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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10년간 방영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각 에피소드를 드라마로 풀어낸 후, 신구 이호재 정애리 등의 배우들이 조정위원회 위원들로 출연해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들을 재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1999년부터 10년간 방영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각 에피소드를 드라마로 풀어낸 후, 신구 이호재 정애리 등의 배우들이 조정위원회 위원들로 출연해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들을 재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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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솔로인 30대 남성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연예인 이혼 기사가 자주 나오는데요. 그럴 땐 전 더욱 외로워집니다. 최근 인기를 끄는 피로회복제 광고를 빗댄다면 "부럽다, 결혼을 해야 이혼을 하지" 이런 심정이랄까요.

그런데 연예인들은 대부분 성격차이 때문에 갈라선다고들 하던데 그게 과연 진실일까요.  법적으로 성격차이만으로도 이혼할 수 있나요. 부부가 살기 싫으면 아무 이유라도 이혼할 수 있나요. 또 1년에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커플은 얼마나 되며, 이혼 사유는 주로 어떤 건가요. 결혼도 안 해놓고 궁금증만 늘어나네요. 그래도 꼼꼼한 답변 부탁드려요. 

이혼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된 이혼문화를 고민하는 남자, '이도남(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글을 올리고 난 뒤 하루 만에 백 건이 넘는 상담 메일을 받았고, 지금도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은 메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메일들을 다 정독을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이혼은 뜨거운 문제라는 걸 느낍니다. 

전체 이혼 중 혼인 기간별 이혼건수
 전체 이혼 중 혼인 기간별 이혼건수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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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쌍, 연간 10만 쌍이 넘는 부부가 갈라섭니다. 그 중 절반 가량은 결혼 10년이 되지 않은 부부들입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이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일생이 걸린 문제인 만큼 법률이나 절차를 제대로 알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기사(<이혼하고 싶으시다고요? 이것부터 보시죠>)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연예인 이혼, '성격차' 내세우는 속뜻은

전체 이혼 중 이혼 사유 비율
 전체 이혼 중 이혼 사유 비율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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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드려야겠습니다. 먼저, 연예인들의 '성격차' 이혼에 관한 문제입니다.

연예인들이라고 해서 쉽게 이혼하고 쉽게 결혼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릴 겁니다. 통계를 낼 수는 없겠으나 아마도 연예인 이혼 비율이 일반인보다 조금 더 높은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연예인의 속성상 자유분방하고 워낙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되다 보니 연예인들끼리는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겠지요. 그런데 연예인들은 이혼을 하면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우리 두 사람은 성격이 맞지 않아 갈라섰습니다. 서로 잘되길 빌어주며 좋은 관계로 남기로 했습니다."

뭐 이런 식이지요. 폭행이나 불륜처럼 불미스런 사건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버린 경우를 제외하곤 연예인들은 공식 이혼사유로 십중팔구 성격차를 내세웁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연예인들만 유독 결혼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괴팍한 성격을 지닌 것도 아닐 텐데요. 부부간의 문제는 은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타인에게 솔직하게 터놓는 것이 쉽지 않을 터라서 그냥 뭉뚱그려 성격차로 포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의 특성상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결점이 있더라도 그걸 드러냈다가는 이전투구가 되기 십상입니다. 결국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일 거라고 봅니다.

연예인들은 이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구설수에 오르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그냥 성격 차이라는 무난한 이혼사유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이 연예인이라도 그러지 않을까요.

일반인 이혼부부 10쌍중 4쌍은 'OO' 때문에 이혼

'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 연재를 시작한 날부터 제 메일함에는 상담 사연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 '이도남' 도와주세요 '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 연재를 시작한 날부터 제 메일함에는 상담 사연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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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반인들의 이혼 사유는 어떨까요. 객관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말씀을 드리는 게 정확할 것 같군요.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라 전체 이혼을 사유별로 따져봤더니 이렇습니다.

▲ 성격차이(44.9%) ▲ 경제문제(12.3%) ▲ 배우자 부정(8.1%) ▲ 가족간 불화(7.1%)  ▲ 배우자의 정신적·육체적 학대(4.7%) ▲ 건강문제(0.7%)

역시 일반인도 성격차이가 1등입니다. 최근 10년간 통계결과도 거의 유사합니다. 이혼 부부 10쌍 중 4쌍은 성격이 맞지 않아서 헤어졌다는 게 믿어지시나요?(다만, 이 통계는 이혼신고를 하는 당사자들이 직접 작성한 서류에 의존한 것입니다.)

다른 자료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11년 한 해 동안 상담소를 찾은 기혼자들의 상담통계를 분석한 자료입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이혼상담 내용은 ▲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42%) ▲ 가정폭력(31.9%) ▲ 남편의 외도(15.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세부적으로 나눠보니 경제갈등, 성격차이, 생활무능력, 장기별거, 이혼강요, 알콜중독 등의 순서였습니다.

남성의 이혼상담 내용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56.7%)가 가장 많았습니다. '아내의 가출'(19.2%)과 '아내의 외도'(15.8%)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는 다시 성격차이, 경제갈등, 장기별거, 생활양식 및 가치관 차이 등의 순서였습니다.

두 가지 통계를 보니 결과적으로 이혼사유 또는 이혼고민으로 성격차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 시점에서 솔직히 얘기해보죠. 성격 차가 없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요. 단순히 성격이 달라서 이혼해야 한다면 저는 아마도 결혼식 날 이혼신고서에 도장을 찍어야 했을 겁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수십 년 전에 진작 갈라섰을 테고 그랬다면 아마도 제가 태어나지도 못했겠지요.

