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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년 전부터 사막여우를 닮은 강아지가 친정 부모님과 살았습니다. 친정은 전북 장수군 산서면 오산리에 있습니다. 그 친정집에서 태어난 그 강아지는, 다른 곳으로 자연스럽게 입양이 된 형제 강아지들과는 달리 어미 개와 살았습니다.

어미 개는 우리가 갈 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제법 사람을 반길 줄 알아서 귀여움을 독차지했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는 어찌 된 일인지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고 도망을 다니기에 바빠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강아지였습니다.

얼마 후, 어미 개도 다른 집으로 보내지고 강아지 한 마리만 부모님 곁에 남았습니다. 2010년 6월,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엄마는 그 강아지와 지냈습니다. 친정에 홀로 살고 계시는 엄마가 걱정되어 친정을 찾아갈 때면, 그 강아지는 우리를 보자마자 집 뒤편의 산 속으로 몸을 숨기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떠날 채비를 하고 대문을 나서면 그 개는 어디선가 줄곧 지켜보기라도 한 듯 쏜살같이 현관문 앞으로 달려와 엄마를 향해서 꼬리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엉덩이를 흔들고는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 강아지라도 있어서 엄마가 외롭지 않겠다.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돌아오고는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엄마는 강아지와 지냈습니다

그러던 2012년 1월 설날 무렵, 그 강아지는 새끼를 낳았습니다. 2남 1녀, 3마리의 귀여운 강아지였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2월 중순, 친정을 방문하였을 때에 어린 강아지들은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설날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경계하는 어미 개의 기세에 눌려 어린 강아지들을 만져 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넷째 오빠는 "새끼들이 자라서 어미처럼 사람들을 피하게 될까" 우려된다며,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자주 쓰다듬어 주라고 저에게 당부했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어린 강아지 3마리를 집 안으로 데려와서 우유도 먹여 보고,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자주 안아 주었습니다. 그 후 어린 강아지들 중 2마리는 입양이 되어 떠나고 한 마리만 남아서 어미처럼 사람들을 보면 몸부터 피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어미 곁에 남겨진 그 강아지가 암놈인지 수놈인지 저희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돌아가려고 준비를 마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엄마를 향해 요란스럽게 애정 표현을 했습니다.

친정엄마께서 돌아 가신 후에도 여전히 빈집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친정엄마께서 돌아 가신 후에도 여전히 빈집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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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엄마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두 다리와 양쪽 손목에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자식들이 친정 가까이에 산다면 엄마를 모시고 다니면서 화상치료를 했을 텐데, 그럴 수 없는 처지인지라 엄마는 전주에 있는 병원에 4주 가까이 입원을 하셨습니다. 그때 엄마도 계시지 않는 빈 집에 남아 있는 두 마리의 개는 이웃 분들이 오고 가며 사료를 챙겨 주었습니다.

화상치료를 받고 퇴원하신 엄마는, 며칠 후 추석을 지내고 경기도 수원에 있는 요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여 화상치료를 받는 동안 거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리에 힘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 우리는 어쩌면 엄마가 영영 친정에 돌아오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만큼 엄마의 건강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두 강아지들은 빈 집을 지키며 이웃 분들의 도움으로 지냈습니다.

