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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새로운 마음으로 여러가지 새로운 계획들을 많이 세웁니다. 시무식 하는 날,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이 모여서 차례로 자신의 새해 계획을 말하는데,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다이어트'였습니다. 여성 실무자가 많은 탓도 있겠지만 남녀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고 싶다는 결심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보통 '다이어트', '금주, '금연' 같은 계획을 많이 세우는데 저도 몇 가지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그 중 하나로 '신용카드 안 쓰고 살기'를 포함하였습니다. 작년 3월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체크카드 사용을 늘여나가면서 10개월 만에 흑자 인생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신용카드가 없어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갑 속에 있던 신용카드를 꺼내 1장만 남기고 모두 '계약 해제' 신청을 하였습니다. 먼저 매년 연회비가 1만 원씩 빠져나가는 해외 제휴 신용카드를 '해제'하였습니다. 1991년 L 카드사에서 발급 받아 아주 오랫 동안 사용해온 신용카드인데, 인수 합병으로 지금은 S신용카드로 바뀐 카드입니다.

발급 당시부터 10년 넘는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용카드였지만, 2002년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H사 신용카드를 발급 받아 차값을 할인받으면서 사용하지 않게 된 카드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해제'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후원금 거래가 있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지난 연말 유효기간이 끝난 후에 새로운 카드가 발급되어 왔습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 해제, 탈퇴하면 연회비는 모두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 해제, 탈퇴하면 연회비는 모두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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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발급된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또 매년 연회비를 '1만 원'씩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해제' 신청을 하였습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처음 전화 받은 상담원이 계약 '해제' 처리를 해주지 않고, 2번이나 전화를 바꿔주더군요.

신용카드사 '해제' 담당 상담원은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묻고 사용 중인 카드 계약을 해제하면 그동안 쌓아놓은 포인트가 소멸되고, 새로 카드를 발급 받으려면 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다고 은근히 불이익을 강조하더군요. 이미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단단히 결심을 하였기 때문에 어떤(사실은 사소한) 불이익도 상관없으니 해제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아울러 새로 발급한 신용카드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연회비 청구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상담원에게 요구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상담원은 "1월 말에 발급되는 이메일 청구서에는 연회비가 청구되지만 결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안 쓴 신용카드 연회비 돌려받기

두 번째로 지난 2000년에 발급 받은 다른 S카드사의 신용카드를 해제하였습니다. 이 신용카드 역시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면서 차값을 할인 받기 위하여 발급받은 카드였는데, 차값 결제가 끝난 후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지난 10월쯤 S카드사 모집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와서 원래 발급받은 카드보다 '혜택'이 훨씬 많은 신용카드를 대체 발급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원래 사용하던 카드는 해제하고 혜택이 많은 새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며, 연간 1회만 사용해도 연회비가 없는 카드"라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약간 충동적으로 새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지요.

그런데 막상 신용카드사에 '해제' 요청을 하였더니, 처음 발급 받은 카드가 해제되지 않은채 새로운 카드가 발급되어 신용카드 2장이 발급된 상태였습니다.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로 대체 발급된 줄 알았는데, 2장의 신용카드가 모두 발급된 채로 있었던 것입니다.

새 카드로 대체 발급 받으면서 앞서 발급 받은 카드를 잘라 버리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신용카드가 발급 상태라고 하니 약간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신용카드사 상담원에게 모든 카드를 해제하고 회원 탈퇴처리를 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앞서 다른 S사 신용카드사에서 해제할 때처럼 비슷한 내용의 '불편사항 확인과 불이익(?)'에 대한 설명이 있은 후에 계약 해제와 회원 탈퇴처리를 해주었습니다. 혹시하는 마음이 들어서 '연회비'에 지출에 대하여 물어보았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들었습니다.

"고객님 이 카드는 혜택이 많은 카드라서 이미 1만 8500원의 연회비가 이미 청구, 결제되었습니다. 발급 비용, 배송 비용 등이 이미 지출되었기 때문에 이미 결제된 연회비는 환불이 안 되십니다."

대체카드를 발급 받은 이후 4개월 동안 한 번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카드사용 등록'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회비는 당연히 청구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결제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저처럼 카드 대금이 결제되는 자동이체 계좌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연회비가 빠져나간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 연회비는 환불해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법이 개정된 지 오래되었고, 여러 차례 언론보도도 되었는데요."
"고객님, 정책이 그렇게 변경되어도 저희 회사에 반영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이건 순 거짓말임. 이미 오랜전에 변경되었음)
"아니 최근에 바뀐 것도 아니고 벌써 오래전부터 바뀐 걸로 알로 있는데, 그게 왜 아직 반영이 안 되었단 말인가요?"

여기까지 대화를 주고받은 후에 통신 사정이 좋지 않아 전화를 끊고 다시 연결하였습니다. 첨에는 제가 상담원에게 일반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감이 좋지 않아 잠깐 전화를 끊은 후에 상담원이 제 휴대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고객님, 원래 저희 회사는 이미 결제된 연회비는 환불이 안 됩니다만, 회사 내부 확인 결과 환불 가능하시다고 합니다. 이미 결제된 연회비는 2~3일 내로 환불처리 해드리겠습니다."

이 무슨 어이없는 이야기인가요? 원래 안 되는 것을 환불해 준 것이 아니라 관련법(여신전문금융업법)과 규정에 따르면 이미 결제된 연회비도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전혀 없으면 모두 돌려 받을 수 있고, 앞으로는 사용 실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도 해지시 남은 개월수 만큼 월할 계산하여 연회비를 돌려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언론보도를 보면 "최근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 개정안 작업이 끝났으며. 세부항목 중에는 휴면카드 해지 관련 다른 법개정 내용이 포함돼 있는 데다 공정위원회, 금융위 등과 업무적 절차가 남아있어서 이르면 다음달경(1월) 업계 전체적으로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고, 잔여 연회비에 대해선 월할로 계산해 돌려주기로 하는 방식이 적용될 것 "이라고 합니다.

결국 이런 관련법과 규정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신용카드사 상담원들의 '발급 비용', '배송비용' 운운하는 '거짓말'에 속아 연회비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저처럼 법과 규정을 확인하고 따지는 소비자들에게는 연회비를 환불해주지만, 신용카드를 해제하면서 이미 결제된 연회비를 챙기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는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계약 기간 이전에 카드를 해지한 회원에게 카드사들이 돌려주지 않은 연회비 규모는 2008년 27억4100만 원, 2009년 39억9400만 원, 2010년 45억5200만 원 등 3년간 112억8700만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꼼꼼한 꼼수를 통해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었던 거지요.

새해에 신용카드 해제하시는 여러분, 카드 해제하실 때는 연회비 꼭 돌려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는 사람들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발급 받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라면 그 해 결제된 연회비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자주 사용한 카드라고 하더라도 연회원 기간이 남아있으면 남은 기간 만큼의 연회비를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새해부터 신용카드 잘라버리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겠다고 결심하신 분들, 신용카드 계약 해제 하실 때는 카드사의 꼼꼼한 꼼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용카드ㅓ, #연회비 , #해제,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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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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