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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명품길을 걷는 여행자들이 늘었다.
 전국의 명품길을 걷는 여행자들이 늘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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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성곽길 걷기는 수원역에서부터

지난 5년 사이, 걷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7년 길을 닦기 시작한 제주 올레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후, 각 지자체마다 길과 길을 연결하고 명소를 개발해 명품길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이런 명품길을 순회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24일 오전 9시 30분, 수원역에 도착했다. 먼저 여행안내소를 찾았다. 지도 한 장을 구하면서 '수원화성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지, 숙박은 어디가 괜찮은지' 물었다. '물론 가능하면 시에서 운영하는 수원화성사랑채가 괜찮다'는 대답을 들었다.

지하도를 지나 1번 출구로 나와 맞닿아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역 광장 정면의 매산로와 정조로가 화성가는 큰길이지만 여행의 묘미를 느껴보기 위해 골목길을 택했다. 바로 향교로와 행궁로다.

향교로와 행궁로 약 2km는 크게 네 구간으로 구분된다. 역전을 시작으로 도청오거리까지에는 약 700미터는 음식점과 주점이 많다. 도청오거리에서 수원향교 끝까지 약 600미터는 인쇄소와 작은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 팔달문까지 가는  600여 미터의 길에는 카페와 옷가게 위주며 마지막으로 팔달문에서 화성광장이 있는 수원화성홍보관까지의 400여 미터는 공방거리로 조성돼 있다.

출발한 지 1시간여가 지난 후 화성성곽으로 오를 수 있는 팔달문 사거리에 도착했다. 우측의 팔달문은 원형 교차로로 차량들이 둘러싸고 있다.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아 먼발치에서만 바라볼 수 있다. 고개를 좌측으로 돌려보면 쉼터와 화장실이다. 쉴 수 있는 공간이기에 반갑다.

관광안내소 겸 매표소는 화장실 건너편에 있다. 그 사이가 성곽길이다. 수원시민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 무료지만 외지에서 온 관람객은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남암문으로 오르는 길 성곽길 중에서 가파른 편에 속한다.

수원화성 성곽길, 본격적으로 걸어보자

수원화성의 성곽 둘레는 약 5km, 걸어서 2시간 정도 걸린다. '보고 느끼며 느리게 걷기'를 실천하는 뚜벅이라면 정해진 시간은 없다. 또, 어디서부터 걸을까도 쓸모없는 고민이다. 성곽 걷기는 우리네 인생과도 같아서 걷다보면 다시 원점이다.

시작 지점인 팔달문 부근에서 산 정상이라 할 수 있는 서남암문까지는 약 300미터. 운동을 위해 쉼 없이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중간지점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겠다. 홍난파 선생의 노래비와 화성을 만들 때 돌을 뜬 자리가 있다. 그 지점이 정상부근에 있는 서남암문까지의 중간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오르던 길을 돌아보면 발 아래로 팔달문이 보인다. 수원화성을 완주하기 위해 지도를 꺼내들고 기준점을 정해본다. 4대문이 이정표지만 성곽길 걷는 여행에서는 각루를 중간 쉼터겸 꼭짓점으로 삼아보자.

각루는 성곽 주위를 감시하고 군사를 지휘하는 목적과 휴식을 취하는 두 가지를 목적을 갖고 있다. 때문에 대개 전망이 좋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각루를 중간지점으로 선택하는 것은 수원화성 걷기여행의 지혜다.

수원화성에는 서남각루(화양루), 서북각루, 동북각루(방화수류정), 동남각루 등 4곳의 각루가 있다. 거리는 서남각루 - (1.13km) - 서북각루 - (1.21km) - 동북각루 - (2.08km) - 동남각루이다.

네 개의 각루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북각루 (방화수류정)
 네 개의 각루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북각루 (방화수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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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각루>에서 '태평천하'를 논하다

서남각루는 팔달산 정상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특이하게 성곽 몸체와 떨어져 있고 용도라는 긴 통로로 연결돼 있다. 성곽길 중에서 가장 특색 있는 길이다. 전시에는 긴박감을 더할지 모르지만 평시엔 산책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하다.

서남암문을 통과해 평온하고 아늑한 용도 200여 미터를 걸으면 만나게 되는 서남각루는 화양루라는 현판을 달고 있다. 가로 세로 각각 5, 6미터의 크기로 시골 정자 같은 느낌이다. 신발을 벗고 올라앉으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날려 보낸다.

가장 호젓하게 앉아 평온한 마음으로 시간을 잊어버릴 수 있는 곳. 넉넉하게 앉아 여정의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태평가라도 부르고 싶어지는 장소. 자리를 털고 일어서 성곽 너머를 보면 수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줄지어 서 있는 노송의 풍경은 이채롭다.

<서북각루>에서 '사랑과 우정'을 논하다

서남각루에서 다시 서남암문을 통과해 서장대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효원의 종은 수원화성길의 색다른 체험거리다. 웅장한 종을 단돈 1000원에 세 번이나 타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이어 곧바로 만나게 되는 서장대, 수원화성의 전망대다. 넓게 트인 시야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화성의 모양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으며 행궁의 모습도 또렷하게 보인다.

