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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Something happens in Brisbane
- 2007년 10월 5일부터 2008년 7월 18일까지

 Something   happens   in   Brisbane
▲ Start, Something happens in Brisbane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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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 Palace Backpacker

호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호주인 여자아이와 나와 같은 워킹 홀리데이비자로 보이는 일본인 여자아이 사이에  앉았다. 비로소 뭔가 국제적인 기분을 만끽하면서, 영어는 잘 못하지만 기죽지도 말고 멍청하게 보이지도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비행기와 공항 안에서 보내고 아침 8시경, 드디어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호주에서 오빠와 친하게 지냈던 후배가 마중을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처음 뵙는 그 분과 인사를 하고, 29인치 민트색 캐리어를 질질 끌며 브리즈번 시내로 가는 트레인을 탔다.

일단은 숙박이 문제였다. 다행히 오빠를 통해 아는 분이 있다고 해도 그 분들이 살고 있는 집에 빈 방은 없었고, 일단 장기간 머무를 집을 구하기 전까지 있을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항에서 트레인을 타고 내린 센트럴 역 바로 앞에 있는 팔라스 백팩커에 일단 짐을 풀기로 했다.

팔라스 백팩커가 있는 건물은 보기에도 고풍스러운 것이 규모도 꽤 큰 편이라 눈에 띄기 때문에 찾기가 쉽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예전 구세군 회관 건물을 개조해 백팩커로 꾸몄다고 한다. 건물 앞에는 여행자로 보이는 각국의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나는 일단 4일간 머무르기로 하고 114불의 숙박비(10불은 보증금/2007년)를 지불했다.

호주 브리즈번 시티 센트럴 역 앞에 위치한 백팩커. 도착한 첫 날밤부터 집을 구할 때까지 여기서 머물렀다.
▲ 브리즈번 Palace Backpackers 호주 브리즈번 시티 센트럴 역 앞에 위치한 백팩커. 도착한 첫 날밤부터 집을 구할 때까지 여기서 머물렀다.
ⓒ 케영(dnjsk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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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날이 주말이었기 때문에 모든 관공서와 유학원, 은행 업무는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우선 현대인의 필수품 핸드폰을 개통하고 나서 브리즈번의 중심가 퀸 스트리트를 걸으며 어디서 뭘 팔고 어디가면 무엇이 싸다고 옆에서 얘기해 주시는 생활 정보를 귀 기울여 들었다(Palace 백팩커는 퀸 스트리트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막상 호주에 도착해서 번화한 거리를 걸어 다니다보니 컬쳐 쇼크 같은 것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 사람 사는 곳 같았고, 건물들이 큼직하고 햇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쨍쨍하네. 호주에 도착해서 맞이하는 첫 날, 나는 그런 생각 밖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팔라스 백팩커에는 이렇게 고풍스런 나무 엘레베이터도 있다. 한 번 타보는 것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된다.
▲ 브리즈번 Palace backpackers의 엘레베이터 팔라스 백팩커에는 이렇게 고풍스런 나무 엘레베이터도 있다. 한 번 타보는 것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된다.
ⓒ 케영(dnjsk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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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를 걷다 저녁이 되어 돌아간 팔라스 백팩커 107호실. 7명이 묶는 방에는 나 혼자만 까만 머리의 동양 여자아이였다. 백팩커 아래에는 우리나라의 클럽과 비슷한 펍이 있었는데('다운 언더 바'라고 브리즈번에서 꽤 유명한 펍이다. Palace 백팩커에 묵으면 할인 쿠폰도 준다), 다들 그 펍에 가려는지 시끌벅적하게 떠들면서 이것저것 꾸미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단 한 명, 커트 머리의 외국인 여자아이는 수줍음을 타는지 조용했지만 나를 볼 때마다 작게 웃으며 인사를 해주어서 조금 의기소침해 있던 나는 그게 너무나 고마웠다.

아, 왠지 모를 소외감이 느껴지는 이 밤. 하지만 괜찮아.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는 흔들리는 침대 위에 누웠다.

