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경 봉암사 입구에 들어서니 원추형의 흰 바위 봉우리가 시선을 압도한다. 이 거대한 흰 바위를 보는 순간 티베트의 수미산을 연상케 한다. 힘이 불끈 솟는 느낌을 받는 우람한 봉우리는 전체가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나무나 풀이 잘 자라지 못한다. 이러한 단일 바위 형태는 한국의 산 중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불끈 솟아오른 화강암 암봉. 백두대간의 단전 희양산이다
 불끈 솟아오른 화강암 암봉. 백두대간의 단전 희양산이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희양산은 대한민국 등뼈인 태백산맥이 남쪽으로 곧게 뻗어 내려오다가 갈지(之)자로 꺾어진 곳에 우뚝 솟아있다.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에 우뚝 솟아있는 희양산은 백두대간의 '단전' 부분에 있다. 해발 999m 화강암 암봉은 멀리서 보아도 단단하고 거대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 거대한 화강암 바위는 마치 갑옷을 입은 기사가 앞으로 치달리는 형상을 한 것처럼 보여 그 기상이 드세고 기가 세게 느껴진다. 그 매서운 기를 느끼는 봉우리 아래 너른 터에 봉암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 절을 창건한 지증대사(신라 헌강왕 때)는 "스님들의 거처가 되지 못하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라며 희양산 남쪽 너른 터에 봉암사를 창건 선풍을 크게 떨쳤다.

스님들의 거처가 되지못하면 도적의 소굴이 되고 말았을 봉암사 희양산
 스님들의 거처가 되지못하면 도적의 소굴이 되고 말았을 봉암사 희양산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봉암사는 아무 때나, 아무나 쉽게 갈 수 있는 절이 아니다. 1년 중 일반 대중에게 문을 여는 기간은 부처님 오신 날인 4월 초파일 단 하루뿐이다. 봉암사 홈페이지 보면 이런 팝 창이 뜬다. 묵언 정진을 하고 있는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되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1년 중 단 하루만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봉암사는 참선하고 있는 스님들께 대중공양을 한 경우에는 문을 열어준다.

일반인이 들어 갈 수 없다는 봉암사 입구 경고문
 일반인이 들어 갈 수 없다는 봉암사 입구 경고문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서울에서 7시에 출발한 우리는 문경새재로 향했다. 여덟 분의 보살들과 함께 참선하고 계시는 스님들께 매생이 국 공양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지리산 미타암 각초 스님께서 봉암사 동안거에 들어가 계시기에 그 스님의 인연으로 추운 겨울 봉암사로 가게 되었다.

이곳 스님은 '묵언 정진'이라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일체 할 수 없다. 봉암사 원주 스님(살림을 맡아 하는 스님)께 전화를 걸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매생이를 좀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수행 중인 스님들께서 뜨거운 매생이 국을 잡수고 싶어하시는데 이 추운 겨울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네, 스님, 저희가 한번 구해보겠습니다."

봉암사에는 100여 분의 스님들께서 '용맹정진'하고 계신다. 우리는 장흥과 강진, 완도로 전화를 해서 매생이를 수소문했다. 매생이는 몹시 추운 겨울철 장흥과 강진 일대 남해안에서만 나온다. 마침 강진 매생이 집산지 마을과 연결이 되어 이장님으로부터 200여 인분의 매생이를 구할 수 있었다.

문경새재에 뜨는 일출
 문경새재에 뜨는 일출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매생이를 승용차 두 대에 싣고 문경새재로 향했다. 진눈깨비가 흩뿌리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조심스럽게 달려가는데 일출이 도로 가운데 결렸다. 우리는 문경새재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태양을 바라보며 봉암사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역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희양산의 우람한 봉우리였다. 티베트의 수미산을 닮은 희양산은 아무리 보이도 기운이 용솟음친다.

100여명의 스님들이 용맹정진하고 있는 문경 봉암사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절이 아니다.
 100여명의 스님들이 용맹정진하고 있는 문경 봉암사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절이 아니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오전 10시. 일주문 입구에 도착하니 쇠줄이 걸려있고 경비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철통같이 걸어 잠근 일주문도 매생이를 들고 간 우리에게 부드럽게 열렸다. 굳게 닫힌 산문도 부드러운 매생이 국에는 부드럽게 열리는가 보다. 입구를 통과하니, 계곡을 따라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그 소나무 사이로 거대한 화강암 암봉이 용솟음치듯 나타난다. 과연 스님들께서 결과부좌를 틀고 용맹정진에 들어갈 만한 산세다.

신라 헌강왕 897년에 지증도헌국사가 창건한 봉암사는 당시 심층 거사가 대사의 명서를 듣고 희양산 일대를 희사하여 수행도량으로 간청하였다. 지증 대사는 처음에 거절하다가 "산이 병풍처럼 사방에 둘러쳐져 있어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흩는 것 같고 강물이 멀리 둘러 쌓여는 즉 뿔 없는 용의 허리가 돌을 덮은 것과 같다"며 "이 땅을 얻게 된 것이 어찌 하늘이 준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경탄하며 대중을 이끌고 절을 지었다.

희양산 봉암사 가는 길
 희양산 봉암사 가는 길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경 봉암ㅅ, #희양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