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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류기혁 열사 7주기 추모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류기혁 열사 7주기 추모제.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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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혁, 저는 그만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2005년 9월 4일, 그는 부당해고에 대한 울분을 참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러 버렸네요. 제가 2000년 7월 초에 현대차 내 하청업체에 들어가 일했고, 류기혁은 저보다 3년 뒤에 승용 2공장 하청업체에 들어가 일했습니다. 그러다 2005년 6월 12일 노조 활동을 이유로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당했습니다. 해고 뒤 그는 노조 집회도 참석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해고된지 3개월이 지난 9월 4일, 그는 자결했습니다.

2005년이면 제가 1년을 목표로 매일 출퇴근 시간에 맞춰 1인 시위를 하던 때였습니다. 류기혁은 당시 31세였고, 저는 42세였습니다. 류기혁은 제가 1인 시위를 하고 있을 때 "형님, 수고 많으십니다"라며 함께 서 있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1인 시위를 함께하고 가면서 "형님, 어묵 하나 드세요"라며 포장마차에 함께 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부당해고에 대해 묻기도 하고, 불법파견에 대해서 묻기도 했지만, 사실 당시 저는 아는 게 없어 대답을 잘해주지 못했습니다.

벌써 류기혁을 보낸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월은 참 빠릅니다.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투쟁을 해온지도 8년 째. 하지만 아직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그대로 있고, 현대차는 '신규채용'안을 내 놓고는 불법파견에 대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하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류기혁 열사 7주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7주기 추모제에 참석했습니다.

"그가 떠난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비정규직 노조원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열사광장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서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원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열사광장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서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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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밖에서 열사의 추모식을 해 올해도 그럴줄 알았는데 현자노조의 도움이 있었는지 아니면 현자노조 열사회의 도움이 있었는지 현대차 공장 정문 안쪽에 있는 열사광장에서 추모제를 진행했습니다. 정문 통과를 못할 줄 알았는데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니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추모제는 오후 7시 15분께 시작됐습니다. 주간조·야간조 비정규직 노조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현장에는 정규직 노조 활동가도 여럿 보였고, 부산·울산 열사회도 참석해 300여 명가량이 모인 것 같았습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멀리서는 현대차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류기혁의 사진과 글을 곁들인 큰 현수막이 앞에 있었습니다. 큰 무대 현수막 옆에는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승리한다!'고 적힌 현수막도 보였습니다. 울산 노동자 노래패의 노래로 추모제가 시작됐습니다. 사회자는 "열사정신 계승하여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구호를 외친 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대차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고 류기혁 열사에 대한 약력을 소개했습니다.

류기혁 열사 약력.
 류기혁 열사 약력.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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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투쟁을 시작하고 1년 전 처음으로 류기혁 열사 추모제를 열사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배움터 옥산에서 지낼때 몇몇 동지와 한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정규직 사원증 놓고 추모제 지내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아직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안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내년 또 내년 이런 말을 하지 말고 올해 안에 끝냅시다. 반드시 승리합시다. 동지들!"

힘찬 사회자에 발언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2005년 당시 2공장에서 함께 노조활동을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나와 '류기혁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그리고 영상물로 류기혁 열사와 불법파견에 대한 영상 자료를 상영했습니다. 영상물이 끝나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박현제 지회장이 나와 추모사를 했습니다.

"어느 동지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조직이 확대 안되면 더 좋은 게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게 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모른다 했습니다. 그 동지가 말하길 열사회·해고자·비정규직 이렇게 세 가지가 확대 되는 건 좋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는 10여 년 투쟁하고 있고 지금도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투쟁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노조에 10억 원짜리 손배가압류가 날아 왔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정규직 없는공장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지부 간부도 추모제에 참석했습니다. '세상을 바꾸자'는 등 글자가 보입니다. 그 '세상을 바꾸자'에 '불법파견 철폐'도 들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지부 간부도 추모제에 참석했습니다. '세상을 바꾸자'는 등 글자가 보입니다. 그 '세상을 바꾸자'에 '불법파견 철폐'도 들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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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부지부장이 이어 추모사를 했습니다.

"현대차에 열사가 많습니다. 류기혁 열사는 특별합니다. 불법파견 염원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불법파견 투쟁 종식 원년 만들자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원하청 하나의 힘으로 불법파견 철폐하자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현자노조 12년 임투가 끝났습니다. 이제 특별교섭에 집중하여 사회·정치 이슈화로 불법파견 투쟁 반드시 쟁취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울산지부장이 추모사를 이었습니다.

"노동자에게 억압과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은 앞장서고 있습니다. 현자지부 교섭이 끝나면서 큰 폭풍이 지나간 자리 같습니다. 비정규직 지회가 큰 결단을 했다고 봅니다. 우리 요구 우리 방식으로 쟁취하겠다는 결단이라 여겨집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제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서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투쟁하겠습니다. 서럽고 억울하게 탄압받는 노동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현자노조 열사회 회장이 마지막으로 추모사를 했습니다.

"열사들은 살아 있습니다. 모두 비정규직 투쟁 현장에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입니다. 정규직·비정규직이기 전에 노동자입니다. 함께할 수 있습니다. 투쟁이 있는 곳에 함께 서는 것이 열사정신의 계승입니다. 더 이상 열사를 만들지 맙시다. 지금 우리가 싸워야 열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열사는 우리 가슴에 있습니다.

수많은 비정규직 동지들이 폭력앞에 쓰러져 갔습니다. 하청 특별교섭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미래입니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버텨야 합니다. 그것이 열사정신 계승입니다. 비정규직 투쟁은 정당합니다. 불법파견 투쟁은 정당합니다. 류기혁 열사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류열사의 한을 풀어줍시다. 반드시 신규채용 쓰레기안을 폐기 시키고 정규직화 쟁취합시다."

추모제 하는 옆에 천막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왜 천막을 쳤는지는 알수 없었습니다. 묻고 싶어도 물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추모제 하는 옆에 천막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왜 천막을 쳤는지는 알수 없었습니다. 묻고 싶어도 물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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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가 끝나자 함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류기혁 열사 7주기 추모제는 그렇게 1시간 넘게 진행되다가 끝났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류기혁 열사가 산화해 가신 장소에 가서 간단하게나마 제를 지내겠다"고 했습니다. 추모제 끝나고 정문을 나서는데 현대차 관리자들이 줄지어 서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경비는 제가 나서자 명단을 보며 "변창기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조합원 20여 명은 배움터 건물 옥상으로 가서 간단하게 차례상을 차려놓고 제를 올렸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박현제 지회장은 "열사 뜻 이어 받아 올해는 꼭 정규직화 쟁취 하자"는 말을 남기고 추모제 일정은 모두 끝났습니다. 7년 전 그가 떠오릅니다. 부당해고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법파견이 무엇이고 비정규직이 무엇인지 그가 물었을 때 저도 잘 알지 못해 속시원히 이야기해주지 못했습니다. 순박했던 그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류기혁이가 부당하게 해고된지 3개월 후 이 곳 옥상에서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류기혁이가 부당하게 해고된지 3개월 후 이 곳 옥상에서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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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변창기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 특별취재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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