브리즈번 스테이트 라이브러리
 브리즈번 스테이트 라이브러리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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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 터진, 느려 터-어-진 State Library Wireless Lan!
내 눈 앞의 한국인 남여 커플.
나의 스케줄 표.
떠오르지 않는 계획.
 X 표시만 보이는 모니터 창.
손목 위의 하얀 시계.
mama- 라고 부르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
달콤한 잼 과자.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

첫 번째 방

호주에서 처음으로 살았던 내방. 커다란 창이 두 개라  볕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 쾌적한 방이었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살았던 내방. 커다란 창이 두 개라 볕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 쾌적한 방이었다.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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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도착한지 이틀째 되는 아침, 나는 나름 귀중품인 트북이(노트북)와 카메라를 메고 백팩커의 문을 나섰다. '혼자라고 두려워 할 것 없다'고 중얼거리며 어제 오빠 친구와 함께 왔던 퀸 스트리트를 따라 걸으니, 저 앞으로 펼쳐진 강과 그 위로 늘어선 다리가 보였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살게 될 나의 스위트 홈을 구하는 일.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가 모여 있는 '선 브리즈번'에 접속을 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무료 인터넷이 가능한 공간을 찾아야 했다. 그곳이 어디겠는가? 바로 도서관이다. 외국에서도 도서관은 만능의 공간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도를 보고 다리 건너편으로 보이는 주립 도서관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처음 가 본 도서관은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바로 옆에 미술관과 박물관이 같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시원스럽게 펼쳐진 통 유리 너머로 보이는 1층 프리 인터넷 존 또한 아담한 양옥 건물에 불과한 우리 동네 시립도서관을 능가하는 규모라 내심 깜짝 놀랐다. 일단, 씩씩하게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노트북 하나씩을 들고 바닥에 널 부러져 있었다.(농담이 아니고 정말 자유롭다)

소파에 기대어 영화를 보는 사람, 거의 눕다시피 하고 뭔가 작업을 하는 사람 등등. 원래 도서관이란 바른 정자세로 앉아서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었던가, 라는 생각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원망하며 나도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전기 콘센트가 가까운 자리 하나를 꿰차고 앉았다. 전력이 다른 호주의 콘센트를 위해 챙겨간 돼지코를 꽂고, 노트북 로딩 시간을 기다렸다.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 흐르고- 짜잔!

한글로 쓰인 '다음' 홈페이지가 뜨는 순간, 나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기뻤다. 한글이라니. 외국에서 보는 내 나라의 글자가 이렇게 기쁠 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자꾸 삐죽거리는 입 꼬리를 여미고 일단 가족들에게 잘 도착했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는 오늘의 목적인 집구하기를 위해 선 브리즈번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호주, 특히 브리즈번에서 생활하고자 한다면 필수로 알고 있어야 하는 홈페이지다. 생활, 숙박, 구인,구직, 각종 이벤트 등 필수 정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www.sunbrisbane.com)
▲ 선브리즈번 홈페이지 호주, 특히 브리즈번에서 생활하고자 한다면 필수로 알고 있어야 하는 홈페이지다. 생활, 숙박, 구인,구직, 각종 이벤트 등 필수 정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www.sunbrisbane.com)
ⓒ 선브리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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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브리즈번'은 호주의 유학생이나 워홀러들이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이트다. 나는 주로 이사를 가야 할 때 쉐어(한 사람, 또는 두세 명씩 함께 방을 쓰고 부엌이나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를 구하는 용도로 많이 이용했다. 한국에서도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으므로 먼 타지에 나가는데 잘 곳이 없어 불안하다면, 조건을 보고 괜찮은 집은 미리 예약할 수도 있다(국제전화나 이메일로). 하지만 앞으로 내가 살 집이고 사진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방문해서 그 집의 주변 환경이나 근처 버스 정류장과의 거리, 교통편, 시내와의 접근성, 집 주변에 마트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따져보고 난 뒤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단 선 브리즈번에 접속한 뒤 새로 올라온 글을 살폈다. 나는 앞으로 다닐 학교가 바로 시티(중심가) 근처였기 때문에 집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이 근처에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호주는 일정한 거리를 기준으로 존을 나누어서 지역을 표시하는데, 브리즈번은 중심가인 시티 근처를 1존, 그보다 좀 더 먼 곳을 2존, 3존 순서대로 원형을 지어가며 분류한다. 그러므로 생활비가 조금 많이 들더라도 시티 근처에서 살고 싶다면 1존을, 조용하고 집값이 싼 지역에서 살고 싶다면 3존 등으로 거주지를 선택해서 알아보면 된다.

