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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도남'님,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대학생이고, 세 자매 중 맏언니 이하니(가명)라고 합니다. 부모님 문제로 걱정이 있어서요. 남사스럽지만 얘기를 꺼내봅니다. 

우리 아버지는 저희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일에 빠져서 사셨어요. 출장이 잦았고, 집을 비우시는 일도 많았습니다. 요즘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들어오시죠. 그렇다고 가정에 소홀하신 분은 결코 아니었어요.

아버지는 집에 오시면 우리에게 애정을 쏟아주시고, 방학이면 가족여행도 다녔습니다. 나름 행복했지요. 어릴 때부터 저희 딸들은 아빠 같은 자상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게 꿈일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우리집에 우울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요즘 들어 부쩍 이혼 얘기를 꺼내는 일이 잦기 때문이죠. 엄마에게 애인이 생긴 뒤부터예요. 엄마는 한밤중에 애인과 통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은밀한 문자도 주고받고 있더라고요. 누가 보더라도 아주 깊은 관계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표현이었어요. 엄마는 딸들(저와 동생들)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알렸고, 급기야 주말이 되면 우리와 함께 만나기도 했죠.

그래선지 엄마는 아버지가 오랜만에 집에 와도 피곤하다며 방에 들어가 버립니다. 그러곤 남자친구와 전화를 해요.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고 거실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다가 떠나시곤 하지요. 최근에 사업이 잘 안돼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엄마가 차갑게 대하는 분위기가 불편해서 그러신 것 같아요.

엄마는 최근에 남자친구가 또 바뀌면서 아예 이혼 결심을 굳히신 것 같아요. '아버지가 자주 집을 비웠기 때문에 별거한 셈이어서 이혼 사유가 된다'는 게 엄마의 주장이죠. 적반하장이랄까요. 엄마에게 애인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아버지만 모르고 계십니다. 아버지가 엄마를 너무 믿는데다가 마음이 너무 약해서 충격을 받으실까봐 걱정입니다. 엄마가 밉기만 합니다.

① 엄마가 이혼 소송을 내면 받아들여질까요. 
② 아빠 대신 제가 엄마를 간통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재판상 이혼의 첫 번째 사유, 배우자의 부정이란...

이하니(가명)씨의 어머니는 남자친구가 있다. 이제 그녀의 어머니는 이혼 생각을 굳힌 것 같다. 답답한 것은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집안에 아버지 혼자라는 것이다.
 이하니(가명)씨의 어머니는 남자친구가 있다. 이제 그녀의 어머니는 이혼 생각을 굳힌 것 같다. 답답한 것은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집안에 아버지 혼자라는 것이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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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없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된 결혼과 이혼을 고민하는 남자, '이도남(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입니다. 세 번째 얘기는 참 안타까운 사연이군요. 애인이 생긴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이혼을 청구하려 한다는 내용인데요.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겠지만, 어쨌거나 착잡하네요. 

일단 법대로 따져보겠습니다. 지난 기사에서 부부가 이혼하기로 합의에 이르렀다면 협의 이혼을 할 수 있고,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재판으로 이혼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법에 나오는 재판상 이혼사유는 여섯 가지인데 그 중 첫 번째는 배우자의 부정(不貞) 행위입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평생 살아간다면 문제가 없겠지요. 하지만 인간의 뇌 구조 탓인지, 호기심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더 나은 이성을 찾으려는 심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애인이나 배우자가 아닌 '딴 남자' '딴 여자'에 관심을 두게 됩니다. 관심까지야 별 상관이 없겠지만, 문제는 진도가 더 나갔을 경우입니다.    

부정행위는 쉽게 외도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요. 어느 정도까지 되어야 이혼 사유가 될까요.

법원은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간통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부정행위인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해 평가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부부 아닌 이성과의 성관계나 이에 버금가는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 접촉(?)은 말할 것도 없고, 사례에 나온 대로 한밤중에 통화를 하고 "사랑해" "보고 싶어" 등과 같은 애정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이혼 사유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함께 모텔에 투숙했다거나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원 판결을 보니 성행위를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성과 동거한 사실만으로 부정행위가 인정된다는 판례도 있었습니다.

외도는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입증하기 곤란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 따라서 문자메시지·녹취·사진·중립적인 인물의 증언 등과 같이 외도를 추단하는 간접증거도 유력한 이혼 자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혼인 파탄 책임 있는 사람, 이혼 청구할 수 없다"

이렇듯 배우자의 외도는 전형적인 이혼 사유입니다. 그런데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직접 이혼 청구를 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입니다. 즉 가정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 즉 유책 배우자가 낸 이혼 소송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외도나 폭행 등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적반하장 격으로 내는 이혼 청구는 도의상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원칙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어지는 판례를 보겠습니다.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된다."

이미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관계가 악화됐고, 상대방에게도 명백한 이혼 의사가 있는데도 보복 차원에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유책 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부부 양쪽에 거의 비슷할 정도로 혼인 파탄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부부 중 한쪽이 이혼청구를 하면, 상대방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맞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소송을 당한 사람(피고)이 반대로 원고가 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반소'라고 합니다. 이때는 소송에서 서로 원고이면서 피고가 됩니다. 법원은 누가 잘못을 했는지, 누구 잘못이 더 큰지를 따지게 됩니다. 만일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다면 이혼이 가능하겠지요.

사례로 돌아가 봅니다. 이하니씨의 어머니가 법원에 이혼소송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버지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혼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부부 별거, 정당한 이유 없을 때만 이혼 사유에 해당"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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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머니의 주장대로 별거(아버지의 오랜 부재)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재판상 이혼사유 중 이와 가장 유사한 부분으로 '배우자의 악의의 유기'를 들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유기'란 부부가 서로 보살필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판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할 때라 함은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부양·협조해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를 뜻한다."

가출이나 별거가 대표적인 경우가 되겠습니다. 상대방을 집에서 쫓아내는 것도 해당되겠죠. 하지만 별거는 별다른 이유나 연락도 없이 집을 나가거나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는 때라야 이혼 사유가 됩니다. 단순히 직업 때문에, 건강상 치료를 위해 부득이하게 별거를 선택한 사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런 사정으로 볼 때 사례에 나오는 어머니가 이혼 청구를 낸다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집을 떠난 것을 별거로 보기도 힘들며,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누구보다 부모를 지켜봐 온 딸들이 잘 알고 있겠지요.

따라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유책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입니다.

딸이 어머니를 형사 고소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딸이 어머니를 간통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형사소송법(224조)에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조)부모나 장인·장모·시부모를 고소할 수 없으니 고소장을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다만 친족간의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예외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간통죄는 법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네요. 다음 글에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외도에 대한 다른 사례와 함께 '간통죄의 허와 실'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끝으로 이하니씨, 부모님 문제가 잘 해결돼 가족 모두에게 행복이 넘치는 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연재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1. 기사에서 언급한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 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 현재 이혼 문제로 고민 중이거나 부부생활과 관련된 궁금한 점, 그 밖에 부부문제, 자녀양육의 법적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연락주십시오.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고민도 환영합니다. 단 소송중이거나 개인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은 사양하며 전화나 면담상담은 하지 않습니다. 보내주신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연재기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보내실 곳 : jundorapa@yahoo.co.kr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상식책 <생활법률상식사전>(2010),<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썼습니다.



태그:#이도남, #이혼, #이혼사유,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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