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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에 도전하는 민주통합당 소속 시흥지역 두 현역의원
▲ 백원우 조정식 3선에 도전하는 민주통합당 소속 시흥지역 두 현역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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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남부벨트를 형성하는 경기도 시흥은 독립선거구가 된 14대 총선 이후 단 한 번도 새누리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이다. 그래서 흔히들 야권의 '텃밭'이라고 한다.

14대와 15대 때 고 제정구 의원이 당선했고, 16대 역시 당시 새천년민주당 박병윤 후보가 당선했다. 선거구가 두 개로 나뉜 17대 때는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백원우 의원과 조정식 의원이 당선했고, 이들은 18대에도 나란히 승리했다. 결국 이 지역에서 20년째 민주당 '철옹성'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 의원 모두 이번 19대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한다.

새누리당은 시장과 시·도의원 선거에서는 몇 차례 승리했지만, 유독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힘을 못 썼다. 14대 이후 18대까지 5연패를 당한 셈인데, 이번만큼은 한 곳이라도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흥은 빈민운동가였던 고 제정구 의원의 영향력이 컸던 지역이다. 그는 1999년 타계했지만, 지역에서는 '제정구 정신'이 심심찮게 거론된다. 백원우·조정식 의원 모두 제정구 전 의원 밑에서 보좌진을 하며 정치를 배운 '제정구 키드'다.

선거 초판 판세에는 여야의 이견이 없다. 두 지역구 모두 민주당 '우세'로 분석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쪽 관계자들은 "만년 야당 도시에 대한 주민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역 현안에 관심을 안 두는 현역 의원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어 적어도 1곳 정도는 탈환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18대 총선에 맞붙은 주자들이 다시 한 번 격돌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백원우·조정식 의원에 맞서 새누리당은 당협위원장으로 4년간 지역 관리를 해온 함진규·김왕규 후보가 모두 다시 공천을 받았다. 지난번에는 패했지만 두 번째 대결은 다를 것이란 게 두 후보의 각오다. 이들은 거친 공세를 벼르고 있다.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들도 있으나 유력 후보들의 당선을 위협할만한 파괴력은 없다는 게 여야의 일치된 평가다.

[시흥갑] 두 번째 맞대결, 치열한 접전..."이겨도 힘겹게 이길 것"

새누리당 함진규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경선을 앞둔 민주통합당 백원우, 통합진보당 주영경 후보
 새누리당 함진규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경선을 앞둔 민주통합당 백원우, 통합진보당 주영경 후보
ⓒ 후보 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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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발표된 지방 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원우 민주당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15% 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하지만 다른 지역 신문의 여론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함진규 후보가 백 후보를 포함한 야권 단일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민주당 백원우 후보 진영은, 이번에도 승리를 전망하지만 지역 내 분위기는 안심하기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백 의원이 중앙정치에만 신경 쓸 뿐 지역에 소홀했다는 여론이 엿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함진규 후보와의 표차가 1266표 박빙이었던 점도 부담이다. 

새누리당 함진규 후보 측은 "지난 4년 동안 지역에서 적극 활동해 온 덕분에 반응이 좋다"며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백 의원이 지난 8년 동안 지역에서 한 일이 없고, 재도전하는 여당 후보로서 지역 내 인지도도 떨어지지 않아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함 후보측 주장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백 의원이 지역에 소홀히 하는 사이 함진규 후보가 여당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서 왔기에 이번 선거는 지난번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도 "백 의원이 지역 현안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뉴타운 지정 지역을 해지해 달라는 여론이 높은데도 이를 뒤늦게 대처했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부랴부랴 도지사를 쫓아가는 등 백 의원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야권 후보단일화가 되더라도 여유 있는 상황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시흥이 야권 텃밭이라지만 지역 분위기를 볼 때 결코 유리한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소리치다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는 백원우 의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소리치다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는 백원우 의원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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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의원 측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맞서 지역민과의 접촉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큰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백 의원 측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백 의원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는 분들은 '지역에서 뭐 했느냐'는 말을 안 한다"며 "시흥 대표가 중앙무대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운함을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지역민과 직접 부딪혀 보니, 반응이 나쁘지 않고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쪽은 백 의원이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 때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라"며 공개적으로 항의한 것에 대해 "지역 발전이 더뎌지고 있는 원인"이라며 물고 늘어지려는 태세다. 국가 원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지역 예산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 야권 관계자는 "단순한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당시 행동에 대해 속 시원해 한 사람이 많고, 지역 국책 사업에 영양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일축했다.

시흥에서 20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는 "지역 활동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새누리당 쪽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그래도 백원우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이겨도 아주 힘겹게 이길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19대 총선 공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경선 없이 공천을 받았지만, 본선 진출에 앞서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치러야 한다. 상대는 통합진보당 주영경 후보로 제정구 의원 보좌관을 지낸 '제정구 패밀리'의 일원으로 백 의원에게는 선배다.

주 후보는 민주당 경기도의회 의원과 열린우리당 시흥시당협위원회 회장 등을 역임한 도시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지역 신문사 사장으로 있다가 통합진보당 후보로 선거에 뛰어들어 백 의원과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됐다. 

[시흥을] 이념공세 펴는 새누리,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여유'

유권자들과 만나는 새누리당 김왕규 후보. 3.1절 행사에 참석해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는 조정식 의원
 유권자들과 만나는 새누리당 김왕규 후보. 3.1절 행사에 참석해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는 조정식 의원
ⓒ 후보 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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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들의 국회 진출을 막아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옛날 민주당이 아닌 오합잡탕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좌파성향이 강하다. 한미FTA 폐기와 해군기지 문제를 거론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은 국가 정체성에 문제가 된다."

14일 만난 새누리당 김왕규 후보는 이념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초반 판세가 불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초반 불리함이 있지만 당 대 당 싸움이라 가봐야 안다"면서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많다"고 주장했다.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로 나선 그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교통, 복지, 교육, 환경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조정식 의원이 공약 이행을 제대로 안 했고, 지역 현안인 서울대 국제캠퍼스 유치 문제도 양해각서만 몇 번씩 체결했을 뿐 정작 부지 매매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다"며 "조 의원이 큰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야권은, 시흥갑과 비교할 때 시흥을이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흥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볼 때 현역 의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진행중인 국책 사업에 차질이 생긴 것도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민주당 쪽 우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 측은 "공약 이행 실적이 우수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새누리당 쪽이 쓸데없는 '딴지'를 거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조정식 의원은 지난 2월 법률소비자연맹으로부터 18대 국회의원 공약이행 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다. 이 단체의 평가결과에 따르면, 조정식 의원의 공약이행률은 84%로 전체 국회의원 평균 공약 이행률 59%보다 많이 높다.

조 의원 측 관계자는 "서울대 유치 및 군자지구 개발 등 국책 사업 공약에 대해 처음에는 '설마 되겠어?'라고 조소를 보내던 새누리당도 이제는 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다"며 "3선이 되면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 측은 "올해 부분 개통 예정인 수인선 전철도 실상은 더 빨리 개통될 수 있었지만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전용하면서 예산 확보가 안 돼 늦어진 것"이라며 지역 개발이 더딘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렸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 쪽이 시장을 맡았을 때마다 비리 혐의로 보궐선거가 열려 시 재정이 파탄났다"며 "이에 대한 책임 의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김왕규 후보 측을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성하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총선, #시흥, #백원우, #조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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