그리고 11월 하순, 요양원에 계시던 엄마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되자 친정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셨습니다. '무남독녀'로 태어나신 엄마에게 우리들의 친정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이유는 바로 엄마의 친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자식들은 아직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엄마의 요구를 어렵게 받아들였습니다. 어쩌면 요양원에서 아무리 오랜 세월을 사실 수 있다 해도, 친정에서 단 하루를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더 행복해하실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2012년 12월 4일, 50여 일 간의 요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를 만나러 친정에 왔을 때입니다. 그때 저는 어미 개가 엄마에게 보였던 강렬한 반가움의 표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엄마께 아침 식사를 차려 드리고 현관문 바로 앞마당에 강아지 밥을 챙겨 주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밥을 주어도 눈치를 보느라 쉽게 다가오지 못했던 강아지들이 그날은 현관 앞에서 제가 지켜보고 있는데도 다가와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새끼보다 더 사람을 경계하는 어미는 여전히 저의 눈치를 살피면서 밥을 먹다가, 고개를 돌려 거실을 바라보는데 눈동자가 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미 개의 저 반응은 무엇이지?'라고 생각하며 저는 거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때 어미 개의 시선이 멈춘 곳은 식사하는 엄마에게 머물러 있었습니다. 저는 얼른 다시 어미 개를 살펴보았습니다. 어미 개는 얼굴은 반가움으로 들떠 있었고, 꼬리를 요란하게 흔들고 있었습니다.

어미 개는 오랜만에 만난 엄마를 발견한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자신만의 몸짓으로 엄마를 향해 반가움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어미 개와  친정엄마 사이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쌓아 온 남다른 사랑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올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엄마, 두 마리의 개는 빈 집을 지키고...

그런 엄마께서 올해 2월 1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엄마는 예전처럼 병원에 입원했다가 혹은 요양원에 계셨다가 돌아왔던 집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친정에는 여전히 두 마리의 개가 엄마를 기다리며 빈집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저희는 엄마의 '49천도제'를 지내기로 했습니다. 평소 엄마께서 열심히 다니시던 산서 원불교 교당에서 매주 토요일 7번의 '천도재'를 지내기로 했고, 서울에 살고 있는 형제들은 2번째부터 6번째 천도재까지는 서울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저는 엄마의 천도재에 참석하기 위해서 매주 토요일 산서 원불교 교당을 찾았습니다. 엄마의 천도재를 마치고 나서 친정에 들러 강아지 밥과 사료를 챙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엄마의 손길과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 집안 곳곳을 둘러본 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창원으로 돌아왔습니다.

3번째 천도재를 지낼 때까지 친정에서 두 강아지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일주일 전에 주고 간 사료가 없어진 것으로 보아 강아지들이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따름이었습니다. 그 강아지들이 4번째 천도재를 지낸 날부터는 제가 준 밥을 먹으려고 마당에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저를 경계했지만, 2~3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허겁지겁 밥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강아지들의 안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천도재가 끝난 후에는 자주 찾아 올 수 없기에 두 강아지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던 중  6번째 천도재를 지내고 예전처럼 친정을 찾은 3월 30일, 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도 예전처럼 친정 대문 앞에 차를 주차하고, 집에서 가져간 음식물을 차에서 꺼냈을  때였습니다. 집 뒤꼍에서 어미 개가 유난히 심하게 짖었고, 어디선가 어린 강아지의 울음소리도 들렸습니다. 그 울음소리를 찾아서 집 뒤꼍으로 돌아갔더니, 산기슭 아래 수로에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빠져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눈을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고, 어미 개는 산 위에서 연신 날카롭게 짖어댔습니다. 그리고 저는 산기슭에 쌓아놓은 나뭇더미 속에서 또 다른 강아지들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막 눈을 뜬 새끼 강아지들이 6남 3녀, 9마리입니다.
▲ 알록 달록 귀여운 9마리 강아지들 이제 막 눈을 뜬 새끼 강아지들이 6남 3녀, 9마리입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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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두 모녀 강아지는 9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곳에 두 모녀 강아지는 9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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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뭇더미를 헤치고 어린 강아지들을 꺼냈습니다. 그 좁은 구덩이 속에는 무려 9마리의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어미 개가 작은 몸으로 어떻게 9마리의 새끼를 낳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확인해 보니 수놈은 6마리였고 암놈은 3마리였습니다.

