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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가교육정보시스템(NEIS) 회원가입 문제와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위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문제점을 보도했습니다(관련기사 : NEIS 학부모 교원평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NEIS는 회원가입에서 반복해서 오류가 일어나는 문제뿐만 아니라 비밀번호를 분실하고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을 할 때 '돈'을 내야 하는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지난 기사에서 밝혔듯이, 우여곡절 끝에 집에서 NEIS 회원으로 가입해 아들의 도움(?)을 받아 '학부모 만족도 평가' 설문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작성하면서 확인할 것이 있어 사무실에서 NEIS에 다시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분명히 가입했을 때 등록했다고 생각했던 비밀번호를 입력했는데도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나오는 겁니다. 여러 번 기억하고 있던 비밀번호를 입력해도 안 되더군요. 아마 제가 입력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만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귀찮아도 '비밀번호 찾기'를 하면 금세 다시 임시 비밀번호를 받아서 접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NEIS '비밀번호 찾기'를 하는 과정에서 비밀번호 재발급을 위한 본인 확인을 하려면 '65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황당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비밀번호 확인하는데 돈 내는 곳 NEIS 말고 또 있나?

나이스 비밀번호 찾기
 나이스 비밀번호 찾기
ⓒ 국가교육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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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본인 인증을 하면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꼼짝없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동안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쇼핑몰이나 공공기관, 사회단체 등 수백, 수천 곳의 누리집에 회원 가입했지만, 비밀번호 분실로 본인 인증을 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곳은 NEIS가 처음이었습니다.

다른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에도 비밀번호 분실 때문에 본인 인증을 할 때, 문자 수신료를 받는 곳이 많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돈을 낸 것은 이번이 난생 처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65원'은 금액만 놓고 본다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닙니다. 고작해야 한 번 부담하는 금액이 65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소액이라고 해도 이 금액을 국민전체, 혹은 초·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로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 기업이 운영하는 누리집도 아니고, 국가가 운영하는 누리집에서 앞장서서 이런 수수료를 받아챙기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금융기관도 아닌 국가기관에 수수료를 내라고?

휴대전화 본인 인증 수수료 65원이 결재되었다
 휴대전화 본인 인증 수수료 65원이 결재되었다
ⓒ 국가교육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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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의 경우 외국인이 이용하는 누리집도 아니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국민만 가입하는 누리집인데, 어떻게 비밀번호를 다시 알려주면서 수수료를 받아챙기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CEO 출신 국가지도자를 모시고 있기 때문일까요? 혹시 그래서 국민들은 개인에게 백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줬던 공익적 기업가 출신을 국가지도자로 뽑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수수료 챙기기'로 정평이 나있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도 이런 짓을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비밀번호를 분실하면 은행창구로 직접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수수료를 내라고 하진 않더군요.

하물며 민간이나 사기업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누리집에서 비밀번호를 돈을 내라고 하는데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요?

가만히 있는 교과부... 참 기가 막힙니다

국가교육정보시스템 학부모 관련 공지사항
 국가교육정보시스템 학부모 관련 공지사항
ⓒ 국가교육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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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NEIS의 경우에만 비밀번호를 찾을 때,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NEIS를 유심히 살펴본 끝에, 단서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지역교육청에서 공지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관련 안내사항'에서 단서가 포착됐습니다. 비밀번호를 분실한 경우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도록  휴대전화 인증 절차를 받는 대신 직접 전화 통화를 해서 임시비밀번호를 안내해 주겠다는 공지사항이 있었습니다.

비밀번호를 분실하고 NEIS 누리집에서 휴대전화 인증을 받으면 수수료 '65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지역 교육청에 직접 전화를 하면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역교육청에서 이런 공지문을 띄운 것은 'NEIS의 수수료'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NEIS 비밀번호 인증 수수료는 NEIS를 운영하는 기관에서 받아챙기는 수수료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EIS를 운영하는 기관에서는 '왜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지' '교육과학기술부는 왜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지' 추가로 확인해 봤습니다.

서울시 교육청과 NEIS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한민국 어떤 누리집에서도 비밀번호를 찾을 때 돈을 받는 곳이 없는데, 어떻게 NEIS에서만 수수료를 받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민원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자신들도 참 답답하다면서 다음과 같은 답을 해주었습니다.

"차세대 NEIS를 기획할 당시, 비밀번호 재발급을 위한 휴대전화 본인인증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이용자가 부담할 것인지, 시·도교육청이 부담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부담으로 결론이 났다."

"시·도교육청이 부담할 경우, 수요예측의 어려움 등 기술상의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모양이다. 국가기관이 비밀번호 재발급을 위해 본인 확인을 하면서 국민에게 돈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NEIS 가입자가 800만 명이나 되고, 이런 민원이 자꾸 제기돼 교과부에 '수수료 폐지'와 휴대전화 방식이 아닌 'E-mail 인증을 비롯한 다른 인증시스템 사용'을 건의하고 있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NEIS 비밀번호 재발급 때 수수료를 받아챙기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결정한 일이며, 수수료 청구에 대한 민원이 많지만, 아직도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NEIS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억지로 국민들을 NEIS에 가입시키기 위해 아이들까지 동원하는 교과부가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는 '수수료'까지 받아챙기는 황당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인지 기가 막히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과부, #나이스, #비밀번호, #수수료,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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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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