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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양방 진찰이 모두 끝나고 이제 우린 내려갑니다. 웃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불법파견 문제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될 것입니다. 철탑농성자는 다시 어둠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할 것입니다.
▲ "진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방, 양방 진찰이 모두 끝나고 이제 우린 내려갑니다. 웃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불법파견 문제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될 것입니다. 철탑농성자는 다시 어둠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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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토요일 오후 4시께 저는 울산 명촌다리 건너에 있는 태화강역에 있었습니다. 여수산업단지에서 폭발사고가 나 17명의 사상자가 나고 그 중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안타깝게 숨졌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뒤 울산지역 플랜트건설노조가 규탄집회를 한다고 해서 가본 것이었습니다.

"변창기 동지 저 철탑에 가는데 같이 갈래요? 오늘 5시 30분에 철탑농성 동지들 건강검진이 있는데 같이 올라가서 사진 좀 찍어 주세요. 저도 거기 가는데 제 차로 같이 갑시다."

올 초 새로 부임한 민주노총 울산 강성신 본부장님이 집에 가려는 저에게 그런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한동안 철탑에 못 가보았습니다. 차비도 없거니와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아서 못 가고 나중엔 미안해서 못 가고 했습니다. 플랜트노조 집회 때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서도 깃발을 세우고 몇몇 노동자가 참석했습니다. 같이 인사는 했지만 플랜트노조 집회가 끝나면 그냥 슬그머니 집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철탑농성장은 태화강역에서 명촌다리만 건너면 가볼 수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강성신 본부장님은 평소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신경 써주고 적극 참여하는 지도자급 간부 중 한 분입니다. 민주노조 활동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강성신 본부장님이라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 분과 함께 철탑으로 갔습니다.

철탑에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족이 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현수막 밖 뒤편으로는 여전히 현대차 복장을 한 수상한 사람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휑하니 도망가듯 경찰의 감시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다리차 왔다고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습니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다리차 왔다고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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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30분이 되자 인도주의실천의사회 소속 의사 두 분과 노동자 건강을 생각하는 한의사 두 분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차를 1시간 25만 원 주고 빌렸습니다. 먼저 한의사가 올랐습니다. 한 번에 5~6명 탑승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철탑농성중인 최병승, 천의봉 두사람을 보고싶어하는 다른 분과 제가 탑승했습니다. 사다리차는 서서히 30여m 위에 있는 농성자들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처음 오르는 한의사 한 분은 무섭다며 눈을 감았습니다.

"올라와 보니까 생각보다 높네요. 하루 60만 원 스위트룸 치고는 좁고 형편없네요."

같이 올라간 다른 노동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한의사 두 분은 오르자 마자 진찰을 시작했습니다. 최병승, 천의봉 농성자 각 한사람씩 맡아 진찰을 시작했습니다. 150일간 추운 날씨에 노출되어 있어 모두 감기 기운이 있었습니다. 한의사는 문진과 복진, 맥을 짚어가며 진찰을 했습니다. 농성자와 의사가 속삭이듯이 대화를 한 터라 잘 듣지 못해 나중에 물어보았습니다. 한의사는 두 사람의 건강상태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최병승씨는 근육이 많이 약해져 있어요. 하루 종일 이 좁은 곳에 앉아 있다보니 종아리 근육이 많이 뭉쳐있고요. 혈압도 높은 상태고 어깨 결림 증상이 있네요. 근육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천의봉씨는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파요. 위장이 안 좋아 소화가 잘 안 되고 있어 더부룩 할 거예요.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었어요."

한의사는 임시 처방으로 침을 놓고 지압을 해주었습니다. "울화병으로 여러가지 기능이 저하돼 걱정 된다"고 말했습니다.
▲ 한의사에게 진찰받고 있는 최병승 철탑농성자. 한의사는 임시 처방으로 침을 놓고 지압을 해주었습니다. "울화병으로 여러가지 기능이 저하돼 걱정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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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병도 있고 어깨·허리 틍증도 있고, 근육이 줄어들고 있어요"라고 진찰 결과를 말했습니다.
▲ 한의사에게 진찰받는 천의봉 철탑농성자. "울화병도 있고 어깨·허리 틍증도 있고, 근육이 줄어들고 있어요"라고 진찰 결과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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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는 침을 놔주고 지압으로 뭉친 곳을 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근육량이 줄어들면 안된다면서 좁은 곳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몇 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한의사는 두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항상 긴장상태이고 밤에 잠을 설치는 것도 모자라 바람 불고 추운 곳에서 노숙을 하니, 그럴 수밖에요.

한의사 진찰이 끝나고 내려갔습니다. 저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양의사 분들의 진찰을 지켜보려고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한의사 분들이 내려가고 양의사 분들이 올라 왔습니다. 양의사 분들도 건강관련 여러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체혈을 했습니다. 피를 뽑는 혈관을 찾지 못해 몇 차례 시도한 뒤 채혈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혈액 검사를 해서 혹시나 다른 질환이 생기지 않았는지 알아보려고 한답니다.

한방, 양방 검진 결과 모두 생리현상 불균형과 스트레스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 했습니다. 두 농성자 다 울화병이 있다고 했습니다. 울화병은 생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오래 되면 가슴 속에 응어리가 생기는 그런 병이라고 합니다. "울화병이 생겼다는데 어떻해요?"라고 최병승씨에게 물으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양의사는 건강문제 질문을 하고 채혈을 했습니다.
▲ 채혈하는 천의봉 철탑농성자 양의사는 건강문제 질문을 하고 채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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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사는 건강에 대해 묻고 채혈을 했습니다.
▲ 채혈하는 최병승 철탑농성자 양의사는 건강에 대해 묻고 채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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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높은 곳에 올라와 151일이나 지냈는데 스트레스가 없다고는 말 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대법원 판결문이 있고 현대차가 불법파견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만 하면 다시 건강해지는 화병입니다. 저는 현대차가 대법판결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 판결이 불법파견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현대차는 그런 범법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우리의 울화병은 현대차 정 몽구 회장이 법정구속되고 그동안 불법으로 노동착취 해먹은 것 모두 노동자에게 돌려주고 정규직 전환된 일자리를 제공하면 자동으로 나을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그:#최병승,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 #현대차 불법파견, #정몽구 현대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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