문제는 성격 차이란 말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겁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니 성격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을 뜻한다는데 이걸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내성적이냐, 외향적이냐 이런 차이로 이혼하는 부부는 없을 테니까요. 

성격차 이혼이 많은 까닭을 두 가지로 분석해봅니다. 첫째 다양한 이혼 사유를 뭉뚱그려 성격차라고 적는 경우입니다. 왜 이혼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마치 연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 잘 맞지 않아서"라고 추상적으로 대답합니다. 제일 무난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시가(처가)와의 갈등, 종교 갈등, 성적 불만, 대화단절, 도박·알콜 중독과 같은 구체적인 사유 대신 포괄적으로 성격차라고 말하는 게 편하다는 거지요. 

둘째 성격차이가 발단이 되어 폭행, 외도, 애정상실 등이 이어지면서 가정이 깨지는 경우입니다. 신혼 초에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서로 단점을 보지 못하지요. 그러다가 1년, 2년 지날수록 생활습관, 가치관의 차이가 스트레스가 되고 대화단절이나 폭행, 무시, 모욕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완전히 애정을 잃게 되는 부부도 적지 않습니다.

성격차이만으로 이혼할 수 있다?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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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성격차이만으로 이혼을 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경우를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부부가 갈라서기로 합의했을 때입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했다면, 이유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안 맞아서 못 살겠다는데요. 이때는 협의이혼을 하면 됩니다. 협의이혼은 누구 잘못으로, 무슨 까닭으로 이혼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즉 협의이혼으로는 성격차 이혼이 가능합니다.

만일 한쪽은 이혼을 원하는데, 다른 한쪽은 원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양쪽 다 이혼을 원하더라도 서로 상대방에게 가정 파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복잡합니다.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가정법원에서 이혼할 만한 사유가 있는지,  누가 이혼에 책임이 있는지 법정에서 따져봐야 합니다. 이걸 법에서는 '재판상 이혼'이라고 합니다.

재판상 이혼은 아무 이유로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민법에는 이혼소송을 걸 수 있는 사유 6가지가 나옵니다.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니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1호는 외도를 뜻합니다. 2호는 부부간 동거·부양의무를 저버린 경우이고, 3호와 4호는 아내(남편)가 남편(아내)에게, 장모(시부모)가 사위(며느리)에게 폭행이나 학대 등을 당한 경우를 생각하면 됩니다.   

법만 놓고 보면 성격차이는 이혼 사유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요? 그렇긴 합니다만, '6.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기타 사유')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법원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법원에서 '기타 사유'로 인정한 사례는 배우자의 파렴치범죄(성범죄 등), 합리적 이유 없는 지속적인 성관계 거부, 알콜중독, 지나친 신앙생활,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태도 등이 있습니다. 이것도 결혼생활을 더 이상 못할 정도로 심각해야 합니다.

성격차와 관련된 판결을 찾아봤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보니 "부부쌍방이 상호 이성으로 돌아가 가정을 지속하고 자녀를 양육하고자 노력하여도 부부간의 성격차이와 불화를 극복하고 애정을 되찾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단정되는 경우"에 이혼이 가능하다면서 성격차 이혼청구를 기각(원고패소)한 판례가 있네요.

정반대의 판결도 있었습니다. 성격차이로 불화가 시작되어 아내가 근거없이 이성관계를 의심하고, 남편을 비방하는 투서를 내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도를 하는 등 결혼생활이 어렵자 남편이 소송을 냈는데요. 법원은 더 이상 혼인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이혼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성격차 이혼에 관한한 법원의 판단은 비교적 엄격한 편입니다. 즉 단순한 성격차이는 이혼사유가 될 수 없으며 폭행, 부당한 대우, 외도 등으로 이어지거나 더 이상 혼인이 유지되기 어려운 정도가 되어야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혼방식은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 두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에서 정한 이혼 방식은 협의이혼과 재판상이혼, 두 가지입니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갈라서기로 의견일치를 보았을 때 법원이 최종 확인을 해주는 절차이고, 재판상 이혼은 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6가지)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하는 것입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세 번째 글부터는 여러분의 고민을 본격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남편들에게 드리는 여담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직장생활에 힘든 남편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아내의 날카로운 성격 때문에 같이 살기 힘드시다고요?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혹시 이건 생각 안 해 보셨나요. 집안일에 무관심하고 허구한 날 술에 찌들어 살면서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없고, 자기 힘든 것밖에 모르는 남편의 무심한 성격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는 어떨까요. 피장파장, 피차일반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아니 자주,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연재와 관련해 알려드립니다
연재를 시작한 후 일부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알려드립니다. 저는 변호사가 아니고, 유료상담이나 전화나 면담을 통한 상담도 일절 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중들과 법률 기사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법조전문 시민기자이자 법원공무원입니다. 저는 연재를 통해 이혼을 권장하거나 조장하고픈 의사도 없으며 글을 통해 여러분과 이혼 문제를 터놓고 고민해보자는 것이 오로지 이 연재의 목적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 현재 이혼 문제로 고민 중이거나 부부생활과 관련된 궁금한 점, 그밖에 부부문제, 자녀양육의 법적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저에게 연락주십시오.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고민도 환영합니다. 단 소송중이거나 개인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은 사양합니다. 최대한 자세한 정보를 주셔야 답변에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의 비밀은 지켜드리겠습니다.

보내실 곳 : jundorapa@yahoo.co.kr


태그:#이도남, #이혼, #성격차이, #성격차이혼, #연예인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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