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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서울을 기준으로 고속버스에 비하면 2배 가까운 비싼 요금에도 가끔 KTX를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1시간이라도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 있거나 혹은 노트북 등을 이용할 일이 있을 때입니다.

KTX 좌석에는 노트북 등을 올려놓고 쓸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고 고속버스처럼 흔들리지도 않기 때문에 노트북 작업을 하기에 편리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전원콘센트를 꽂아 배터리 걱정하지 않고 충전을 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좌석도 많고, 무선인터넷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2012/06/29 - 노트북, 스마트폰 공짜 충전 이렇게 하세요).

그런데 최근 두 달 사이에 서울, 대전, 김천 등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편도 기준으로 7번 KTX 열차를 이용하였는데, 무선인터넷을 정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2번 뿐입니다.

나머지 5번은 승무원에게 접속 장애를 알렸지만 마산에서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혹은 서울에서 마산에 도착할 때까지 끝내 무선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접속 장애가 있을 때마다 승무원들에게 무선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빠짐없이 하였고, 늘 똑같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KTX 열차 내부의 무선인터넷 안내
 KTX 열차 내부의 무선인터넷 안내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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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와이파이 장애...승무원 대답 뻔하다

이제는 KTX에서 무선인터넷이 안 된다고 말하면 승무원이 어떤 대답을 해줄 지 다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5번 모두 똑같은 대답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승무원과의 대화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저기요, 여기 무선인터넷이 안 잡힙니다."
"아~ 네 고객님, 라우터를 점검해보고 재부팅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지나가면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가타부타 아무 말이 없이 그냥 '쌩까는' 경우가 3번 있었구요. 중간에 승무원이 다시 와서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가 2번 있었습니다.

"고객님, 지금 장비를 점검해보았는데 무선인터넷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지금 장비를 점검해보았는데 이 차량만 무선인터넷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다른 차량은 정상작동하고 있는데. 죄송합니다. 고객님."

두 번째 답을 들었을 때는 그럼 다른 차량 다른 좌석으로 옮겨달라고 하였더니 좌석이 만석이어서 안 된다고 하더군요.

코레일은 왜  KTX 열차의 무선인터넷을 이렇게 엉망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요? 또 열차 이용 승객의 크레임에 대하여 이렇게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무선인터넷을 공짜로 서비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KTX 요금에는 무선인터넷 사용요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공짜이기 때문에 승객들이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안 되어도 보상이나 배상을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에는 코레일이 승객들에게 최고 50% ~100%에 이르는 지연에 따른 운임할인권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선인터넷의 경우는 공짜로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상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코레일에서 처음 열차내에 무선인터넷을 도입할 때는 특실에 한 해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였습니다. 일반실의 경우에는 모 인터넷 쇼핑몰을 아이디를 입력하고 이용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무료 서비스로 바뀌었습니다.

KTX 무선인터넷 접속 장애 화면
 KTX 무선인터넷 접속 장애 화면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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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무선인터넷, 공짜니까 안 되도 그만?

그러다보니 코레일 승무원들의 경우에도 무선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 고객들이 '무선인터넷이 안 된다'고 크레임을 걸면 모든 승무원이 늘 "네 점검해보겠습니다." 혹은 "라우터를 다시 부팅해보겠습니다"하고 똑같이 대답하도록 지침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지식이 없어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KTX에서 인터넷이 불통일 때는 늘 위 사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무선인터넷을 찾아서 연결을 시도하면 '무선네트워크 연결'에는 '연결됨'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동시에 '현재 연결 되어 있는 상태'에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음'이라고 나옵니다.

처음 접속하여 한번 이런 메시지가 나오면 그날은 KTX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승무원들이 '점검하겠다'고 대답을 해도 무선인터넷을 점검해서 복구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KTX에서 무선인터넷이 장애를 일으킬 때 인터넷에 접속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제 경험으로는 스마트폰 '핫스팟' 기능보다는 코레일 무선인터넷이 속도도 조금 빠르고 끊임도 적엇습니다.

코레일은 "무선 인터넷은 공짜니까 되면 쓰고 안 되면 쓰지 마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관행을 고치려면 누군가 코레일을 상대로 싸움을 걸어야 하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TX, #와이파이, #코레일, #무선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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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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