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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한 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에서 '이마가 빨간 쇠물닭' 이야기를 읽었습니다만, 저는 아직 자연에서 쇠물닭을 본 일이 없습니다. 어쩌면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에서 여러 새들과 함께 새물닭을 보았을지도 모릅니다만, 쇠물닭인 줄 모르고 보았으니 못 본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글을 쓴 이영득 선생님은 "쇠물닭 둥지를 처음 본 날 가슴이 뛰었다"고 합니다. "쇠물닭 둥지가 물위에 지은 수상가옥 같았다"고 합니다. 쇠물닭은 둥지를 만들고나서 싱싱한 줄(벼과에 속하는 물풀) 잎을 구부려서 가려놓는다고 합니다.
 
이영득이 스고 권정선이 그린 <이마가 빨간 쇠물닭아> 겉 표지
 이영득이 스고 권정선이 그린 <이마가 빨간 쇠물닭아> 겉 표지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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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를 보는 것은 새를 보는 것보다 훨씬하기 어려운 경험이겠지요. <이마가 빨간 쇠물닭아>는 늘 자연과 가까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이영득 선생님이 직접 보고 관찰한 쇠물닭의 한살이를 담은 생태 그림책입니다. 

사람들은 사라져 가는 황새, 따오기, 반달가슴곰, 여우들을 되살리겠다고 애쓰고 있지만, 사라져 가는 생명 못지않게 우리 곁에 흔히 있는 생명들 또한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쇠물닭'이야기를 글로 옮겼답니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 아는 것이 자연과 친구가 되는 길이라고 합니다. 오래전 자연과 만나는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길잡이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지요. 
"이름을 모를 때는 잡초이지만, 이름을 알고 나면 더 이상 잡초가 아니다."

이 책에는 쇠물닭이 알을 낳고 알음 품고 스무여 날이 지나 새끼가 깨어나는 과정, 개구리밥과 잠자리 애벌레를 받아 먹으며 자라는 과정, 올챙이, 노린재, 메뚜기를 잡아먹으며 성장하는 과정, 논우렁이와 물자라와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이 예쁜 글과 초록 가득한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엄마 쇠물닭은 여섯 개의 알을 품었지만, 다섯 남매만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삵을 피해 달아나는 숨막히는 장면을 지나면서 안도하였더니,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는 태풍이 부는 늪에서 형제들을 모두 잃고 맙니다.

"그토록 힘센 태풍도 날이 밝는 것을 막지 못했"지만, 온몸으로 새끼를 돌보던 엄마 쇠물닭과 아빠 쇠물닭도 거센 폭풍우 앞에서 어린 쇠물닭들을 다 지켜내지는 못했습니다. 며칠 뒤 날이 밝고 물은 날마다 낮아져서 여드레쯤 지나자 늪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막내 쇠물닭만 살아남아 어른이 되어 갑니다. 
 
"막내 쇠물닭이 첫 발길질로 알껍질을 훅 찼어. 
햇살이 눈부셔 눈을 감고 쉬어. 
숨을 쉴 때마다 배가 볼록거려. 
실눈을 뜨고 바람에 깃털을 말려. 
날개죽지에 스친 바람이 비릿하고 시원하고 달았어."
(본문 중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쇠물닭의 첫 발길질과 첫 숨을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감성으로 쇠물닭이 처음 세상과 마주서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늪에 쫙 깔린 가시연꽃씨가 물에 둥둥 떠다녀.
줄은 이삭을 한껏 피웠고, 물풀은 늪을 풀받처럼 뒤덮었어. 
솨아솨아 갈대가 흔들려. 또로로 또로로 풀벌레 소리가 나."
(본문 중에서)

예쁜 우리 말이 가득 담긴 글을 따라 읽다보면 물풀이 무성한 늪에 사는 쇠물닭의 한살이를 함께 배우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욱 친해지도록 돕는 책이라고 합니다.

이영득 작가는 여러 편의 동화 책을 썼고, 풀꽃, 산나물, 꽃과 풀들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기 때문에 눈여겨 관찰하지 않는 '쇠물닭'의 생태와 성장과정을 담은 생태동화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합니다.


태그:#쇠물닭, #비룡소, #물들숲, #동화,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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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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