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청소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격려하고, 우리의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요구도 모아내는 제 1회 청소노동자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세상을 빛나게 하는 청소노동자, 바로 당신을 위한 자리에 초대합니다.'

 

복구청 옆 뷔페식당에서 '우리의 노동이 세상을 빛나게 한다. 제 1회 청소노동자 어울림 한마당'을 한다고 해서 갔습니다. 가자마자 '왁자지껄 저녁식사' 시간이었습니다. 뷔페식당엔 먹을거리가 많았습니다. 접시로 조금씩 덜어 먹었는데도 나중엔 너무 먹어서 배가 많이 불렀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 소개와 인사 나누기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배워보니까 또 노조활동을 하다보니까 노동자 권리가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울산엔 동구, 북구, 남구, 중구가 있는데 그 중 오늘(11월 18일 금요일 오후 6시) 모인 청소 노동자는 동구와 북구지역에서 일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중구와 남구엔 청소노동자가 만든 노조가 없나 봅니다. 모두 청소용역노동자입니다. 대부분 나이든 여성 노동자입니다. 4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나이 분포도를 보입니다.

 

아파트, 대학교, 병원, 시청, 구청에서 각자 다른 일자리지만 모두 파견된 노동자입니다. 이들이 모여 청소용역노조를 만들었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그동안 공부한 분들이 있어 졸업식을 겸하여 '제 1회 청소노동자 어울림 한마당'이 진행된 듯 보입니다.

 

얼마전에 새로 뽑힌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 위원장도 와서 인삿말을 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노조 만들겠습니다. 사실, 우리 어머니가 예전에 청소노동자였습니다. 그래서 눈물날까봐 오지 않으려 했습니다."

 

인사가 끝나고 노래모임 산하가 나와 타박네야를 시작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분들은 무대에서 꿈에 본 내고향, 갈대의 순정도 불렀습니다. 빠른 박자로 노래를 부르니 어르신들이 나와 춤을 추었습니다. 흥겨운 한마당이 이어졌습니다. 산하는 또 과수원길, 섬집아기, 오빠생각이라는 동요도 불렀습니다. 어르신들은 박수를 같이 치며 좋아 했습니다.

 

"창기씨 이제 동구로 넘어 가야지?"

 

오늘 청소노동자 행사에 가자고 한 최장윤 형님이 진행 중간에 나가자고 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행사에 가다

 

오늘 두 행사가 겹쳤습니다. 하나는 북구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어울림 한마당을 하였고 하나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가 투쟁기금마련 하루주점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승용차가 없어 왔다갔다하기 피곤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장윤이 형님이 기꺼이 자신의 승용차로 저를 이곳저곳 행사장으로 데려 갔습니다.

 

동구 일산동 어느 식당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북구에서 하는 청소노동자 한마당에도 약 250여 명이 행사에 참여한 것 같았는데 동구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투쟁기금마련 하루주점 행사에도 수백여 명이 와서 북적거렸습니다. 비정규직은 이래저래 힘겹게 노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조직화된 정규직 노조와 달리 비정규직 노조는 조직화 하기도 힘겹습니다. 그만큼 원하청 노동탄압이 극심하다는 증표이기도 합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는 별다른 행사는 없고 그냥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술을 마셨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뜨는 노조운동 가라앉는 노조운동

 

저는 울산에서 1987년 7월부터 터지고 번지기 시작한 노조운동을 지켜보았습니다. 현대엔진에서 처음 촉발되고 현대중공업서 전국으로 노조운동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뚜렷이 기억나는 것이 '임금인상 25%' 라는 문구. 한 번 들고 일어나기 시작하니 겁없이 달렸습니다. 대형 트랜스포터를 앞세워 시청까지 행진도 했었습니다. 현대재벌 총수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합니다.

 

총파업이 지속되자 현대재벌 총수가 직접 울산에 내려와 조합원 앞에 서는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노동자가 "그래,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 인정 못한다고?" 라며 현대재벌 총수에게 흙을 집어 뿌린 일도 있었고 야유를 퍼부으며 돌멩이를 던져 이마에 맞았고 피가 흐르는 수모도 겪은 바 있었습니다.

 

결국, 현대재벌 총수는 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90년대 노조운동은 힘차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땐 정규직 노조운동이 그렇게 힘차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노조가 인정되고 노조운동으로 말미암아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진 지금 그렇게 24년이 되는 지금 너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오늘 청소노동자 한마당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하루주점을 바쁘게 다녀 온 후 느낀점은 그것입니다. 정규직 노조운동은 서서히 가라앉는 노조운동이 되었고,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뜨겁게 뜨는 현실이 된 것입니다. 언제나 투쟁사를 하던 정규직 노조운동가들은 이제 비정규직 노조운동판에 나와서 '격려사'나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20여 년 전에는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오늘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둘이 되었습니다. 노동자가 하나가 될 날이 올까요?

 


태그:#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