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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민주통합당 수원 팔달 예비후보
 김영진 민주통합당 수원 팔달 예비후보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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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고 뛸 수도 없고, 힘들어 죽겠습니다."

정치신인에게 4·11 총선은 높고 견고한 산일 수밖에 없다. 현역 국회의원은 의정보고서를 발간해 자신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고 또 출판기념회를 하면 많은 사람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새롭게 국회에 진출하고자 첫발을 내디딘 신인들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기껏해야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거리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게 고작이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는 상대 당 후보가 현역의원에 정치 거물이기까지 하면 마음은 더더욱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그뿐이 아니다. 같은 당내에 예비후보들이 많으면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여론조사 때 유리하게 지지율이 나와야 하니,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정치신인은 지하철역 입구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기도 하고, 어떤 신인은 지역의 행사장마다 찾아다니면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한다. 그래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마냥 쉽지 않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같은 번호가 새겨진 명함을 나눠주는 예비후보가 어째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4·11 총선에서 수원 팔달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영진 예비후보를 지난 2일 수원 구천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번이 첫 출마인 김영진 예비후보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일이라면 "발가벗고 뛰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008년의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와 달리 바닥 민심이 민주통합당에 우호적이라는 것. 이는 이번에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이 거의 대부분 하는 말이다. 2008년에는 아예 말조차 못 붙이게 하고 명함을 주면 찢어 버리기까지 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수원 팔달은 4선의 막강한 남경필 의원의 지역구다. 아무리 지역 바닥 민심이 민주통합당에 우호적이라 하더라도 남 의원을 넘어서서 국회로 진출하는 건 쉬운 싸움이 아닐 터. 자신이 있느냐고 물어볼 수밖에.

"예전과 다르다. 남경필 의원에 대한 지역 민심은 확실히 달라졌다."

김 예비후보는 남경필 의원이 2월 1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는데 지금까지 남 의원이 3월 이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짜? 현역의원들은 현역 프리미엄 때문에 대부분 공천이 완료되는 3월에나 예비후보로 등록한다는 것이다. 한데 이번에 서둘러 후보 등록을 한 것은 남 의원이 위기의식을 느낄 만큼 지역 민심이 달라졌다는 것이 김 예비후보의 주장이다.

"예비후보들의 힘이 야권단일화로 이어진다면 남경필 이길 수 있을 것"

김영진 민주통합당 수원 팔달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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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의원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김 예비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꼽았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면서 이명박에 대한 환상이 깨지자 남경필 의원에 대한 환상도 같이 깨졌다"면서 이번만은 남경필 의원이 국회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지난 10·26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유권자들의 변화가 겉으로 드러난 것은 좋은 예라고 했다. 때문에 4선의 '견고한 성'인 남경필 의원이 버티고 있는 수원 팔달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민주통합당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고 김 예비후보는 풀이했다. 수원 팔달에서 등록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는 2월 5일 현재 김 예비후보까지 5명. 본선보다 예선 경쟁이 더 치열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에 관해 김 예비후보는 "예비후보가 많은 건 결코 나쁜 게 아니다"면서 "다다익선"이라고 표현했다. 5명의 예비후보들이 "민주당의 이름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니까 각자 열심히 해서 민주당의 파이를 크게 만들고, 그 힘이 모아져 야권단일화까지 이어진다면 남경필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특히 수원에서 남경필은 누가 뭐래도 최강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남경필 의원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있나?
"남경필 의원과 나는 살아온 전력이 정 반대다. 부자인 남 의원은 국민의 1%인 부자와 특권층을 대변하는 정치를 해왔다. 나는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인턴보좌관부터 지금까지 맨발로 뛰어 정치적인 자수성가를 했다. 비교할 수 없이 다른 인생역정이다. 그것을 부각해서 차별화할 생각이다. 나야말로 진정으로 서민들의 정서를 가장 잘 알고 있어 그들을 대신해 그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다. 보통 사람과 서민이 승리하는 것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나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

김영진 예비후보는 조세형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의 인턴보좌관으로 시작, 최근에는 김진표 의원의 보좌관까지 14년 정도 보좌관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 보좌관 출신 정치인의 장점이라면?
"정치과정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현실화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 그래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뼛속 깊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정치에 잘 반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예비후보는 자신이 보좌하던 국회의원이 낙선하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보좌관은 '모시던' 국회의원이 낙선을 하면 '백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호남이나 영남지역과 달리 수도권은 국회의원들의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수도권 국회의원 보좌관은 '장기적인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략 14년간 보좌관으로 일했는데, (같이 일하던) 의원이 떨어지면 백수가 되어 한 1년 정도 놀다가 다시 보좌관으로 들어가고, 한 2년 정도 일하다가 또 (의원이) 떨어지면 백수가 돼서 6개월 정도 쉬고, 그랬다."

그런 상황이라 함께 일했던 국회의원이 낙선하면 "왜 떨어졌을까? 왜 나는 백수가 되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분석을 하게 된다는 것이 김 예비후보의 설명이다. 만일 나라면 어떤 국회의원이 되어 서민들을 대변할 것인가, 하는 입장으로 진전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야권연대 통해 단일화 하고 새누리당 심판해 새로운 정치 만들어야"

김영진 민주통합당 수원 팔달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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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약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경제 개혁, 전통 시장 활성화, 팔달구의 낙후된 교육 여건 강화, 수원 화성의 재창조가 4가지 중점 공약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변화시켜 부자 감세나 법인세, 소득세 감세를 취소해 세수를 늘려 그 돈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고 김 예비후보는 주장했다. 경제개혁과 재벌 기업 규제 강화는 민주통합당이 내건 가장 큰 틀의 공약으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이 공약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전통 재래시장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비슷한 공약들이 많았다. 경제 개혁으로 현재의 재벌 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전환되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면 재래시장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풀이되지만, 지금까지 계속해서 몇십 년간 전통 재래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면 좀 더 큰 틀에서 정책이나 법과 제도를 입안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진표 의원 보좌관을 하면서 '야권연대'를 경험했다. 무척 힘들었는데 일부에서는 '야권단일화'를 깨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이 '야권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을 심판하라고 하는데 이 대의를 벗어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우리(민주통합당)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야권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 원칙에 입각해 반드시 야권연대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해서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양당이 단일화 협상 기준을 마련해, 역지사지의 관계로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고, 또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수원 팔달에서 뛰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5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누가 가장 유력하냐고 묻자 김 예비후보는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수원 팔달에서 등록한 예비후보 가운데 가장 젊고, 가장 패기만만하며 가장 '준비된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정면돌파, 좌고우면 없이 정면돌파 하는 게 내 특성이다."

'4자성어로 자신을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김 예비후보는 일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신인들의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진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4선 의원으로 여전히 '경기도의 강자'로 불리는 남경필 의원이 정치신인들의 바람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태그:#김영진, #남경필, #수원 팔달, #이명박,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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