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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이 일렬로 위치해 있다. 넓은 공항안에서 이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 방콕 국제공항 항공사들이 일렬로 위치해 있다. 넓은 공항안에서 이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 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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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9일 오후 7시에 인천의 하늘을 타고 한국 땅을 떠올라 첫 해외여행의 발을 떼었다. 처음 탄 신기한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받아 먹으며 4시간이 훌쩍 지난 밤 11시 무렵에 태국 방콕 국제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첫 해외여행의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태국의 긴 공항 터널을 빠져 나왔다. 초짜 해외 여행객의 한 손엔 기타, 다른 손엔 무거운 캐리어 가방이 들려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한국말을 못하는 상황에서 환승을 해야한다는 마음의 짐이 가장 무거웠다.

그 무거운 짐들을 가지고 다니며 환승을 해야 했다. 에티오피아 항공사를 찾아가서 티켓을 교환해야 하는데 그 넓은 공항에서 영어로 표기된 표지판들을 더듬더듬 읽어가며 찾아가려니 쉽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환승은 내게 다가온 첫 시련 아닌 시련이었다. 공항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웃으며 물었다.

"Where is Ethopian... Transport, Transport!"

공군 장병이었던 나는 군산비행장에서 근무했다. 그곳에 딸린 주한미공군부대 소속 미군병사들과 간혹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어느 정도 영어 울렁증이 극복된 줄 알았다. 그런데 해외서 실전에 부딪치니 알던 영어도 생각나지 않았다. 공항 직원의 설명을 모두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분의 도움으로 Ethiopian Airline이라는 표지판을 찾고 티켓을 교환하는데 성공했다.

나의 친화력과 적극성 덕분에 첫 시련을 잘 극복했고 한 시간이 넘게 남았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조국의 명예를 지킬 처지가 아니었다.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으면서 머리까지 감았다. 그런데 아차…. 수건이 화물로 보낸 이민가방에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캐리어에서 옷 두 개를 꺼내 수건으로 사용했다. 나름 꼼꼼히 챙긴다고 했지만 구멍투성이! 부족한 나 자신을 꾸짖으면서도 '나중에 이야깃거리가 되고 추억거리가 될 거야!'라고 애써 나를 위로했다.

대기하는 대기실 창문 사이로 나를 하라레로 보내 줄 비행기가 보인다.
▲ 에티오피아 항공 비행기 대기하는 대기실 창문 사이로 나를 하라레로 보내 줄 비행기가 보인다.
ⓒ 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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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꺼내들고 태국 국제공항 풍경을 찍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려고 무선 인터넷을 잡았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인터넷이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겨우 인터넷이 잡혔다. 우선 부모님께 이메일로 태국공항에 잘 도착했다고 알린 뒤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그러나 너무나 느려서 사진을 올리려던 원래의 목적은 포기하고 간단한 내 상황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콕국제공항 면세점을 구경한 뒤 시간이 되어 환승을 위해 출입구로 향했다.

거구의 아줌마 날 좀 살려줘... 초죽음의 8시간 반 비행

환승한 에티오피아 항공의 내 자리는 통로 쪽이었다. 내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옳지 편히 가겠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그런데 아니었다. 비행기가 막 출발하기 직전에 덩치가 나의 두 배쯤 되는 거구의 아주머니가 내 옆에 다가와 "Sorry"라며 덜컥 앉는데 '쿵'소리가 났다. 아마 내 마음속에서도 '쿵'소리가 같이 나서 더 크게 들리지 않았나 싶다.

상상을 돕기 위해 밝힌다. 나의 키는 178cm, 몸무게는 75kg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릎이 닿아 불편했는데 거구 아주머니로 인해 나의 영역을 더 비좁아졌다. 인천공항에서 태국까지의 4시간은 천국여행이었다면 태국에서 아디스아바바 공항까지의 8시간 반은 초죽음 여행이었다.

