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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수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본관 앞 집회 있습니다. 오늘은 울산연대단위 집회가 있으니 조합원은 필참 바랍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웬일로 지역연대단위 집회가 다 열릴까요? 시간 날 때마다 매주 수요집회 하는 울산공장 현대차 정문 앞에 가보곤 했지만 언제나 비정규직 노동자만 모여 있었고 문 앞엔 대형 버스로 가로막고 우리는 도로에 내몰려 집회를 했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분위기 일지요?

 

다른 분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보았습니다. 도로에 차가 밀려서 좀 늦게 도착했습니다. 이미 집회는 시작되었습니다. 성내를 지나치는데 경찰 버스가 4대가 서있었습니다. 정문 앞엔 경찰 방송차량이 길 건너에 있었습니다. 현대차 정문은 대형 바리케이드로 닫혀 있었고 회사쪽 노무관리자와 경비들이 삼엄하게 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버스도 없었고 대략 2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사회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비상대책위 사무국장이 맡고 있었습니다. 지역연대노조 간부의 투쟁사와 노래패가 나와 노래도 불렀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집회만 하면 언제나 휠체어에 의지해 오는 장애인 한 분이 나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여기 집회에 함께 해 왔습니다. 저는 장애자지만 저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투쟁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꼭 만듭시다."

 

그 분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말을 제대로 알아 들을수 없었지만 우리와 함께 하는 마음만은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정치인도 나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1공장 시티에스를 점거하고 25일간 파업투쟁을 벌인지 1년이 되었습니다. 그 때 그 현장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해결이 안되고 있습니다. 정몽구 아들의 재산이 2조가 넘는다 합니다. 그럼에도 불법파견으로 노동착취를 일삼고 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 활동가도 나와서 이야기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자노조는 얼마전에 새 집행부를 꾸렸습니다. 그 집행부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걸었습니다. 함께 싸워 비정규직 정규직화 합시다"

2010년 11월 20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항의 집회가 열리던 중 분신을 기도한 황인하 씨도 나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불법파견인데도 해결해 주지 않는 현대차에 그렇게라도 해서 항의하고 싶었습니다. 분신후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서른 넷의 저는 그때 이미 죽었습니다. 저는 이제 태어난지 한 살 입니다. 11월 20일 그 때가 공교롭게도 제가 분신한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날 우리는 다시 투쟁을 힘차게 이어가기 위해서 조합원 총회를 합니다. 그 때 많이 참석해 주십시오"

 

황인하 씨는 1년 전 울분을 아직도 삭히지 못하고 있는거 같았습니다. 매우 격양된 목소리로 발언을 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위원장도 나와서 발언을 했습니다.

 

"불법파견 투쟁으로 1공장 시티에스를 점거농성 25일,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현대 자본의 악날한 탄압으로 힘든 여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비정규직 투쟁 다시 합시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린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마무리 발언으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이웅화 비대위원장이 나왔습니다.

 

"노동자가 살기위해 투쟁하라고 가르쳐준 자가 바로 현대차 자본입니다. 회사는 현장을 무너뜨리려 하지만 우리는 아래로부터 연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2차 희망버스를 준비해야 합니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울산 현대자동차 앞으로 집결해서 불법파견 투쟁을 계속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7년째... 그러나 묵묵부답 뿐.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정난지 7년 째 입니다. 저는 2000년 7월 초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제가 찾아 들어간 일자리가 그냥 하청업체로만 알았습니다. 불법파견이 무엇인지, 비정규직이 무엇인지 조차 저는 몰랐었습니다. 2004년 부터 불법파견 문제가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지고 금속노조가 노동부에 올린 현대차 불법파견 소장에 대해 노동부가 불법파견 맞다고 인정 했습니다.

 

2005년부터 불법파견 투쟁이 본격화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가입이 엄청 이어졌습니다. 한 때 3천여명까지 가입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6년경 검찰쪽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우린 황당했습니다. 원청의 명을 받은 하청업체가 온갖 훼유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도 훼유와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업자가 우리집에 찾아 와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1인시위하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보니 아내가 그만하라고 말립니다.

