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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후보라면 누구나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서 기를 쓴다. 그런데 토론회라는 중요한 홍보의 자리를 걷어차고 고향으로 내려간 이상한 후보가 있다.

지난 3월 5일 <오마이뉴스>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민주통합당 청년대표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경선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1부의 20대 여성 후보자 토론에 이어 2부에서는 30대 여성후보가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장하나 후보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2차 토론회의 2부에서는 이승연, 박인영, 이여진 등 30대 여성 후보 3명이 토론을 벌였다. 

<오마이뉴스> 초청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30대 여성 토론회에 참가한 이승연, 박인영, 이여진 후보(사진 왼쪽부터) 장하나 후보는 불참했다.
▲ <오마이뉴스> 초청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30대 여성 토론회 <오마이뉴스> 초청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30대 여성 토론회에 참가한 이승연, 박인영, 이여진 후보(사진 왼쪽부터) 장하나 후보는 불참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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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후보는 이날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있었다. 토론 사회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장 후보의 불참에 관해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제주시대책위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장하나 후보는 해군의 구럼비 해안 발파 신청 허가가 떨어지는 등 긴박한 상황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누리꾼들은 '구럼비의 정치인 14명'이라는 제목으로 장 후보와 함께 이정희(통합진보당), 정동영(민주통합당), 현애자(통합진보당), 최재천(민주통합당), 홍희덕(통합진보당), 조성주(통합진보당), 김종민(통합진보당), 김재연(통합진보당), 박연주(민주통합당), 전우홍(진보신당), 김재윤(민주통합당), 강창일(민주통합당), 김우남(민주통합당) 등을 소개하며 격려했다. "가장 먼저 구럼비 발파 현장으로 달려가 강정마을 주민들의 편에서 해군의 발파작업에 항의하는 행동에 나선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이후 한명숙 대표와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들도 구럼비 현장을 찾는 등 정치인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트위터상에서 [구럼비의 정치인들14]라는 제목으로 해군의 발파작업을 막기위해 강정마을로 달려간 14명의 정치인들을 격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 [구럼비의 정치인들14] 트위터상에서 [구럼비의 정치인들14]라는 제목으로 해군의 발파작업을 막기위해 강정마을로 달려간 14명의 정치인들을 격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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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은 지난 7일 구럼비 해안 부근 첫 발파 작업 이후 3일째 발파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공사 중단 행정명령 예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되는 공사에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장 후보는 9일도 트위터를 통해 전국의 누리꾼들에게 구럼비 발파에 저항하는 강정마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날 9시 55분에 강정마을 주민들과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평화활동가들 20여 명이 구럼비 해안을 가로막은 펜스를 뚫고 진입한 상황과 10시 28분에 이들이 무단침입으로 서귀포 경찰서에 연행된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강정의 소식을 알리고 있다.

장하나 후보가 트위터를 통해 강정소식을 전하고 있다,
▲ 장하나 후보 트위터 장하나 후보가 트위터를 통해 강정소식을 전하고 있다,
ⓒ 장하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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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주 강정 마을 현장에 있는 장 후보와 전화 통화를 했다. 사실 장 후보 '깔때기'성 기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인터뷰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대다수가 구럼비 바위가 발파되는 그 시점에 강정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강정으로 달려갔다는 사실이다.

장 후보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청년비례후보들에게 감동을 받았다"며 모든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을 칭찬했다. 후보 선출을 앞두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것에 대해 갈등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강정을 지킬 수 없다면 정치하는 의미가 없다" 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정으로 와 줄 수 없겠느냐'는 동료의 말에 미련없이 왔다"

-지금 강정마을의 상황은 어떤가?
"6일 서귀포경찰서로부터 화약사용이 승인되고 7일부터 시작된 발파작업이 3일째 계속되고 있다. 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하며 31일째 단식농성중인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발파 이후에는 물과 소금도 끊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서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하여 가톨릭 신부님들이 구럼비 해안에 설치된 철제 펜스를 넘어 구럼비 바위까지 접근했다. 지금은 20여 명이 서귀포 경찰서로  연행된 상황이다. "