목록을 보니 조금 전에 올라온 글이 보였다. 지역은 1존, 시티에 있는 주립 도서관이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웨스트엔드라는 곳이란다. 집에서 가장 큰 방인 마스터 룸이고 2인 1실이며 방값은 115불(주당).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어서 나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먼저 전화해 집을 보러 가는 사람이 임자가 된다) 여자 분이 전화를 받더니, 저녁쯤에 집을 보러 오란다. 일단 나중에 시티에서 만나 같이 가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해가 질 무렵 호주의 버거킹인 '헝그리 잭스'(브리즈번의 '만남의 장소') 앞에서 오전에 통화했던 여자 분을 만났다. 알고 보니 동갑이어서 친구를 하기로 했다. 내가 들어가게 될 방에 사는 이 아이는 은경이. 사정이 있어서 집을 옮기기로 했고, 우리보다 두 살 많은 언니가 룸메이트로 있다고 했다.

브리즈번 웨스트엔드의 밤거리
 브리즈번 웨스트엔드의 밤거리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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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에서 15분 정도 걸어 도착한 집은 주택가가 많은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오는 길에 이국적인 카페와 상점들이 많이 있어서 한껏 들뜬 나는 속으로 '이 동네에 살게 되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그랬는지 일을 구해 3존으로 떠날 때까지 나는 계속 웨스트엔드에서만 살았다). 내가 지내게 될 방은 양쪽으로 큰 창이 나있고 바로 옆에 침대가 있었다. 한 쪽 벽면은 붙박이식 옷장이었는데, 이럴 수가. 문 전체가 거울이었다! 옆방에는 이 집을 렌트한 여자아이와 룸메이트가 살고 있고, 부엌을 비롯한 세탁기, 욕실 등은 모두 네 명이 같이 쓰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이 마음에 들어서 나는 당장 들어오기로 약속했다. 은경이는 한국에서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저녁을 먹고 가라며 밥이며 반찬을 듬뿍 내주었고, 나는 간만에 보는 밥에 열광하며 맛있게 먹고서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백팩커스로 돌아왔다.

아. 드디어 내 집, 내 방이 생긴다니. 게다가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친구도 사귀고! 그렇게 나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 이 정도면 해 볼만 해. 라고 생각하면서.

내 방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 호주의 집들은 도심의 주택가라도 한적한 느낌을 준다.
 내 방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 호주의 집들은 도심의 주택가라도 한적한 느낌을 준다.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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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옆에 위치해 있던 다용도실. 수도꼭지 아래에는 세탁기가 있었다. 세탁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 등은 방 값에 포함 되어 있기도 하고, 각자가 구매해서 쓰기도 한다.
▲ 호주에서의 첫 번째 집 내 방 옆에 위치해 있던 다용도실. 수도꼭지 아래에는 세탁기가 있었다. 세탁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 등은 방 값에 포함 되어 있기도 하고, 각자가 구매해서 쓰기도 한다.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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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내리는 아침.
밖은 환한데 비가 오고
비가 오면서 함께 바람이 분다.

희한한 날씨.
2007년 11월 17일의 아침.
이 곳에 온지도 벌써 1달 하고도 더하기 12일.
이렇게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여섯 달이 되고 일년이 되어 이 곳을 떠나겠지.
내 나름대로 선택한 이 삶이,
마음에 든다. 쉽지는 않아도, 괜찮아.