자리는 좁은데다 기내 서비스는 엉망이었다.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공중에 떠있는 비행기의 안은 매우 건조해서 코와 입이 무척이나 마른다. 그런데 물이 먹고 싶어 스튜어디스를 찾아 두리번거려도 뭐 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싼 비행기는 역시 달랐다. 할 수 없어서 내가 직접 일어나 가서 달라고 했다. 친구에게 얻어 들은 '한국 항공사만큼 친절한 비행기가 없다'는 말을 그대로 체감했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낙천적인 나의 성격은 나의 육신을 비몽사몽의 세계로 인도했다.

아프리카 냄새 물씬 풍기는 옷들이 이렇게 진열되어 있다.
 아프리카 냄새 물씬 풍기는 옷들이 이렇게 진열되어 있다.
ⓒ 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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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에 취한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바람이 불고 어두웠던 한국의 가을 하늘과는 다르게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 여름이었다. 지도상으로 적도에 가까운 아디스아바바는 추위를 모르는 것 같았다. 티켓 교환을 태국에서 다 받아와 티켓교환이 필요 없었던 아디스아바바공항에서는 2시간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정말 내가 아프리카에 와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의 면세점이었다. 방콕의 면세점과는 확실히 다르게 아프리카 냄새 물씬 풍기는 옷이나 가죽제품 그리고 목조인형 등이 선반 위에 진열되어 있었다. 스카프의 색도 아프리카의 색을 입었다. 원색적인 색깔을 가득 품은 스카프나 옷들은 내가 아프리카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이제는 초보 여행자의 두려움보다 두 번씩이나 비행기를 탔고, 공항이지만 외국의 땅을 밟아본 나름 경험자로써의 설렘을 가지고 면세점을 이리저리 돌아 다녔다. 짠돌인데다 돈이 없는 내가 외화를 낭비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맘에 들면 살 수도 있으련만 점원은 졸음을 쫓는 아침 손님이 귀찮았던지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25시간 걸려 도착한 아프리카 짐바브웨

규모가 작아서 수속하는데 오래걸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하라레 국제공항.
▲ 하라레 국제공항 규모가 작아서 수속하는데 오래걸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하라레 국제공항.
ⓒ 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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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에서 짐바브웨 하라레 국제공항을 향한 비행기에 탔다. 또 다시 4시간이 걸리는 비행이다. 그러나 그 전에 오랜 시간의 비행을 견뎠기에 곧 도착하겠거니 생각할 수 있었다. 여유가 생긴것이다. 오, 감사하게도 이번엔 옆자리에 아무도 없어서 다리를 편하게 옆으로 벌리고 갈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하라레 공항까지는 대기 시간과 비행시간까지 모두 합쳐 거의 25시간이 걸렸다. 자그마치 하루 하고도 한 시간이 더 걸려서 목적지인 짐바브웨 하라레 공항에 도착했다. 첫 여행치고는 너무나 멀고 잔인한 거리였지만 젊기에 충분히 재밌었던 비행시간이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짐바브웨의 첫 인상은 메마르고 건조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는 계절 탓인지 공항에서도 마른 공기가 느껴졌다. 여행 비자를 받고 입구를 통과해 짐을 찾으러 갔다. 여행자들의 짐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려서 돌고 있었다. 1인당 허용된 수화물 짐은 40kg 그리고, 기내 10kg 정도다. 그런데 내가 가져온 모든 짐은 기타를 포함해 거의 80kg 가까이 됐다.

그런데 초과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 비결은 나의 국제 비즈니스 덕분이었다. 나는 손짓, 발짓, 눈짓으로 스튜어디스 누나들과 항공사 직원들에게 아부를 떨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초과 달성한 짐을 모두 트레일러에 싣고 공항 문을 나섰다. 하라레공항은 국제공항임에도 불구하고 아담했다. 그래도 인천공항처럼 거대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아담한 규모가 왠지 모르게 편안하게 다가왔다. 마중 나와 주신 한인교회 집사님 차를 타고 짐바브웨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한국 공기랑은 맛이 좀 다른데!'


태그:#짐바브웨, #여행기, #하라레,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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