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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농협 원로대학에서 웰다잉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웰다잉교육... 구미농협 원로대학에서 웰다잉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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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웰다잉 강의를 듣고 난 후 많은 것을 깨달았고 또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에게 가슴이 뛰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 꿈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나이 50살이 넘어서 처음으로 진정으로 가슴 뛰는 꿈이 생긴 것입니다.

그렇게 웰다잉 강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차근 차근 준비해 오면서 2019년 12월 현재, 저는 3년째 국민건강보험공단 백세운동교실 강사로, 2년째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 웰다잉전문강사로, 2년째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교육 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3월부터 6월까지, 9월부터 12월까지 창원시 북면에 위치하고 있는 경로당에 2주마다 한번씩 어르신들을 찾아 뵈었습니다. 1시간 동안 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과 치매예방을 위한 간단한 뇌체조, 한바탕 신나게 웃는 연습을 하면서 총 16회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는데요. 

지난 6월에는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져서 수업을 시작하는 오전 10시 30분에 딱 한 분만 경로당에 오셨습니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수업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어르신 말씀에도 저는 묵묵히 수업 준비를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한 분, 두 분 모두 여섯 분의 어르신들이 모였습니다.

"밖에 많은 비가 내리는데 오늘은 수업을 하지 말자"는 어르신들에게 "제가 며칠 있으면 경남 함안으로 웰다잉 강의를 하러 가는데, 그 강의를 이곳에서 먼저 해 볼까요?" 하고 여쭈었더니 선뜻 그러자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렇게 해서 1시간 동안 웰다잉 강의를 진행하였는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좋았습니다. 어르신 한 분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등록하는 곳을 제에게 몇 번이나 확인을 하셨습니다. 다음 수업을 위해 경로당을 방문했더니, 그때 제 강의를 듣고 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는 말씀을 하셔서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후로 11월 교육을 위해 경로당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은 경로당 TV에서 종편을 시청하면서 이런 저런 불만을 털어 놓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렇게 선심 쓰듯 사람들에게 세금을 써대니 이제 곧 우리나라는 부도가 날 것이라고.

이제 우리나라를 어쩌면 좋겠느냐고 걱정들이 대단합니다. 이구동성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어르신들에게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땅도 많고 보상받은 돈도 많아서 걱정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노인빈곤율 1위, 노인 자살율 1위라고요. 그러니 오늘 운동 수업 대신에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교육 재무관리에 대해서 진행을 하면 어떻겠냐는 말에 어르신들은 그렇게 하라고 흔쾌히 말씀을 하십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파산 비율이 높은데, 그 이유가 평균 수명이 길어졌고 그로인하여 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가 많아졌다고, 또 자녀들에 대한 높은 교육비 부담 등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자료와 뉴스 동영상으로 보여 드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진행된 노후준비 재무관리 교육을 마치고 나서 어르신들께 어떠셨냐고 반응을 여쭤 보았습니다.

11분의 어르신들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시던 어르신께서 강의를 듣고 깨닫게 된 것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공자, 맹자 이야기를 들은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좋은 강의였다고 칭찬을 하셨습니다.
 
2019년 12월, 마지막 교육을 마치고
▲ 북면경로당 어르신들... 2019년 12월, 마지막 교육을 마치고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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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은 그 경로당에서 2019년 마지막 교육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모두 열 분의 어르신들께서 경로당에 모이셨습니다. 제가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어르신들께 이제 오늘로서 저와는 마지막 수업이라고 그래서 '운동수업으로 진행을 할까요? 아니면 노후준비교육 여가관리 강의를 할까요?' 하고 여쭈었더니 경로당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노후준비교육을 해 달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어르신들께 여가관리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자기 스스로 삶을 결정하기 보다는 부모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살고, 결혼한 후에는 자녀들과 부모님을 위해서 사느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산다고요. 이제 60살 이후로 직장에서 은퇴하고 난 후에는 자녀들은 다 자라서 독립을 하고 더 이상 부모님 공양도 하지 않게 된다면 이제까지 하지 못했던,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경로당의 어르신들 연세가 7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이라는 말씀과 이 나이에 무엇을 하겠냐는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60이 훨씬 넘은 나이에 도라지를 까서 판 돈으로 노트를 사서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97세 나이에 책을 출판한 춘천에 사시는 할머니 이야기, 86세 최고령 나이에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할아버지이야기, 70세 나이에 시작하여 16년 동안 도시락배달 자원봉사자 할머니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100살까지 산다면 앞으로 20년에서 10년은 더 사셔야 하는데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얼마든지 여가를 즐길 수 있다고 하였더니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저의 노후준비 강의는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3가지 질문을 어르신들께 던지면서 강의를 끝냈습니다.

1.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2.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3.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재무관리 강의를 들으며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셨던 어르신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난번 강의를 듣고 맹자, 공자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했는데, 오늘 이 강의를 듣고 나는 내 인성이 달라졌다"고요.

이날 경로당에서 제 강의를 들으신 분들은 모두 열 분이시지만, 그분들 각자 각자가 마음에 담아가는 것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께서 저의 강의를 듣고 깨달은 바가 많다고 하시니 저에게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19년 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백세운동교실 강사로,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 웰다잉강사로,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교육강사로 참으로 숨가쁘게 달려 온 시간이었습니다. 창원의 북면경로당에서 비록 열 분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진행을 한 노후준비교육 강의였지만, 그 분들의 삶에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저의 블로그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태그:#북면경로당, #웰다잉강사, #국민건강보험공단백세운동교실, #국민연금공단노후준비강사, #대한노인회경남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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