나라는 한 사람의 삶에 점점 늘어나는
이 '경험의 나이테'에 고마워 하고 있다.

최소한의 상식

일단,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학생비자보다 발급받기가 쉽다. 또한 비자를 받은 후에도 신경 써야 할 것 또한 별로 없다. 하지만 생판 처음 가보는 남의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곳에서 지켜야 할 필수적인 사항들이 있다. 물론, 이곳에서 사는데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상식'일 뿐이다.

날씨 좋은 날, 브리즈번의 거리. 브리즈번은 이렇게 청명한 날씨일 때가 많지만, 하반기에는 스톰이 잦아서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내리기도 한다.
 날씨 좋은 날, 브리즈번의 거리. 브리즈번은 이렇게 청명한 날씨일 때가 많지만, 하반기에는 스톰이 잦아서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내리기도 한다.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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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숙박. 대부분의 워홀러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짐들과 당장 쓸 만큼의 약간의 돈만 지니고 호주의 공항에 내린다. 그러므로 당장 그날 밤 몸을 뉘일 곳조차 없다. 우리나라라면 아무리 시골이라도 하나쯤은 꼭 있는 찜질방에 가면 될 테지만, 여기는 지구 반대편 땅덩어리 호주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다면 해결책은 바로 이 것, 백팩커스다.

호주는 드넓은 땅덩어리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만큼 여행과 관광 산업이 발달했다. 그래서 그와 떨어질 수 없는 숙박 문제의 해결책으로 수도 없이 많은 백팩커스들이 있다. 민박의 개념과도 같은 B&B 등 다른 여러 가지 방법들도 있지만 오늘 이 도시에서 머무르고 내일 훌쩍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백팩커스 만큼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대학의 기숙사처럼 커다란 방에 침대, 또는 이층 침대가 여러 개 놓여있고 주방이나 샤워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또 전 세계에서 오는 여행자들의 쉼터이기 때문에 어제 내 옆에서 잔 친구가 다음날 또 다른 나라의 친구로 바뀌는 일이 허다하다. 만약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에 제일이 사람 좋아하는 것이라면, 며칠 백팩커스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몇 개국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실제로 그 날 백팩커스에 묵자마자 친구끼리 함께 온 한국 언니들을 만나 떡볶이를 얻어먹은 경험이 있다.

일단은 이렇게 며칠은 백팩커스에 묵는다 치자. 4, 5일 단위로 숙박료를 지불하면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이 도시에서 얼마나 머무를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나는 브리즈번이 가장 날씨도 좋고 평화롭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일도 할 생각이 있었다. 그러니 나처럼 몇 개월씩 장기간 머무르고 싶은 사람들은 안정된 집이 필요하다.

백팩커스의 로비 게시판이나 주방(팔라스 백팩커스의 경우) 게시판들을 보면 각종 정보가 그득그득 붙어있다. 룸메이트를 찾는다, 같이 여행하자, 나 이사 가는데 이 물건 가질 테냐 등등. 그곳에서 정보를 찾는 것도 괜찮지만 나의 경우에는 브리즈번 시티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가면 있는 주립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이용했다. '선 브리즈번'은 정말 유명하고 유용한 호주 내 한인 사이트다. 집, 구직, 구인, 다양한 질문과 해답 등등 수많은 정보가 이곳에서 교류된다. 나도 백팩커스에서 지내던 둘째 날 아침, 문득 올라 온 광고를 보고 찾아간 집에서 드디어 나의 첫 번째 스위트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 뒷마당에 있던 빨래 건조대. 여러집이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 호주의 빨래 건조대 집 뒷마당에 있던 빨래 건조대. 여러집이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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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 받아 호주에 왔을 경우(단기 여행자 제외) 이민성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한다. 나는 첫째 날이라 길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빠 친구의 도움으로 갈 수 있었다. 가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다가 번호가 불리면 창구로 가면 된다. 그러면 창구 직원이 간단한 질문을 하고 (떨지 않아도 된다! 다 된다!) 바로 비자에 커다란 스티커 한 장과 도장을 찍어준다. 그러면 나는 드디어 합법적으로 이 나라에 머무를 수 있다는 허가를 받은 것이다.

