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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떨리지만 우아한 소리였다. 불가리아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한 유학생에게 노래 한 곡을 부탁하자, 그녀는 애국가를 선택했다. 덕분에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애국가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그녀는 "'조국'을 위해 투표하자"고 말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와 함께 강남대로에 나온 시민들을 인터뷰할 때였다.

"가족을 대표해서 불가리아에서 투표하러 왔다"

조국 교수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나왔다는 이 시민은 동생과 함께 "투표하자! 투표하자! 1219"라고 쓴 종이를 준비해와 투표를 독려했다. 그녀는 "불가리아에 사는 친척들이 재외국민 투표 신청을 못해 투표를 하지 못했다"며 "내가 친척들을 대표해서 한국에 왔다"고 전했다. 그녀의 동생은 대통령 선거에 관심없는 젊은 사람들이 아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투표합시다! 투표해야 세상이 바뀝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이야기 중인 (왼쪽부터) 오연호 대표기자, 조국 교수, 서해성 작가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이야기 중인 (왼쪽부터) 오연호 대표기자, 조국 교수, 서해성 작가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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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마이TV> 대선올레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와 팝아티스트 낸시랭씨를 만나 투표의 의미를 묻고, 민심을 듣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방송은 분당 서현역에서 열린 안철수 전 후보의 문재인 후보 지지유세와 동인천에서의 문재인 후보 유세 연설 현장을 먼저 생중계 했다.

이후 3시 30분부터 '강남좌파'라 불리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와 함께 강남 거리에서 대선민심을 들었다. 오후 6시부터는 팝아티스트 낸시랭씨를 만나 그녀의 청와대 앞 투표독려 퍼포먼스를 생방송했다. 낸시랭씨를 처음 만난 진행자 오연호 대표기자와 서해성 작가는 그녀의 재기발랄함에 멘붕(멘탈붕괴 : 당황하여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강남대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반고흐전'을 관람하고 조국 교수를 만나기 위해 대선올레를 찾았다. 그는 고흐의 유명한 글귀를 엽서에 적고 "파리를 문재인으로 바꿔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준비해온 엽서에서 "'조국'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변화에서 오겠지요"라 말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투표를 꼭 해야한다"며 "특히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조국 교수도 "투표해봤자 세상이 바뀌겠느냐고 한다. 그렇지 않다. 투표를 하면 세상이 바뀐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을 보라. 전국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 이번 대선으로 그것이 결정될 것이다"라며 "정책을 보시고,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진정성을 따져보십시오. 그러면 그 후보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세상을 바꿔봅시다!"라 말했다.

큐티 섹시 키티 낸시랭 "앙~ 야옹야옹~"

'강남좌파'와의 만남이 시대를 걱정하는 진지한 '유쾌함'이었다면 팝아티스트 낸시랭과의 만남은 직설적으로 말하는 통쾌한 유쾌함이었다. 대선올레는 팝아티스트 낸시랭씨의 개인전 '내정간섭'이 열리고 있는 팔레드서울에서 그녀를 만났다.

'내정간섭' 전은 낸시랭씨가 포털에 뜨는 뉴스에 한줄 댓글을 다는 것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네티즌들이 미국국적자인 낸시랭씨에게 "내정간섭 하지말라"고 비난한 것이다. 낸시랭씨는 개인전의 의도에 대해 "이번 대선이 신나는 대선, 즐거운 선거, 즐거운 정치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정간섭'전의 주제다. 선거가 하나의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투표를 이틀 앞둔 17일 오후 팝 아티스트 낸시랭씨가 청와대 입구에서 <오마이뉴스> '대선올레' 생방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투표를 이틀 앞둔 17일 오후 팝 아티스트 낸시랭씨가 청와대 입구에서 <오마이뉴스> '대선올레' 생방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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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올레팀이 갤러리에 도착하자 낸시랭씨는 "해가 지기 전에 청와대를 배경으로 투표독려 퍼포먼스를 해야한다"며 진행자 오연호 대표기자와 서해성 작가를 청와대로 이끌었다. 가는 길에 낸시랭씨가 말했다.

"대표님, 이거 따라해주세요. 큐티 섹시 키티 낸시 앙 야옹야옹~"
"하하하, 아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아 갑자기 생각이 잘 안 납니다. 멘붕? 박정호 기자가 먼저 해보지."
"아이, 듣고 따라 못하면 멍청한 거죠~ 빨리요."

결국 오연호 대표기자, 박정호 기자, 서해성 작가가 말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순서대로 따라해야 했다.

투표율 77% 넘으면 낸시랭, 비키니 퍼포먼스

재기발랄한 아티스트답게 낸시랭씨는 시종일관 통통 튀는 인터뷰를 선보였다. 그녀는 "투표독려를 위해 투표율 77%가 넘으면 무엇을 할 것인지 공약해달라"는 박정호 기자의 요청에 "진행자들과 함께 비키니를 입고 청와대 앞에서 축제를 벌이겠다"고 답했다.

청와대 사랑채 앞 마당에서 청와대를 배경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퍼포먼스는 경찰의 제지로 청와대 입구에서 펼쳐졌다. 경찰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낸시랭씨와 대선올레팀의 진입을 막았다.

낸시랭씨는 "청와대 분수대까지 걸어가면서 투표독려를 하고 싶었지만 경찰들 앞에서 하도록 하겠다"며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V.O.T.E. 이제 얼마 안남았어요. 청와대 근처입니다. 우리 각하가 사시는 곳이죠. 우리 각하도 퇴임이 얼마 안 남았어요. 퇴임하시면 국민들하고 더 잘 지내시고 우리 코코랑도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18대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가 청와대의 주인이 될까요?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아닙니다. 주인은 바로 국민, 여러분입니다. 사람입니다. 꼭 투표해주시고, 과연 누가 정말 이 나라를 훌륭하고 신나고 멋지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어떤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을 헤아려줄 수 있을까? 마음 속에서 결정내리시고 투표를 꼭 해주세요~ 여러분 많이 힘드셨습니다. 우리가 주인이다!"

분홍색 원피스에 호피무늬 코트를 입은 낸시랭씨는 그녀의 마스코트 고양이 인형 코코샤넬의 사진 밑에 "VOTE" 글자가 쓰인 팻말을 들고 투표를 독려했다. 말을 모두 끝낸 뒤에는 "신나고 흥분된다"며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청와대 부근 '팔레 드 서울' 갤러리에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김대중, 노무현, 김정은 등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은 '내정간섭'전을 열고 있는 팝 아티스트 낸시랭이 17일 오후 <오마이뉴스> 대선 특집생방송 '대선올레'에 출연해 오연호 대표기자, 서해성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부근 '팔레 드 서울' 갤러리에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김대중, 노무현, 김정은 등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은 '내정간섭'전을 열고 있는 팝 아티스트 낸시랭이 17일 오후 <오마이뉴스> 대선 특집생방송 '대선올레'에 출연해 오연호 대표기자, 서해성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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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성 작가는 이런 낸시랭씨를 "말하는 액체"라 평하며 "낸시랭씨는 팝아트 퍼포먼스를 통해 대선을 즐겁게 하는 힘을 준다"고 긍정했다. 이날 낸시랭씨 설명을 곁들여 개인전까지 모두 관람한 "오대표"(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낸시랭씨의 요구에 따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그림 사이에서 이렇게 외쳐야 했다.

"큐티 섹시 키티 재인~ 큐티 섹시 키티 근혜 앙!"


태그:#대선올레, #조국, #낸시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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