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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지역과 창원 지역을 잇는 상습정체 구간인 '봉암교' 정체가 해소되었다고 합니다. 봉암교의 심각한 정체 때문에 '제 2봉암교', 팔용터널, 마산 창원을 잇는 해저터널까지 검토되고 있는 마당에 1억 원도 안 되는 적은 예산으로 '봉암교' 정체가 해소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남도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마산회원구청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봉암삼거리부터 귀산동 방향으로 연결되는 봉암교 800m 도로를 편도 2차로에서 3차로로 증설했다"고 합니다.

 

"예산 7500만 원을 투입해 넓었던 갓길을 활용해 도로를 확장했다. 기존 2m였던 양쪽 갓길을 70㎝로 줄이고, 중앙선 폭을 0.8m에서 0.5m로 줄였다. 또 마산~창원방향 봉암교 1차로 3.2m를 3.1m로, 2차로 3.4m를 3.2m로 줄이고 3.3m짜리 3차로를 확충했다. 창원~마산방향 봉암교는 2차로 그대로이며 도로 폭만 0.1m 줄였다."(경남도민일보)

 

요약하자면 봉암교의 갓 길을 줄이고 마산~창원 방향 차선을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변경하였다는 것입니다. 공사 이후 마산회원구 봉암동 일대가 차량 정체가 대부분 해소되었다는 것입니다. 출근 시간 2~3km씩 밀리던 정체 현상이 크게 해소되어 20분 넘게 걸리던 통과시간이 5~10분으로 단축되었다는 것입니다.    

 

"마산회원구청은 이번 공사로 교통불편이 크게 해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예방과 물류이동시간·유류비용 절감 등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평가하였답니다.

 

봉암교 자동차 상습정체 해소... 자전거는 더 위험천만

 

그런데 현장을 직접 가 보면 이번 '봉암교 정체 해소 공사'는 자동차 우선 교통 정책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왜냐하면 봉암교를 건너는 자동차 상습정체가 해소된 것은 분명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시민은 봉암교를 건너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자전거를 타는 시민 뿐만 아니라 도보로 봉암교를 건너는 시민도 훨씬 더 불편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일을 보도한 지역언론들도 차량 정체 해소만 보도고하고 자전거와 보행자의 위험과 불편이 커진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교통 정책을 수립할 때도 보행자 - 자전거 - 대중교통 - 승용차 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 많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번 봉암교 정체 해소 공사는 오직 차량 정체 해소에만 맞춰져서 자전거 이용자의 위험이 커지고 보행자의 불편은 훨씬 커지게 되었습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이 차선 변경 공사가 이루어진 봉암교 모습입니다. 마산에서 창원 방향으로 3차선 확장 공사가 이루어진 대신에 노란 차선 안쪽 갓길은 폭이 1/3로 줄어들었습니다. 원래 폭 2m였던 갓길이 70cm로 줄어들어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갓길을 통행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4일(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봉암교를 건너는데, 3차선을 이용하는 차량 사이로 주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오른쪽에 있는 인도를 이용하면 될 텐데 왜 위험하게 좁은 갓길을 이용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 사진은 마산-창원 방향 봉암교 진입부입니다. 이 사진은 '봉암교 정체 해소' 공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찍은 사진인데, 창원 시내로 갈 경우 자전거를 타고 봉암교를 건널 때 무조건 폭 2m의 갓길을 이용하였습니다.

 

오른편 가드레일이 설치된 안전한 인도를 이용하는 경우는 두산중공업이나 귀산방향으로 갈 때(봉암교 건너서 우회전) 뿐입니다.

 

 

그럼, 왜 안전한 인도를 이용하지 않고 자동차가 다니는 옆 갓길을 주로 이용하였을까요? 위 사진을 보시면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인도를 타고 봉암교를 건너면 무조건 두산중공업(우회전) 방향으로만 가야 합니다. 가드레일에 막혀서 구조적으로 창원, 진해 방향으로 직진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갓길을 이용해서 봉암교를 건널 수밖에 없었습니다.

 

 

'봉암교 정체 해소' 공사 이전에는 두산중공업(귀산)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교차로를 지나면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직진하는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가 이용할 수 있는 갓길이 있었습니다. 탄력봉을 이용하여 2차선을 주행하는 자동차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분리된 공간으로 자전거 이용자들이 지나갈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공사 이전에도 위험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봉암교를 건너오면 갓길이 두산중공업 방향에서 나오는 차선과 합쳐지기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는 도로의 가장자리로 나가려면 차선 하나를 가로질러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나마 진해나 양곡 방향으로 가는 경우라면 두산중공업 방향에서 나오는 차량 흐름을 보면서 도로 가장자리로 차선을 가로지르면 되었습니다만, 만약 창원공단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경우는 아주 불편하게 방향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인데요. 차량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갓길로 봉암교를 건넌 후에 차량 흐름을 보면서 곧장 좌회전하여 창원공단 방면으로 맨 오른쪽 가장자리 진입할 수 있지만, 차량이 많은 경우에는 진해 방향으로 가서 횡단보도를 두 번이나 건너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자전거 이용자 입장에서 자전거가 자동차 중심의 입체 교차로를 통과하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창원시, 자전거 타고는 봉암교 건너지 말라는건가?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봉암교 정체 해소' 공사로 출근 시간 마산-창원 방향 자동차 정체가 해소된 것은 분명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봉암교를 건너는 것이 훨씬 더 위험천만한 일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2차선에서 3차선으로 확장된 후 차량 흐름이 빨라졌기 때문에 자동차의 속도도 빨라졌고, 70cm로 좁혀진 갓길을 주행하는 자전거는 아찔한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또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70cm의 갓길이 두산중공업방향으로 우회전하는 교차로를 지나고 나면 20~30cm 폭으로 좁혀져서 사실상 갓길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위 사진 아랫쪽 황색 차선으로 표시된 갓길에서 흰색 점선구간을 지나면 다시 황색 차선이 나타나는데, 워낙 폭이 좁아서 이 공간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은 위험천만합니다. 따라서 '봉암교 정체 해소' 공사로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있다는 관계 공무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자전거 이용자의 교통안전은 훨씬 더 위협받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봉암교 정체 해소' 공사는 자동차 정체만 없앴을 뿐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시민은 봉암교 차량 정체 때문에 불편을 겪은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공사 이후에 자동차 흐름이 빨라져 더 위험해졌을 뿐입니다. 자동차 정체를 없애는 것을 최우선적인 교통 대책으로 생각하는 한, '환경수도, 자전거도시'에 걸맞는 교통정책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자전거를 레저용으로만 이용하거나 안전한 곳에서만 자전거를 타라고 하는 교통정책으로는 '자전거 도시'가 될 수 없습니다.

 

'자전거 도시'가 되려면 자동차 통행을 불편하게 하고, 자전거 통행을 더 편리하게 하는 자전거 우선 교통정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자전거 도시'를 내세우는 도시에 맞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정책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자동차, #정체해소, #창원, #봉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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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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