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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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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근혜를 꺾을 야권의 핵심주자는 손학규와 문재인 아니겠어요? 현재로 볼 때, 내년 대선에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후보는 딱 둘뿐인 걸? 아, 그리고 내년이 중화혁명당 창설한 쑨원(孫文) 임시 대총통 100주년이에요. 역사적으로도 둘의 경선은 불가피? ㅋㅋ"

밥알이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2012년은 손문 총통 100주년이라 손학규와 문재인의 경선이 불가피하다, 아무 관계없는 역사적 분석이지만, 그럴싸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 현실을 반영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국제분쟁전문기자의 '농반 진반' 2012 대선 전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지만, 소개는 이걸로 마칠게요. 더 말하면 실없는 농담이 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6일 오전 4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에 발을 디뎠습니다.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 참석차 들른 것인데요. 문 이사장을 향한 카메라플래시는 너무 뜨거웠습니다. 그야말로 '후끈'이었죠. 이를 지켜보던 김상근 목사가 기어이 한마디 하시더군요.

"오늘 카메라는 이해찬 총리와 문재인 이사장 쪽으로만 가네요!"

왜 언론은 문재인 이사장에게만 포커스를 맞췄을까

왜 언론은 이날 문재인 이사장에게만 포커스를 맞췄을까요? 최근 그의 지지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일까요? 그것은 일면의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늘 대중의 관심에 따라 움직이니까요. 마치 사랑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러나 꼭 그 때문일까요?

당초 원탁회의는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거대한 격랑인 내년 총선과 대선을 진보개혁진영이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인가 그 해법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2012년 진보진영 '통합운동' 요체가 될 것이라 했고, 일각에선 개혁진영과 진보진영 간 낮은 차원의 '선거연대' 논의단위가 될 것이라 했습니다. 첫 회의 결과를 볼까요.

"시민사회와 종교계 원로 및 각계 대표들, 시민정치운동단체 대표 등은 '희망 2013'이라는 주제로 2013년 이후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과 2012년 양대 선거의 승리를 위한 모색을 시작했습니다. 2013년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민주와 진보세력이 힘을 합해야 합니다. 야당만의 몫이 아니고 시민사회가 정치권을 적극 추동해야 합니다. 각자 철저한 혁신을 수행하면서 통합과 연대 논의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오랜 사전토의와 회의, 숙의 끝에 내놓은 결과물치고는 상당히 일반론에 가깝습니다. 속된 말로 밋밋하지요. 400만 트위터 유권자도 공감하는 현실을 이렇게 길게 설파? 최근 화두로 던진 '2013년 체제'에 대해 국민적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낀 탓일까요? 백낙청 교수가 따로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A4용지 1쪽 분량의 인사말입니다. 압축해보지요.

"국민들은 2012년 선거승리를 위해 야권이 어떤 경로로 합력할지 큰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힘을 합쳐야 이긴다는 상식을 확고히 갖고 있고,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고도 그 경로와 방식을 둘러싼 다툼이 지속될 때 짜증스러워질 뿐입니다. 이에 따른 유권자의 지탄과 역사의 단죄를 피하려면 '희망 2013'의 큰 꿈을 공유함으로써 각자 왜소한 타산을 넘어서는 길뿐입니다. 실제로 어떤 새 세상을 만들고자 하며,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보여주고 사람들의 감동을 얻지 못하면 선거승리조차 힘들 것입니다."

맞는 말씀이나, 그래서 지금 뭘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인 메시지가 약합니다. 지엽말단에 집착한다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원탁회의'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로 204일째 타워크레인에서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진숙 문제'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고 야권이 힘을 합쳐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을 만들라고 촉구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행동을 촉구하는 구체적 메시지가 없는데, 언론이 이를 주목해 보도할 리 있을까요?

어쩌면 문재인 이사장도 이날 회의 이후 살짝 대략난감이었을 지도 모르지요. 대충 감은 잡고 참석했겠지만, 그간 통합논의를 촉구해오던 그가 정작 원탁회의 테이블에서 통합문제를 주요 화두로 삼지 못한다는 걸 알았을 때 어땠을까 속으로 '뭥미?'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에 참석해 이해찬 전 총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에 참석해 이해찬 전 총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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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자꾸 문재인을 주목하는 이유

물론 이 문제와는 별개로 문재인 이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을 야권의 묘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록 '내가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나, 자꾸 그를 주목하게 되는 건 야권이 가진 밑천이 든든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지난 4.27 재보선 경기도 성남 분당을 지역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승리하는 쾌거를 얻긴 했지만 내년 대선의 유일 야권주자로 '손' 들어주기에는 미덥지 않은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지요. 민생진보를 내걸고 민심대장정에 적극 나서지만, 문제의 핵심은 피해가는 분위기라 대중적 지지와 인기를 한 몸에 얻기에는 어려움이 있지요.

