으니 반갑게 맞아줍니다.

"저녁 안 드셨죠. 우선 발우공양부터 체험해 보세요."

발우공양? 공양은 밥먹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 발우는 또 뭐지? 궁금했습니다.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밥, 국, 반찬을 마음대로 퍼서 먹을 수 있도록 차려 놓았습니다. 우리는 밥을 적당히 덜어 먹었습니다. 발우공양이 뭔지 몰라 실무자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우공양 모르세요? 왜 스님들이 나무 밥그릇을 챙겨들고 다니잖아요. 석가모니 부처님 시절에는 자신이 쓰던 밥그릇을 후대에 물려주었다고 해요. 그 밥그릇을 발우라고 하는데요. 밥을 먹은 후 그 그릇을 자신이 닦아 보관하는 거죠."

밥을 다 먹은 후 시범을 보여 주겠다고 했습니다. 접시 하나에 배와 무를 앏게 썰어 간지런히 놓아 두었는데 저는 그게 뭐하는데 쓰는 건지 몰랐습니다. 실무자는 물을 붓더니 무를 하나 들어 접시에 놓고 젓가락으로 접시를 문질렀습니다. 묻어있던 고추가루와 다른 양념류를 말끔히 닦아 낸 후 그 물을 국그릇에 부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무와 배로 두세 차례 더 접시를 닦았습니다. 접시는 씻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해졌습니다. 접시를 닦고 모은 물과 닦은 무·배 조각을 또 남김없이 먹으라 했습니다.

"이 접시를 다시 물에 행굽니다."

울산 정토회 식당에서 공양을 한 후 접시에 물을 부은 후 무우조각으로 씻어내고 있습니다. 녹색평론 울산모임 회장님은 실상사 참선수행차 가서 해봤다며 잘했습니다.
▲ 발우공양 울산 정토회 식당에서 공양을 한 후 접시에 물을 부은 후 무우조각으로 씻어내고 있습니다. 녹색평론 울산모임 회장님은 실상사 참선수행차 가서 해봤다며 잘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물은 미지근 한 물, 따뜻한 물, 뜨거운 물, 세 가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접시를 미지근 한 물에 넣고 수세미로 문지르며 행궜습니다. 다음엔 따뜻한 물에 넣고 반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로 행궜습니다. 뜨거운 물에 행구는 것은 소독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설거지가 끝났습니다. 그 과정을 발우공양이라 한다고 했습니다. 발우공양이 끝나자 그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습니다.

"오늘 지렁이로 남은 음식물 처리하는 것을 체험하러 오셨으니까, 우선 시청각 자료를 보겠습니다."

시청각 자료엔 남은 음식물을 지렁이에게 주는 모습과 지렁이 관리하는 법, 퇴비로 사용하는 법을 알기 쉽게 편집되어 있었습니다. 시청각 자료를 다 본 후에 지렁이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동영상 잘 봤나요? 지렁이로 남은 음식물 처리하기 전에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습관부터 길러야 합니다. 전국에서 음식물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무려 410만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묻으면 오염 침출수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태우려면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게 먹자는 겁니다. 그래서 음식물이 쓰레기가 되도록 남기지 말자는 겁니다. 우리 정토회는 법륜스님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법륜스님은 '입고 먹는 거 아껴서 못 입고 못 먹는 사람들과 나누자'는 운동을 합니다. 여러가지 운동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지렁이에게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게 해서 퇴비로 사용하자는 겁니다. 정토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운동입니다."

정토회에서 지렁이로 음식물 찌꺼기 처리 과정과 유익성에 대해 동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 지렁이 동영상 정토회에서 지렁이로 음식물 찌꺼기 처리 과정과 유익성에 대해 동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우리도 좀 분양해 달라고 했으나 날씨가 추워 지렁이가 활동을 잘 하지 않아서 지금은 안된다고 했습니다. 날씨가 좋아지고 개체수가 늘어나면 그때 분양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잘 알다시피 지렁이는 습지와 음지 곤충입니다. 주의 할 점만 잘 지키면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지렁이를 사육하면서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렁이는 과일이나 채소 껍질류는 잘 처리합니다만 오렌지나 귤은 처리하지 못합니다. 특히 수입농산물은 농약의 독성 때문에 지렁이가 위험합니다. 당장 지렁이 사육 그릇이 없으면 스치로폴 박스로 해도 됩니다. 일반 흙에다 적당량의 물을 주어 지렁이를 넣어두고 어둡게 합니다. 남은 음식물을 줄 때는 소금기를 제거하고 주셔야 합니다."

울산 정토회 담당자 분이 지렁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 "지렁이는 이렇게 키워요" 울산 정토회 담당자 분이 지렁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동영상과 지렁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후 우리는 지렁이를 기르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지렁이는 나무박스 안에 있었습니다. 나무 뚜껑을 여니 퇴비 냄새가 나는 흙이 나왔습니다. 나무 주걱으로 흙을 걷어내니 지렁이가 많이 나왔습니다. 음식물 찌꺼기를 흙 속에 묻어두면 지렁이들이 달려들어 먹어 치운다고 합니다. 엄마를 따라 온 어린이는 지렁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는 귀엽다고 말했습니다.

"이 흙이 본래는 황토 흙이었는데 이렇게 퇴비 흙으로 변했어요."

다음 <녹색평론> 울산모임에선 지렁이에 대해 심도깊게 이야기를 나눌 것 같습니다. 울산 정토회에서 분양이 가능하다고 연락이 오면 지렁이를 분양받아 집 안 모퉁이에 두고 음식물 찌꺼기를 준 뒤 관찰을 해봐야 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태환경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집집마다 음식물 남기지 않기 운동도 하고요. 어쩔 수 없이 생긴 음식물 찌꺼기의 생태순환 처리를 위해 지렁이를 베란다에다 키워보면 어떨까 싶네요.

흙을 살리는 지렁이
▲ 지렁이의 꿈 흙을 살리는 지렁이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태그:#정토회, #지렁이, #음식물 쓰레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