 

"업체 사장이 사왔더라"

 

큰 수박이 한덩이 있고 아이들에겐 1만원씩 주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수박과 2만원을 들고 회사 안에 있는 업체 사무실로 찾아 갔습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저는 정규직 활동가 한분과 함께 오토바이타고 가서 우리집에 갖다 놓은 것을 다시 가져다 주었습니다. 저 말고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게 훼유와 협박에 시달렸고 그것은 탈퇴로 이어졌습니다. 3천여명이나 되던 비정규직 노조 가입률이 600여명으로 줄었습니다. "단협하자, 임혐하자"며 시도 했지만 업체는 그냥 자리만 만들고 앉아 있었을 뿐 아무 조건도 해결해 주지 못했습니다. 열쇠는 원청에서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규직 노조와 현대자동차 회사 쪽에서 별도 협의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란 명목으로 단협과 임금협상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렇게 6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2010년 7월 22일. 예기치 못한 일이 다시 터졌습니다. 최병승이라는 비정규직 노조원이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문을 받은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이 맞고 파견법 6조 3항 고용의제에 의해 이미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문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다시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최병승 조합원 대법판결의 효과는 다시 나타났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희망이 생긴 비정규직 노동자는 다시 비정규직 노조로 가입을 시작했습니다. 금속노조와 함께 비정규직 노조 가입을 독려했습니다. 그 결과 다시 예전과 같이 3천여명이나 가입을 했었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해 할수 있는 것은 다하자고 하며 집단소송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 회사쪽은 묵묵부답 뿐 이었습니다.

 

앞장서는 노조원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지금 울산 현대자동차 앞 비정규직 임시노조 사무실에는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불법파견 투쟁에 앞장 섰다고 모두 해고시켜 버렸습니다. 저는 그전에 이미 정리해고 되었습니다. 2010년 3월 15일부로 저는 정리해고 되었습니다. 다른 비정규직과 함께 그리 되었습니다. 정규직은 생계비 받으며 집에 쉬라 하는데 우리 비정규직은 모두 잘라버렸습니다. 그때 저도 잘렸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2010년 11월 중순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있는 1공장 시티에스라는 공정을 점거농성을 했었습니다. 처음엔 1천여명이나 함께 들어 갔으나 업체로부터 훼유협박을 받은 부모가 찾아와 농성중인 노조원을 빼내가기 시작하면서 농성자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견디며 하다보니 많은 농성자들이 이탈하게 됩니다. 10여일이 지나자 500여명, 20일이 지나자 300여명으로 줄어 듭니다. 그러다 점거농성 들어간지 24일째 되는 날, 야당 국회의원과 현자노조가 타협안을 내 놓았고 추후 협의하자는 협의안을 받고서 점거농성 25일만에 파업을 풀게 됩니다. 모두 울면서 내려 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되기 전까진 죽어도 못내려 간다는 비정규직 노조원도 있었지만 엄중한 현실앞에 큰 흐름을 따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갑자기 비정규직 노조 비리문제가 터졌고 서울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이상수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이 노조 총사퇴를 결정하게 되면서 비정규직 노조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조합탈퇴가 이어지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금까지 비상대책위 체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얼마전 새 집행부를 뽑는 선거가 있었고 전 집행부와 성향이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정규직 노조도 새 지도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우리 비정규직 노조도 하루빨리 새 지도부를 탄생시켜야 합니다. 언제까지 비상대책위 체제로 표류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티에스 점거농성 1주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법파견 정규직화 희망을 품은지는 7년이 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가장인 터라 지금 어렵습니다. 하지만 포기 할수 없습니다. 이미 대법 판결마저 난 마당에 포기한다면 노동자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여깁니다.

 

집회 마치고 현대차 정문을 벗어나는데 굳게 닫힌 현대차 정문이 보였습니다. 언제까지 저렇게 불법파견을 할 것이며 닫힌경영을 할 것인지 두고두고 지켜 볼 것입니다.


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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