-화약운반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나?
"선체 좌우 길이가 50M도 넘는 군함에서 고속단정이라고 불리는 검은 보트로 화약을 해안가로 운반하고 있다. 해경들은 이를 지켜보고 있다. 화요일 이후 3일 동안 화약보관 창고 앞을 지켰다. 시공사가 서귀포 경찰서에 신고한 내용과 다른 경로로 화약을 운반하는데 경찰이 이를 사이카 등을 동원해 호위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3월 5일 <오마이뉴스> 2차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초청토론에 불참했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인데, 갈등하지는 않았나?
"약속했던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한 점은 죄송했다. 그러나 갈등은 거의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준비하면서 2월 한 달을 계속 서울에 있었다. 단순하게 지방이라면 일정이 끝나고 KTX라도 타고 돌아가면 될 텐데, 나 같은 경우는 제주도라서 쉽지 않았다. 그러던 사이 강정의 상황이 많이 악화되었다. 지금의 발파 위기 직전까지 언론에 상황이 잘 전달되지 못했다. 발파 직전까지 2달 동안 약 200여 명의 주민과 활동가가 연행되었다.

2월 29일 국무총리실에서 공사강행 기조를 밝히고 발파신청이 접수되고 발파가 임박했던 3월 5일까지 평소 활동가 50~60명이 상주하던 마을에 남은 활동가가 14~15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모두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시기였다. 그러던 중 강정에 남아있던 가장 친한 활동가의 전화를 받았다. 토론회와 선거운동도 중요하지만 여기로 올 수 없겠느냐고. 그때 강정을 지킬 수 없다면 정치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 관계자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로 떠났다."

-장 후보가 내려 온 것에 대해 강정마을의 반응은 어땠나?
"여기서는 주변 지인들을 "삼촌"이라고 부른다. 삼촌들이 잘 왔다고 격려 해줬다. 마음도 편해졌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16명에 포함된 것을 두고 마치 장원급제 하고 금의환향한 사람을 대하듯 나를 맞아 주셨다."

"청년비례대표 후보들 대다수가 강정마을행...감동"

-트위터에서 '구럼비의 정치인 14명'이라는 제목으로 누리꾼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정말인가? 그런데 제게만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불편하다. 여기에 내려오고 나서 함께 하는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에게 너무도 감동을 받았다. 나야 원래 이 곳 제주가 활동무대인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청년비례후보들이 하나같이 자기 일처럼 일정을 미루고 강정으로 와준 것이다. 모두 강정의 아픔을 함께하려고 했다. 통합진보당의 조성주 후보와 김재연 후보도 만났다. 박지웅 후보와 박은철 후보는 과로로 몸이 아파서 먼저 올라갔지만, 성치훈 후보와 성나경 후보를 비롯하여 6명이 이곳에서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 최종선출이 진행되는 일요일까지 함께할 계획이다."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선출 투표가 진행 중이다. 당선될 가능성은? 당선된다면 이후 어떤 정치를 펼쳐갈 것인가?
"당선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한 것이 없어서 당황스럽다. 정치에 대한 마음가짐도 여전히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다만, 또래들보다 일찍 현실정치에 나섰던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 대학을 마치고 바로 제주도로 내려왔다. 풀뿌리 지역정치를 일구기 위해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대중적으로 풀어가고자 민주당을 선택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과도 지역에서 함께 활동했다. 진보정당이나 시민사회에서는 저보고 당적이 이상하다고 하고, 당에서는 제 고민이 과격하고 이상적이라고 한다. 이상한 캐릭터다.

그렇지만 이번에 청년비례대표 후보들과 만남 속에서 2030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 2030 정치세력화 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차이와 다름에 집착하는 선배들에 비해 우리세대는 공동의 가치에 훨씬 쉽게 합의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2030 정치세력화의 맏언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태그:#청년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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