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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불법파견 판결후 매일 아침 7시 출근 집회를 합니다.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후 매일 아침 7시 출근 집회를 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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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법원 법정에서 현대자동차 안에서 원청에서 제공한 사무실을 두고 일 할 사람을 모집하여 현대자동차 라인에 투입시킨것은 불법파견 이라는 최종판결이 났습니다. 저는 대법 최종판결이 나기 전부터 매주 수요일 17시 30분에 하는 항의 집회에 자주 가보았습니다. 현장탄압이 극심하게 진행되면서 집회에 나오는 노동자 수는 자꾸만 줄어 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탄압을 당해본 터라 잘 알고 있습니다.

2월 29일 수요일 17시 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는 오래간만에 특별한 항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23일 대법원 최종판결 나고 6일 만에 규모가 큰 그런 집회가 열리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매주 수요 집회 였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도 금속노조도 민주노총도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오늘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불법파견 철폐 집중집회가 있으니 조합원 동지들은 모두 참석 바랍니다'

오래간만에 노총차원에서 하는 집회라 기대를 많이 하고 갔습니다. 기대보단 적게 나왔으나 그마마 제 눈엔 400여 명 넘어 보이니 좋았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지회에선 전주, 아산과 함께 3지회가 모였고 현대자동차 노조에서도 많이 모였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시름이 사르르 녹는듯 하였습니다. 최종판결도 났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도 힘을 보태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도 조금만 더 힘을 쏟는다면 좋은 일이 생길것도 같으며 저에게도 희망으로 다가 옵니다.

저도 같이 합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저도 같이 합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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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여전히 두꺼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습니다. 불법파견에 대한 반성도 없고 불법파견까지하며 부당하게 차별한 노동자에 대해 사과할 뜻도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듯 하였습니다. 오늘 집회가 참 의미 있었던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사회자가 최병승씨와 전화 통화를 시도한 것 입니다. 최병승씨 목소리가 나오자 박수와 함성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최병승, 동지들께 힘차게 인사 드립니다. 투쟁~ 우리가 바라는 비정규직 없는 공장 만들어 갑시다. 의제와 의무는 회사가 만든 논리입니다. 이번 대법 판결은 모든 사내 하청에 대해 불법파견을 판정내린 것 입니다. 모두 떨쳐 일어나 정규직화 이뤄 냅시다."

최병승씨는 통화 도중에 기침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통화를 하였습니다. 지금 어딨을까요? 어디 잘 있다는 소문은 들어 알지만 여기다 발표는 못할거 같습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다음엔 문용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지부장이 나와 연설을 하였습니다. 문 지부장은 "대법원 판결은 2년 이상 정규직으로 간주한다"고 대법원 판결문을 인용하며 "수십년 착취하고 차별해 온 것에 대해 현대차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2004년 부터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되었고 8년 세월이 되었다"며 "이제 비정규직 문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 했습니다. 이어 말했습니다.

"우리가 불법파견 문제를 푸는데는 조건이 있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 반드시 성사 되어야 합니다. 고립된 투쟁이 아니라 함께하는 투쟁을 해야 합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맙시다. 아직 조직화 되지 않은 노동자에게 다가가 조직하고 이해 시켜야 승리 할수 있습니다. 함께 승리하는 투쟁 하겠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선 매주 수요일 17시 30분 집회가 열립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선 매주 수요일 17시 30분 집회가 열립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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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 연대가라는 노동가요를 부른 후 마지막으로 김정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와서 연설을 하였습니다.

"전 집행부가 자진 사퇴하고 1년이나 비대위 체제로 운영해 왔습니다. 2010년 때 시티에스 연대투쟁에 대한 고마움으로 우리도 청소노동자,한진조선,서울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활동을 해왔습니다. 지금 비대위 체계로는 이 난국 헤쳐나가지 못합니다. 우리 해고자들 고생 많습니다. 1인 시위도 하고 지역 집회도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정규직화 투쟁을 해나가려면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선관위를 꾸릴 것이며 새로이 집행부도 구성하고 대대적인 조합가입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 입니다. 우리 함께 힘모아 정규직화 승리 합시다. 오늘부터 시작 입니다"

19대 국회에서 비정규직 폐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9대 국회에서 비정규직 폐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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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연설이 끝나고 불꽃을 태웠습니다. 1시간 후 수요 집회는 끝났습니다. 집에 오면서 저는 2년 전 일이 생각 났습니다. 벌써 2년이 다가 옵니다. 2년 전 그때 저는 정리해고 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2009년 말 갑자기 하청업체 대표가 바뀌었습니다. 업체소장이 와서 비정규직 노조 탈퇴해야 계속 일할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자식과 함께 먹고 살려고 노조를 탈퇴 하였습니다. 그런데 3개월 후 정리해고 당하고 말았습니다. 황당하고 억울했습니다.

"사람 뽑으면 다시 부를테니 걱정말고 우선 다른 일자리 찾아 다녀요."

하청업체 대표는 저를 정리해고 하면서 그랬습니다. 저는 그때 다른 일자리 구해서 우선 먹고살다보면 다시 불러 주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다되어 가도록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작년 가을쯤 우연히 만난 하청업체 소장에게 일자리 달라고 요청해 보았지만 이런 대답이 돌아 왔습니다.

"노조에 가입하고 현대차를 상대로 집단소송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누가 써 주겠어요?"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정규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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