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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에는 수원천을 비롯해 서호천, 원천천, 황구지천 등 4개의 하천이 있다. 모두 고유의 가치와 느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 으뜸이 어느 곳이냐고 지역민에게 물어보면 주저 없이 수원천이라 말할 것이다. 풍수지리적 가치 때문이다.

총 14.45km의 수원천은 수원의 진산 광교산에서 시작해 수원의 중심을 흐르면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관통하고, 이후 황구지천과 만나 용주사와 융건릉을 감싸고 독산성을 휘돌아 서해로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별개로 느껴지지 않고 역사 유적지의 부분으로 느껴지는 수원천.

절터약수터 부근 수원천발원지 광교산 절터약수터 부근에는 수원천의 시작점, 수원천발원지가 있다
▲ 절터약수터 부근 수원천발원지 광교산 절터약수터 부근에는 수원천의 시작점, 수원천발원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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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이 으뜸으로 꼽는 수원천... 시작점은 어딜까?

최근 수원시는 수원천 발원지 찾기를 시작했다. 3년 전 민간에서 시작된 활동을 행정에서 검토한 후 시민단체인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에 위탁해 지난 10월부터 전문가, 시민 등이 함께 참여해 진행하고 있다.

물이 '생명의 탄생'과 그 생명이 모여 살면서 문화를 이룬 '문화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볼 때 수원 지역의 역사와 문화 현장을 모두 감싸고 있는 수원천은 수원지역의 탄생과 수원 문화의 탄생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소중한 자산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뿌리와 시작점을 찾는 수원천발원지 찾기는 현재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지난 11월 13일, 전문가 시민 등 30여 명이 모여 최종 결론을 위한 회의를 열었고 앞서 1개월간 2차에 걸쳐 전문가, 시민 합동탐사도 모두 마쳤다.

수원천 발원지 찾기를 위해 모인 이들이 지난 4개월여의 노력 끝에 내린 잠정 결론은, 수원천 발원지를 통신대헬기장 부근을 가칭 '자연적 발원지'로, 절터약수터 부근을 가칭 '문화적 발원지'로 두 곳 모두를 정하자는 데 모아지고 있다.

먼저 통신대헬기장 부근은 하천 최장거리에 가깝고 민간에서 처음 찾아 나섰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인정해 '생명의 태동지'로, 절터약수터 부근 물이 솟는 지점은 3단의 기단 등이 남아있는 절터라는 역사적 장소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는 점을 인정해 '문화의 태동지'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물의 두 가지 속성인 '생명의 탄생'과 '문화의 탄생'이라는 관점에서 최장거리에 가까운 통신대헬기장을 '생명의 탄생'으로, 역사적 장소인 절터약수터 부근을 '문화의 탄생'으로 하는 두 개의 발원지를 갖자는 의견이 중론이다.

절터약수터 부근,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가?

그런데 사실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쪽은 절터약수터 부근이다. '생명의 탄생'으로 보는 통신대헬기장 부근이 황량한 데 반해 '문화의 탄생'으로 보는 절터약수터는 화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절터에 내려오는 두 개의 전설은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절터는 미학사(미약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이 절은 비구니들이 모여 수행하던 사찰인데 어느 날 한 비구니가 아이를 잉태하게 됐다. 낮잠을 자고 있는데 꿈에 학이 나타나 아이를 점지해줬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전설은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한 나그네가 길을 잃고 사찰을 찾았는데 그 사찰에는 쌀이 부족해 스님들조차 끼니를 제대로 잇기 어려웠지만 남은 쌀을 모아 밥을 지어줬다고 한다. 눈이 그치자 나그네는 홀연 떠났고 스님들은 굶을 수밖에 없었는데 하늘에서 쌀자루가 떨어져 보니 학이 쌀을 물어다 주고 있었다. 학이 나그네로 변했다가 다시 학으로 변해 보은했다는 얘기다.

이런 전설 때문에 미학사는 아름다울 미 자를 쓰는 '美鶴'으로 불리기도 하고 쌀 미 자를 써서  '米鶴'이라고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전설 모두 학(鶴)이 등장하는데 학은 우리네 삶과 친숙한 존재로 장수를 의미하기도 하고 격이 높은 선비를 비유하기도 하며 또 입신출세하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길상이다.

