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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 함께 '나는 세입자다' 기사 공모를 실시합니다. 가슴 아픈 혹은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사를 기다립니다. 세입자와 관련된 사례라면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반지하나 옥탑방 이야기도 좋고 해외에서 경험한 사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3년째에 접어드는 사회초년생인 나는 3년 동안 4번의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가고자 애를 썼고 그 노력은 늘 나를 사회부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대학교 4학년, 남들보다 조금 빨리 취직이 돼 학기 중에 서울로 올라왔다. 타지에서 처음 생활을 하니 끼니 걱정이 앞섰던 부모님은 하숙을 권했고 경기도 성남에 있는 작은 하숙집에서 나의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아침 저녁을 꼬박꼬박 챙겨주는 하숙 생활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고시원과 다름없는 좁은 방에서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이 산 나는 곧 외로움을 느꼈고 '방'이 아닌 집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목돈도 없고 월세를 내기에는 빠듯했던 월급에 혼자 살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은 '하우스 메이트'였고, 그해 겨울 인터넷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는 하우스메이트 구인 사이트를 통해 직장 근처의 꽤 괜찮은 아파트에 하우스 메이트로 들어가게 됐다.

'방'이 아니라 '집'에 살고 싶다는 소망

집주인은 동갑의 취업준비생이었다. 처음에는 동갑이니 밥도 같이 먹고 운동도 같이 하고 친하게 지낼 줄 알았는데, 바쁜 생활에 서로 그림자처럼 지나다니는 사이가 됐다. 같이 살지만 남보다 못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 취업준비생이 벌써 무슨 수로 돈을 벌어 집을 샀는지, 나와 동갑내기가 집주인이라는 사실도 내가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에 한몫했다.

더 큰 문제는 아파트의 관리비 문제였다. 처음 들어갈 때 말했던 관리비보다 입주 뒤 더 많은 관리비를 요구해왔다. 내가 사용했던 방은 그 집의 가장 작은 방으로, 3평 남짓한 방과 화장실 사용이 전부였던 내게 관리비를 '1/n'로 내자니…. 게다가 겨울철 난방비가 그렇게 비싸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됐다.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는 생각에 대학동기에게 같이 살자는 청을 하게 됐다. 당시 내 동기도 회사 근처 고시텔에 살고 있었다.

동기의 직장은 분당, 내 직장은 강동이라 지하철 분당선이 지나는 지역 내에서 집을 구하기로 했다. 분당선 선릉역을 기점으로 역 주변을 이 잡듯 뒤졌다. 사실 집을 구하기 어려웠던 이유에 역세권을 고집했던 점도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여자들끼리 생활하기에는 교통편이 어중간한 곳에 있는 원룸보다는 지하철 역이 가까이 있는 오피스텔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은 너무 비쌌고,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너무 컸다. 당시 한 부동산 중개자가 "길거리에 있는 전단지에 제 값 적어놓은 곳 없다"며 "안타깝지만 안 좋은 물건부터 보고 좋은 것을 봐야지, 좋은 집부터 보면 뒤에 본 건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고 했는데, 그 말은 진짜였다. 다르게 사치품을 구매한 일도, 특별히 좋은 음식을 먹은 적도 없는데 왜 난 이 집에 살 돈도 없는 것일까.

"집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내가 살 곳이 없어!"

부모님은 보증금을 해줄 형편이 안 된다고 미리 말씀하셨던 터라 손을 벌릴 수도 없었다. 결국 매일 퇴근 뒤 집을 찾다 분당 수내역까지 내려가게 됐고, 염치없지만 사촌오빠에게 보증금 일부를 빌려 마음에 드는 집에 살 수 있게 됐다.

처음으로 혼자 집을 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괜찮은 월세집에 살려면 보증금 1000만 원은 명함도 못 내민다는 것, 보증금 500만 원을 올리면 월세 5만 원이 줄어든다 것…. '500만 원에 5만 원'이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 지금은 또 시세가 올라 이 기준선도 무너졌다고 한다.

요즘 '하우스 푸어'들이 늘어나면서 "지금 집 사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나도 집을 사는 것보다는 먹고 싶은 것 먹고, 입고 싶은 것 입고 살고 싶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쥐꼬리만한 월급에 월세도 빠듯한데 전세, 매매 값을 모을 엄두가 나지 않아 스스로가 합리화한 것일 수도 있다. 월세라도 좋으니 언제쯤 방 두 개짜리 집에 살아볼까. 이사할 집을 구하러 다니다 허탕을 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늘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집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내가 살 곳이 없어!"

애써 냉정해져 보려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덧붙이는 글 | '나는 세입자다' 공모, 응모 글입니다



태그:#월세, #전세, #집값, #하우스푸어,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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