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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넬을 다 만들고 "어때?" 하고 물으며 들어보이고 있다.
▲ 간판쟁이 친구 판넬을 다 만들고 "어때?" 하고 물으며 들어보이고 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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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고맙다. 아프고 바쁜데도 우리 딸 작품을 멋지게 판넬로 만들어줘서...'

오늘 나는 그런 생각이 드는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내게는 친구가 하나 있다. 중학교 때 친구다. 중학교 3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같은 중학교 나왔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중학교 졸업하고 친구와 난 다른 길을 걸었다. 친구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모른다. 세월이 흐른후 동창회가 조직되고 동문회가 조직되면서 다시 만났다. 친구는 간판업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우리 딸이 밤새 그려서 작년 엄마 생일때 준 선물이 있어. 유리창 두 개만한 크기인데 아내는 그 그림을 평생 잘 보관하고 싶어해. 그거 코팅하는 곳이 있을까."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사진과 사연을 보냈다. 친구는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얼마 전 딸의 작품을 친구에게 줬다. 그때 만난 친구는 많이 수척해 보였다. 친구는 암 수술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항암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항암 치료를 한 번 받고나면 초죽음이 된다고 했다. 안타까웠다. 그래도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지난 23일 오후 친구는 가족과 걷기를 한다고 했다. 아들과 그를 만나러 갔다. 슬도를 걸었다. 슬도는 울산 동구 방어진 끝에 있는 작은 돌 섬이다. 방파제를 만들어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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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햇살 때문인지 눈을 감아 버렸다.
▲ 눈 감은 아들 아들은 햇살 때문인지 눈을 감아 버렸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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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아내와 딸과 같이 나왔다. 가족이 같이 걷는 모습을 보니 참 보기 좋았다.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 보니 부럽기도 했다. 가정이 그렇게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켜지기를 바랐다.

슬도에 가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방파제 주변으로 학꽁치 잡는 낚시꾼들이 많았다. 슬도 쪽엔 고기잡는 배도 많았고 큰 배 만드는 공장도 많았다. 슬도 앞바다는 큰 배들이 많이 서있었는데 주차장으로 서있는 것이란다. 친구는 아는 것도 참 많다. 슬도에 얽힌 전설이야기도 해줬다. 슬도는 돌덩어리로 된 섬이었다. 20여년 전만해도 배를타고 가야하는 섬이었지만 고기잡이 배의 보호를 위해서 방파제를 만들면서 섬과 육지가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슬도의 바위는 온통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그것이 아주 오래전 조개들이 살았던 흔적이라고 했다.

우리는 슬도를 빠져나와 친구의 가족을 집 근처에 내려주고 친구 간판집으로 갔다. 친구는 우리가 만난김에 판넬을 만들어 가라고 했다. 친구 간판집은 작았다. 딸 작품과 판넬로 만들 재료가 다 있었다. 친구는 능숙한 솜씨로 딸 작품을 판넬화 해나갔다. 잠시후 뚝딱 판넬이 멋지게 완성됐다. 친구는 간판작업용 트럭에다 작품을 실었다. 그리고 나와 아들을 남목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친구야. 고맙다. 암이 재발 없이 잘 낫길... 건강이 하루 속히 회복돼 다시 건강해 지기를 바랄게.'

딸 작품을 판넬로 만드는 과정을 우리 아들이 지켜보고 있다.
▲ 친구와 아들 딸 작품을 판넬로 만드는 과정을 우리 아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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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방어진, #슬도, #딸 작품,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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