저는 강아지들을 계속 구덩이 속에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아지들의 활동이 좀 더 활발해지면 또 수로에 빠질 수 있고, 비라도 내려 나뭇더미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면 생사가 위험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9마리의 강아지들을 어미 개가 살던 집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어린 강아지들은 비좁은 흙구덩이 속에 있다가 푹신한 짚이 깔린 넓는 공간이 마음에 드는지 편안한 자세로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집과 푹신한 짚 위의 강아지들
 넓은 집과 푹신한 짚 위의 강아지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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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개와 새끼 강아지들.
 어미 개와 새끼 강아지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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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다음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챙겨주는 밥과 사료를 먹으러 다가오는 두 마리 개의 젖이 수유 상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미 개와 어울려 다녔던 강아지도 암컷이었고, 이번에 어미와 함께 새끼를 낳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두 마리가 공동으로 어린 강아지들을 길러 왔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저희 형제들은 제가 보낸 사진과 글을 보고 저처럼 놀라워했고, 앞으로 저 강아지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함께 걱정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어미 개를 안전하게 사로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에서 유기견센터와 동물보호센터에 전화해 보기도 하고, 친정과 가까운 119센터에도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시원스러운 해결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일단 엄마의 마지막 천도재 종재인 4월 6일 토요일에 모여 좋은 방안을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엄마의 마지막 천도재를 지냈던 4월 6일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날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형제들이 친정에 들렀을 때, 어린 강아지들 곁을 선뜻 떠나지 못하고 망설이던 어미 개는 남편과 제가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붙들어서 목줄을 채우고 묶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친정엄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고 피해 다니던 어미 개는 무척이나 겁이 많고 수줍음 많은 순한 개였습니다.

우리들은 어미 개를 쓰다듬으면서 '그동안 엄마랑 친구처럼 잘 지내줘서 고맙다. 그동안 새끼를 낳고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구나'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어미 개는 아예 집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변을 배회할 뿐이었습니다. 끝내 그 개는 붙잡지 못하고 저희들은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이웃 분께 어미 개를 비롯하여 강아지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더니,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집에 들러서 사료를 챙겨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는 두 어미 개를 포함하여 11마리의 개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인 4월 22일, 저희 형제들이 친정에 모입니다. 그날은 돌아가신 엄마의 생신입니다. 비록 엄마는 계시지 않지만, 돌아가신 후 첫 번째 생신은 살아 계실 때처럼 챙겨 드린다고 하여 모이기로 했습니다.

11마리의 개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할 때... 22일 형제 모임에서 결정해야

어쩌면 돌아가신 엄마를 위해서 저희 자식들이 해 드릴 수 있는 마지막 행사일 것 같습니다. 그날 두 마리의 어미 개와 9마리의 어린 강아지들의 거처를 마련해 주지 못하면, 그 강아지들은 결국 유기견이 되어 친정 근처를 떠돌게 될 것은 너무도 분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엄마와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까지도 엄마와 함께 했던 강아지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변함없이 빈집을 지키며 엄마를 기다려 주었던 강아지들. 지금도 여전히 돌아가신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어미 개와 9마리의 어린 강아지들이 유기견이 되도록 방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엄마께서 살아 계신다면 9마리의 알록달록한 귀여운 어린 강아지들을 보면서 얼마나 반가워 하셨을까요? 온갖 봄 꽃이 피고 지는 넓은 마당을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강아지들을 보면서 엄마는 1년 전 봄처럼 시시때때로 전화해서 "나다~ 명라냐? 지금 강아지들이 너무 예쁘다~ 강아지 한마리 가져다 키워 보거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저렇게 귀엽고 예쁜 강아지들을 진정한 사랑과 관심으로 길러 주실 분은 어디 안 계신지요? 만약 계신다면 4월 22일(월요일) 오후 2시까지 망설이지 마시고 저에게 연락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돌아가신 엄마께서도 저희들이 그렇게 해 주기를 당연하게 바라고 계실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사랑으로 강아지를 키워주실 분은 저의 이메일(hmr3341@hanmail.net)로 연락주십시요.



태그:#친정엄마, #친정집, #강아지 ,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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