셋째. 은행 계좌를 만든다. 개개인마다 호주에 오는 이유는 다 다르고 그 목적도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왔다면 나처럼 몇 개월은 학교나 학원에서 어학 코스를 밟고 그 다음에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하자면 학비 같은 큰 돈을 맡길 은행이 필요하다. 호주에도 우리나라처럼 수많은 은행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ANZ, NAB, 그리고 커먼 웰스 등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파란 로고가 인상적인 ANZ에 계좌를 만들기로 하고 주말이 지나 월요일에 퀸 스트리트의 ANZ 지점으로 갔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으면 직원과의 대면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때 떨리더라도 기다리면서 외운 필수 회화만 천천히 얘기하면 다 알아서 계좌를 개설해준다. 만약 한국에서 갈 때 가져간 돈이 있다면 이때 맡기면 된다. 계좌 내의 금액, 우리나라로 치자면 예금액을 디파짓이라고 한다. 계좌를 개설하면 따로 통장을 주지는 않고 몇 주 후에 집으로 카드가 날아갈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만약 그때까지 집을 구하지 못했다면 시티에 있는 한국 유학원의 주소를 적어내면 된다. 유학원에서는 이런 우편물도 친절히 보관해주니까.

넷째, 현지 유학원을 이용하라. 이미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주변 한두 사람쯤은 다녀왔을 만큼 익숙해졌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그와 관련된 산업도 발달했다는 소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에서도 말했듯, 초기에 적게는 3달에서 많게는 6달 정도 현지의 학교나 어학원에 다닌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내 주변에도 최소 비용만 가지고 날아와 적극적으로 뛰어다닌 덕분에 처음부터 일을 구해 일하는 친구들도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 학교에 다니면서 만난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파티도 하면서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서라도 초기에는 학원이나 학교를 다니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리하여 만약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나에게 맞는 학교나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더라도 많은 정보를 알아갈 수 있다. 또한 대개의 유학원들은 호주 현지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 지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엑스 등지에서 관련 박람회를 많이 개최하곤 한다. 나도 호주에 오기 전에 그런 박람회 몇 군데를 다니며 정보를 모았고, 또 될 수 있으면 호주 대학교 내에 개설되어 있는 영어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학교들을 주로 알아보았었다.

호주의 어학원 선택의 폭은 매우 넓기 때문에 액티비티 같은 교외 활동이 잘 이루어져 친구를 사귀기에 좋은 사설 학원이 좋은지, 학구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학교 부설 어학원이 끌리는지 등등 자신에게 맞을 법한 교육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등록한 코스는 3개월. 등록금은 주당 280불씩이고(2007년) 유학원 행사를 통해 2주는 무료로 등록했다. 이렇게 유학원마다 학교별로 하는 행사가 다르므로 한국에서 학원 등록까지 마치고 호주로 오는 것보다는, 직접 와서 발품을 팔아가며 어느 학원이 나에게 잘 맞고 좋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등록할 것을 추천한다. 학교 친구들의 말을 듣고 비교해보니, 이쪽이 훨씬 저렴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호주에서의 유학원이란 '필수 코스'와 같다고 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또 다양한 행사나 혜택이 많으므로 공부가 끝나고 여행을 갈 생각이라면, 또는 또 다른 코스를 밟고 싶다면 주저 말고 유학원으로 가면 된다. 가끔은 취업이나 대학 입학 세미나 등도 열리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맞는 유학원을 한 군데 선택해서 가끔씩 들러본다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했던 내용입니다. 2주 동안 개인 사정으로 연재를 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이 '나의 호주'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됩니다. 사진이나 이외의 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블로그 http://blog.naver.com/hyukibyul 로 오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태그:#나의 호주, #호주 워킹홀리데이, #호주 생활기, #사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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