그런데, 문 이사장은 당장 정치에 나설 뜻이 없다고 함구하는 등 일종의 '신비주의 노선'을 걷는 것처럼 보이나, 정작 문제가 되는 상황 앞에서는 득달같이 해결사로 나섭니다. 대중은 그걸 목격했지요. 바로 4.27 재보선 김해을 후보단일화 과정입니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후보단일화 방법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것처럼 대립했지만, 결국 문 이사장이 나서 곽진업 민주당 후보의 손을 잡고 '여론조사 100% 안'을 수용함으로써 '문재인의 힘'을 보여주었지요.

그러니까, 그가 가진 이미지는 적극적으로 권력을 탐하지는 않지만, 정치적 대의에 따라 무언가 행동하고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한다'는 것이지요. 2007년 '욕망의 정치' 화신이었던 MB와 대별되는 단면이기도 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둔 가운데 그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1987년 대선 김대중-김영삼 양김 분열 이후 부산경남(PK)지역은 늘 한나라당 차지였습니다. 원래 야성이 강한 동네였지만 지역주의에 갇힌 뒤 한나라당의 아성이 돼버렸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울부짖었으나 끝내 허물지 못했던 지역주의. 어쩌면 문 이사장이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경남지사가 얻은 53.5%의 지지율, 부산시장에 출마한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의 44.6% 지지율을 감안한 상황에서, 문재인 이사장이 내년 총선 부산경남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진두지휘한다면, 그 변화의 태풍은 아무도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등하게 될지 모릅니다.

PK가 내년 선거 좌우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 정치사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합니다. 야권의 유력 정치지도자의 분석입니다. 들어보시죠.

"1987년 대선에서 양김이 분열한 이후 24년간 한국의 진보는 통합하지 못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세가 약한 PK지역에서 야권연대는 굉장히 잘됩니다. 정당간 야권연대로 PK지역은 충분히 승산 있는 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요. 만일 이 가운데 문 이사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면 그의 위상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간 대립해왔던 한국 진보운동의 역사도 1971년 김대중 대통령 선거 당시로 복원되는 계기가 된다고 봐야죠. 한국 정치사에 어마어마한 대회전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2012년 이전의 대한민국과 2012년 이후의 대한민국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달라질 것입니다."

큰 선거를 쥐락펴락해온 그의 냉철한 분석은 늘 한국정치를 긴장시켜왔습니다. 이번에도 그의 분석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71년 대선에 출마한 당시 김대중 후보는 ▲향토예비군 폐지 ▲지방자치제 실시 ▲남북대화 ▲노사위원회 구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539만 표를 얻어 634만 표를 얻은 박정희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지요.

당시 김대중 후보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화를 바라는 여론 때문이었습니다. 1971년 4월 18일 장충단 유세에는 선거 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기록됩니다. 중앙정보부와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탄압, 금품 살포, 지역감정 조장, 흑색선전, 선거 부정 등의 관권개입이 아니었다면 아마 대통령은 김대중 후보가 됐을 거라는 분석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요.

어쩌면 우리는 정확히 41년 만에 다시 대회전의 격랑 앞에 서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정치주체의 형성, 그를 위해 '도로 민주당' '도로 민주노동당'이 아닌 새로운 내용과 사람을 담을 새 그릇. 거기에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결합도 필수불가결할 것입니다. 지역적으로는 부산경남지역이 폭풍의 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지요.

물론 이런 비판적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의 시각입니다.

"PK지역이 내년 선거의 돌풍이 될 것이다? 문재인이 그 돌풍의 핵이 된다?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이사장의 경선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동의해요. 그러나 그가 PK 돌풍의 핵이 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의 일관된 시각은 '내가 남을 도와 무엇인가 되도록 하겠다'지, '누가 나를 도와 무엇이 되게 해달라'는 게 아니거든요. 총선까지는 역할을 하겠지만, 대선까지 GO? 글쎄 현재로서는 확답하기 어렵지 않나."

그는 "역대 선거에서 늘 제3의 후보가 등장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국회의원이거나 정치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사람에게 당선권을 허락한 사례가 없다"며 "평가에 혹독한 우리 국민들은 내년 총선 PK지역에서 문 이사장의 역할과 행동을 보고 그 판단을 기준으로 대선에서 누굴 대통령으로 뽑아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태그:#문재인, #PK지역, #야권연대, #중앙정보부, #향토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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