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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다음 날인 8월 16일 KTX를 타고 대전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대전역 근처에서 회의가 있어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고속버스 대신 KTX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마산역에서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KTX 자유석 표를 구입하여 대전에 가서 회의를 하고 그날 저녁에 다시 KTX를 타고 마산으로 돌아왔습니다.

3G를 지원하는 아이패드 같은 테블릿 PC가 없기 때문에 KTX를 타면 노트북으로 다른 블로거들이 쓴 글도 읽어보고 이런저런 작업을 하는 것을 즐겨합니다.

앞서 지난 7월 4일에 KTX 무선 인터넷이 안 될 때가 많다는 기사를 쓴 일이 있기 때문에 기차를 타자마자 아이폰과 노트북을 켜서 무선 인터넷이 되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관련 기사 : <KTX무선인터넷, 공짜니까 안 돼도 그만?>)

대전으로 가는 상행선 KTX 무선인터넷 접속 장애 화면
 대전으로 가는 상행선 KTX 무선인터넷 접속 장애 화면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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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이폰을 확인해보니 와이파이 안테나는 뜨는데, 실제로 무선인터넷 연결은 안 되더군요. 페이스북을 켰더니 "무선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시 시도하세요" 하는 에러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와이파이 신호는 있지만 실제로 인터넷에 연결은 안 되고 있다는 뜻이지요. 부팅하는 속도가 느린 노트북을 켜고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노트북에서도 KTX 내부의 와이파이망에는 접속이 되었지만, 정작 인터넷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승무원이 지나가길래 불러서 확인을 하였습니다.

"지금 무선인터넷 연결이 안 됩니다."
"예, 고객님 지금 저희 차량에 인터넷 연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거 알면서 왜 고치지 않습니까? KTX 탈 때마다 고장이네요."
"아, 고객님 죄송합니다. 담당하시는 승무원에게 보고하여 차 내에서 할 수 있는 점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승무원으로부터 시스템을 점검을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이미 인터넷 연결을 안 될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외부 인터넷망에 접속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라우터를 끝다 다시 켜봐야 인터넷 연결이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지요.

무선인터넷 접속 장애가 있을 당시 페북에 올린 글
 무선인터넷 접속 장애가 있을 당시 페북에 올린 글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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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에 그 승무원이 다시 왔습니다.

"고객님, 열차 내 라우터를 재부팅 하였지만 인터넷 연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인터넷 안 되는 거 오늘이 처음이 아닙니다. 탈 때마다 대부분 인터넷 연결이 안 됩니다. 제가 인터넷 사용을 못했다고 하는 확인서 한 장 써주세요."
"고객님…, 확인서라니요?"
"마산에서 대전까지 가는데 열차 내 무선 인터넷이 고장이 나서 이용을 못했다고 하는 확인서를 써주세요."
"고객님, 인터넷에 민원을 접수하실 거면 확인서 없이 그냥 하셔도 되는데…."
"아니요, 코레일에 민원 접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서 소송을 하려고 그럽니다. 확인서 써주세요."
"(매우 당황하면서) 확인서 양식 같은 것이 없는데…."
"양식 같은 거 필요없습니다. 그냥 백지에, KTX 탑승하면서 인터넷 사용을 못했다고 하는 확인을 승무원이 해주시면 됩니다."
"예, 죄송합니다. 고객님,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인터넷 담당하시는 팀장님께 먼저 보고하고 대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무선인터넷 사용을 못한 피해를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이니 꼭 확인서를 써주세요."

열차 내에서 무선인터넷을 담당하는 팀장(승무원)에게 보고를 하고 확인서 발급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하였던 그 승무원은 대전에 도착할 때까지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전에 도착할 때까지 그 승무원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확인서를 받지 못하고 대전역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행선 같은 열차, 밤에도 인터넷 접속 장애가 계속되었습니다.
 하행선 같은 열차, 밤에도 인터넷 접속 장애가 계속되었습니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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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산으로 내려 올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저녁에 마산으로 내려올 때 탄 기차는 낮에 마산에서 대전까지 갈 때 탔던 기차와 같은 차였습니다.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갔다가 다시 마산으로 내려오는 기차였습니다.

낮에 무선인터넷 연결이 안 되던 그 열차는 저녁에도 무선인터넷 연결이 안 되더군요. 말하자면 마산을 출발하여 서울로 갈 때 무선인터넷이 고장 났다는 것을 승무원들이 다 알고 있었지만, 서울역에 가서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마산으로 운행하였다는 것이지요.

무선인터넷 정도는 고장 난 채 그냥 운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거나 혹은 무선인터넷 고장을 가지고 따지는 승객이 많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승무원이 오면 또 확인서를 써달라고 할 참이었는데, 마산으로 내려오는 KTX에서는 승무원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일부러 승무원을 찾아가서 만나서 따지고 확인서를 써달라고 하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라 노트북을 켜서 무선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화면을 캡처만 해두고 그냥 내려왔습니다.

결국 그날은 고속버스보다 훨씬 비싼 기차 요금을 물고 대전까지 왕복하였습니다만, KTX 무선 인터넷은 단 1초도 사용하지 못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TX , #코레일, #인터넷, #와이파이,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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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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