서장대를 지나면 내리막이다. 화서문쪽으로 400여 미터 내려오면 아래층은 군불을 땔 수 있게 만들어 놓은 2층 정자 모양의 서북각루를 만나게 된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네 곳의 각루 중에서 가장 아늑한 곳이기 때문이다.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의 모습이 병풍처럼 서북각루의 배경이 돼 준다. 사진촬영에 더 없이 좋은 장소다.

<동북각루>에서 '호연지기'를 논하다

새로운 각루를 만나기 위해서는 다시 성곽을 따라 1.2km 정도 걸어야 한다. 서북공심돈, 장안문, 화홍문을 차례로 지나면 수원천 자락, 좀 높은 바위 위에 걸터앉은 보물 제1709호 동북각루(방화수류정)를 만나게 된다.

단순한 사각형 모양의 각루에 비해 생김새가 좀 특이하다. 평면은 'ㄱ'자형을 기본으로 북측과 동측은 요철모양으로 돌출돼 있어 사방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왕의 자리에 앉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정자에 오르는 돌계단의 정면, 요철 모양으로 생긴 곳이 왕의 자리다.

정조의 활터로도 유명했던 동북각루는 광교산 정기어린 물줄기가 내려와 고여 앉은 둥근 모양의 연못인 용연이 운치를 더한다. 풍광이 아름답고 기상이 살아있는 곳, 동북각루. 호연지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동북각루의 또 하나 특색은 정자 아랫부분의 벽체석면을 벽돌과 석회를 발라 십자모양으로 꾸며놓았다는 것. 걷는이의 시간을 가장 많이 빼앗는 정자이기도 하다.

<동남각루>에서 '인생'을 논하다

수원역에서 성곽길을 돌아 동남각루까지 걸으면 7km를 넘어서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5km 정도 걸으면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수는 적어지며 머릿속은 텅 비게 된다. 쉼터가 그리워지는데 마지막 쉼터로 생각한 동남각루의 모습은 허탈하게 만든다.

동남각루는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른 정자가 모두 누각에 올라 자연을 조망하고 쉴 수 있는 반면 이곳은 포루처럼 사방이 막혀있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이었기에 형태가 다르다'는 설명도 지친 뚜벅이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며 삶이다. 하늘과 맞닿아 있고 발아래 사람들을 두고 천하태평을 노래하던 '서남각루'와 우정과 사랑을 노래하며 즐기던 '서북각루', 빼어난 경치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던 '동남각루'의 행복은 걷기 여행의 끝자락 동남각루에서 마감된다. '영원한 것은 없고 욕심은 끝이 없구나'하는 느낌표 하나를 찍는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설명하자면 책 한권 분량으로도 모자라다. 하지만 답사여행 아닌 걷는 여행에서는 이 또한 짐이다. 발걸음만 더디게 할 뿐. 자유롭게 걸어 느낌 하나 얻으면 그것이 행복인 뚜벅이 여행.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만 찾으면 이제 신발 끈을 풀어도 좋다.

유스호스텔 개념으로 시에서 운영하는 수원화성사랑채는 행궁 앞에 있다. 인근 수원천변에는 통닭거리와 순대타운 음식이 수원화성여행의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 자연하천으로 복원된 수원천도 도심 속의 명품이다.

수원역 관광안내소: 031-255-8424
수원화성사랑채: 031-254-5555

오는 2014년까지 조성이 완료될 수원의 팔색길
 오는 2014년까지 조성이 완료될 수원의 팔색길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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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에는 어떤 길들이 있을까?

수원화성 성곽길 걷는 것을 계기로 수원의 길에 대해 알아보자. 수원에는 오는 2014까지 조성 완료 예정인 총 88.8km의 팔색길이 있다. 자연을 담았으며 내 이웃과 이웃들의 이야기는 물론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모두 담았다. 최근 이 길을 걷기 위한 모임도 생겨났다. (수원걷기 : http://cafe.daum.net/suwonway)

우리나라 성곽건축사상 가장 독보적으로 평가받고 있고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돌아보는 <화성성곽길>과 정조대왕이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현릉원을 참배할 때 왕래하던 <효행길>.

백제시대부터 모수국이라 불렸던 수원의 대표적인 하천인 서호천, 수원천을 따라 도심 속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게 조성한 <모수길>과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다니던 옛길로 호젓한 광교산 숲길과 수원천 수변길을 즐길 수 있는 <지게길>.

천둥오리 백로 등 각종 철새가 사는 자연형 하천인 황구지천과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칠보산 자락길에서 호매실 택지개발내 생태하천인 호매실천을 연결한 생태하천 <매실길>.

광교저수지와 원천저수지를 연결하고 광교공원의 산책로와 음악분수 등을 즐기며 과거 원천유원지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광교수변길을 즐길 수 있도록 광교 택지지구의 녹지축을 연결한 <여우길>.

영통 신시가지의 넓은 보행로와 메타세콰이어 길이 있는 공원과 녹지, 그리고 원천리천을 연결한 녹음이 풍부한 <도란길>. 수원시의 외곽을 연결해 기존의 광교산길과 칠보산길, 원천리천길과 영통의 경계를 둘러보는 <수원둘레길> 등 여덟 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시, #팔색길, #수원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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