미학사는 이런 길상의 의미인 학(鶴)과 더불어 아이를 임신했다거나 쌀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등 다산, 풍요, 번창의 의미도 담고 있어 상서로운 길지(吉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곳의 정기를 받고 솟아오른 물이 수원천을 이루고 수원의 중심지를 흐르며 대지를 적신다는 것은 축복이다.

광교산 계곡에 흐르는 물 광교산 수원천발원지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내려오던 물이 추위에 얼어 있다
▲ 광교산 계곡에 흐르는 물 광교산 수원천발원지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내려오던 물이 추위에 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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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입신출세·다산·풍요·번창을 의미하는 수원천발원지

지난 25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절터약수터 부근 수원천 발원지를 찾았다. 580여 미터의 광교산 턱밑에 자리한 절터약수터 부근 수원천발원지는 두 계곡이 만나 Y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 처음 발견 당시 물은 작은 바위 틈에서 흘러나왔지만 지금은 누군가 다듬어 놓아 옹달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수량은 땅에서 솟아나는 첫 물로는 비교적 많은 양이다. 영하 10도에 가까운 날씨에도 물은 따뜻하다. 정갈하게 손을 씻었다. 얼굴에도 물을 적셨다. 두 손을 모아 물을 떠 목도 축였다. 오가는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낙엽 위에 쌀 한 줌도 올려놨다.

간단히 묵념을 하고 뒤돌아서니 발원지에서 솟은 물은 땅으로 스며들었다가 20여 미터 아래서부터 땅 표면으로 올라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 옛날 비구니 승이 오르내리던 길이였을 등산로를 따라 물길을 오른쪽에 두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물은 좌우측으로 형성된 깊숙한 계곡으로 빨려들어가 멀리 사라졌다. 물과 떨어져 한참 내려오다 보면 나무를 둘러싸고 층층이 쌓여있는 돌무더기가 있다. 누군가의 소원을 담고, 산행의 안전을 빌면서 정성껏 올려놨을 돌들. 그 돌무더기 속 깊은 구석에 그 옛날 비구니승이 올려놓은 돌도 있을 것이란 상상도 해본다.

물을 다시 볼 수 있는 곳은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서다. 절터약수터 쪽 발원지에서 시작된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고 능선을 사이에 두고 양쪽 계곡으로 나뉘어 흘러 내려오다가 능선이 완만해지는 그곳에서 합수된다. 사방댐이 바로 코앞이다.

광교산 입구에 자리한 사방댐 광교산 입구에 자리한 사방댐은 광교산의 정안수(정화수)와 같다
▲ 광교산 입구에 자리한 사방댐 광교산 입구에 자리한 사방댐은 광교산의 정안수(정화수)와 같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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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댐은 광교산을 담고 있는 부뚜막의 정안수

사방댐은 1970년대 후반에 완공된 작은 댐으로 광교산 입구에 있다. 사방댐 끝지점에서 광교산 정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명경이 따로 없다. 물속에 광교산이 고스란히 잠긴다. 또 사방댐은 새벽녘 어머니가 부뚜막위에 올려놓은 정안수(정화수)처럼 보인다. 발원지에서 시작된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다가 사방댐에 모여 정안수가 되고 광교산을 품어 안았다가 천천히 수원화성을 향한다.

수원천 발원지는 아직 푯말이 서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다. 그래서 찾는 이가 드물지만 절터약수터 부근은 장수, 입신출세, 다산, 풍요, 번창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등 흥미로운 요소가 다분해 통신대헬기장 부근 발원지와 함께 광교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는 오는 2013년 3월 이전까지 수원천발원지(통신대헬기장 부근, 절터약수터 부근)를 최종 조사하고 지점을 확정한 후 주변정리와 함께 표지석을 세우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는 계획이다.

▶ 수원천발원지 찾아가는 방법: '통신대헬기장 부근'의 경우 13번 버스 종점에서 공중화장실 뒷길 아스팔트 포장길로 오른 후 정상 부근에서 U자형으로 도로가 꺾인 부근에서 물길을 따라 좌측으로 100여 미터 오르면 된다. 또 '절터약수터 부근'은 절터약수터까지 간 후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하는 지점 근처에서 우측으로 벗어나 계곡을 따라 30여 미터 오르면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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