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도는 하나님과 대화하는 영적인 호흡이다. 그렇다고 하나님을 얼레고 달래서 소원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그 뜻을 좇아 세상을 살아갈 힘을 구하는 것이 기도다. 하나님의 뜻이 내 삶에 실현되도록 나를 온전히 내어드리는 것 말이다. 그것은 예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에 함축돼 있고, 십자가를 지기 전에 그 진수를 보여줬다.

 

물론 어린 신앙인들은 하나님을 미신처럼 숭배한다. 기도도 그 수준에 머물러 하나님께 간청만 하고 끝내버린다. 온통 자기 욕구를 아뢴 채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에 따라 응답을 받으면 기뻐하고, 응답을 받지 못하면 못내 씁쓸해 한다. 하지만 성숙한 신앙인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데 집중한다. 그만큼 모든 주권을 하나님께 내어 드린다. 그로 인해 A를 구했을 때 A나 B나 C를 응답받아도, 또는 무응답을 받아도 감사하며 산다.

 

제자 하나가 기도에 관한 책을 보내왔다. 전주태평교회 시절의 중고등부 제자였는데 지금은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섬기는 선생이다. 그가 보내 온 책은 래리 크랩의 <파파기도>였다. '파파'라고 하니 언뜻 생각하기를 '아빠'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다. 아버지를 향한 기도가 파파 기도요, 무언가를 간청하기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기도인 까닭이다.

 

"파파 기도는 내 영혼에 하나님이 기쁘게 채워 주실 여백을 만드는 방법이며, 나의 내면 세계에 잔뜩 쌓아 놓은 쓰레기를 청소함으로써 하나님이 그 분의 진실(reality)로 나를 채우시게 하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 하나님이 이미 내 안에 부어 주신 거룩한 에너지와 지혜로써 다른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도 파파 기도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본문 40쪽)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여백을 만드는 방법이란 나를 비우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달리 말해 내가 이루고픈 욕망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의 주권 앞에 나를 내어 놓는 일이다. 그때 그 분이 내 속에서 실제적으로 역사하실 수 있다. 그 힘과 지혜로 수평적인 삶도 잘 엮어나갈 수 있다. 이른바 '십자가의 도'를 이루는 기도가 그것이다. 크랩은 그와 같은 파파 기도의 구체적인 방법을 네 단계로 제시한다.

 

"P: 자신을 꾸밈없이 하나님 앞에 내어 놓으라(Present).

 A: 당신이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의주시하라(Attend).

 P: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로 막는 것은 무엇이든 쏟아 놓으라(Purge).

 A: 하나님을 당신의 '1순위'로 여기고 나아가라(Approach)." (본문 109쪽)

 

이 책 뒤쪽에서 크랩은 4분짜리 파파 기도를 실제적으로 소개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도할 수 있는 내용이 그것이다. 그게 기반이 되면 매 순간순간 파파 기도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사항은 이것이다. 하나님보다 그 어떤 것도 위에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만을 '1순위'로 올려드리는 기도여야 함을 강조한다.

 

사실 신앙인들은 하나님에 대해 여러 이미지를 품고 있다. 바쁜 왕, 시계공, 자동판매기, 근엄한 아버지, 또는 잔인한 폭군과 같은 여러 유형들 말이다. 이른바 하나님은 세계 70억 명을 다 둘러봐야 하는 바쁜 왕이거나, 이 세상을 창조하신 뒤 잘 굴러가는지 지켜보는 시계공이거나, 뭔가 요구하면 뚝딱 쏟아줏는 분, 혹은 범접할 수 없는 하늘의 아버지, 어렸을 때 받은 상처 속에 각인돼 있는 잔인한 군주 등이 그 모습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와 같은 유형들 외에 몇 가지 모습을 더 제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친근한 아버지, 다시 말해 모든 것에 부족함 없으신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해 가는 것 말이다. 이 땅의 크리스천들은 이제부터라도 자동판매기를 연상하는 기도에서 탈피해 하나님과 세상과의 바른 관계를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래리 크랩의 파파 기도 - 전에는 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도

래리 크랩 지음, 김성녀 옮김, IVP(2007)


태그:#기도, #자동판매기, #래리크랩의 파파기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