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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최종 투표율이 발표된 직후,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이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바람직한 서울시 복지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단 한번의 유일한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놓치게 돼 참으로 안타깝다"며 "사퇴 시기는 하루이틀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저녁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최종 투표율이 발표된 직후,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이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바람직한 서울시 복지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단 한번의 유일한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놓치게 돼 참으로 안타깝다"며 "사퇴 시기는 하루이틀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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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4시간이 지나지도 않아서 서로 서울시장 하겠다고 난리니…."

25일 아침, 민주당 고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중도사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그의 거취표명과 관계없이 민주당 정치인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때문이지요.

잘 아시는 것처럼 오 시장이 9월 이전에 사퇴하면 10월 26일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고, 그 이후 사퇴의사를 밝힌다면 내년 총선 때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함께 치르게 됩니다.

오 시장은 이번 주 중으로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게 없습니다. 서울시민들의 준엄한 뜻을 받들고 무상복지정책을 적극 이행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가 이미 표명한 대로 시장 직을 걸었으니 사퇴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오세훈 서울시장, '식물상태'로 버틸 수 있을까

평소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보면, 오 시장은 '식물시장'으로 몇 달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따라서 청와대와 여당의 당부와 관계없이 10월 보선이 예고될 수 있지요. 그러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미 기자들에게 "10월 보궐선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으니 어쩌면 선거의 시기가 내년 4월로 넘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여하간 오 시장의 빈자리를 메울 보궐선거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시기가 문제지요. 이에 따라 여야 정치인들은 주민투표 무산 직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비하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의 경우 지금까지 자천타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한길 고문, 이계안 전 의원, 전병헌 전 민주당 정책위 의장, 추미애 민주당 의원,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 의장,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한명숙 전 총리 등입니다. 모두 10여 명에 이릅니다.

이중 가장 먼저 나선 분은 천정배 최고위원입니다. 천 최고위원은 25일 낮 12시 긴급 기자 오찬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천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우회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위키트리> 보도에 따르면, 천 최고위원은 오래 전부터 서울시장 출마문제를 검토해왔다고 하는데요. 또 안산 단원(갑)구 내리 3선 의원인 그에 대해 지역구민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이 굉장히 커졌는데, 이 (서울시장) 자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이 어렵다"며 "주변에서 권유도 있고 해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날 낮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기자들에게 알렸습니다. 일종의 '간보기' 전략인 것이지요.

줄줄이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오 시장은 아직 거취표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이 가운데 천 최고위원이 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선 현실적으로 주소이전의 문제가 있다고 하네요.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려면 최소 60일 이전에 주소이전을 해놔야 출마할 수 있다는 거지요. 어쩌면 다른 문제는 다 차치하더라도 이 문제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볼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천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여러 직함을 맡고 있습니다. 당 개혁특위 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에서 공천문제를 조정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완벽하게 정리된 상황인가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민주당 당대표실 KBS 불법도청 사건 진상규명 특위 위원장이기도 하지요. 이 문제도 아직 명쾌하게 정리된 무엇이 없는 상태입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행동" 일침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무상급식 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은 이제부터라도 국민 앞에 겸손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무상급식 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은 이제부터라도 국민 앞에 겸손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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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천 최고위원의 결단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어떤 입장일까요?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드러난 25.7%의 주민투표율을 참고할 때 민주당에게 결코 유리한 선거가 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설령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다고 해도 그것으로 내년 총선까지 무탈하게 간다고 확답하기도 어려운 것"이라고 답답증을 토로했습니다.

지금은 오세훈 시장의 반성과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할 때이지 민주당의 중진급 정치인들이 거취표명도 안 된 상태에서 너도나도 출마하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급하게 선거 국면으로 만들어놓으면 보편적 복지와 무상급식이라는 복지국가 담론은 숨어 버리고, 정쟁만 남게 될 것이라고 씁쓸해했습니다.

그가 제기한 25.7%는 어떤 숫자일까요? 민주당 전략가들은 이번 주민투표율을 24~27% 정도로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조직 표가 그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지요.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25.7%. 이것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얻었던 25.4%보다 0.3%p 더 많습니다. 유권자 100%가 모두 투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투표율이 50%는 돼야 민주당이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는 얘기인 것이지요. 10월 보선을 치른다 해도 결코 민주당에게 유리한 선거는 아니라는 거지요.

또 다른 민주당 내부의 전략가는 이런 걱정을 합니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것은 당 대 당 구도로 선거판을 짜는 게 아니라 오 시장은 반드시 자기 약속을 지키라고 '신뢰의 프레임'을 짜고 구도관리를 해야 한다는 거지요.

무조건 한나라당 출신 시장 밀어내고 민주당이 먹겠다는 식으로 보여서는 절대로 민주당이 유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마 문제로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민적 공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대안적 인물을 찾게 되는 것이고, 그 안에서 후보는 아주 당연히 부각되기 마련인데 뜬금없이 나서는 것은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략가는 "복지가 왜 필요한지, 우리에게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등의 무상복지가 왜 중요한지, 우리가 원하는 국가모델은 무엇인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비전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주민투표율이 33.3%에 못 미쳐 투표함 개함을 못했으니 이것은 민주당의 승리라고 자축하며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라고 경계했습니다.

오랫동안 선거분석을 해온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지금 민주당이 선거문제나 후보문제를 앞당겨 꺼내면 꺼낼수록 그것은 전혀 실익이 없는 일이라고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 격인데, 참으로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정치생명만 지키자고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를 가지고 무려 182억 원이라는 시 예산을 낭비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이른바 '프레임 전쟁'을 해서 복지국가를 대세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와중에 중진급 정치인이 선거판을 만들어 버렸으니 이걸 어쩌면 좋겠느냐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주민투표율 25.7%의 함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일인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재동초등학교 교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일인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재동초등학교 교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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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씨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습니다. 다만 그는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분석할 것도 없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공간이 열리면 출마하는 것은 정치인의 본능이라는 거지요. 무엇보다 지금은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 서울시장이 될 수 있는 '적기'인데 이를 놓칠 리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역시 25.7%의 함수입니다. 우선 그는 민주당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를 코치합니다. 첫째, 보수층의 반격 투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둘째, 후보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출마자가 열이든 스물이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인정 받는 '후보 1인'이라야 그것이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는 주문입니다. 특히 김종배씨는 "서울시내 25개 구청 가운데 21개 구에서 민주당 출신들이 당선될 때 당선되지 못하는 수준의 후보 경쟁력으로는 한나라당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 야권통합과 연대는 정치권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야권단일화가 됐다면 선거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볼멘 소리도 많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역시 야권통합과 후보단일화는 주요 이슈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야권단일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지, 그것이 어떤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유권자들은 이를 보면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로 누구에게나 피선거권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간 여러 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민주당의 몇 안 되는 훌륭한 진보정치인이 제사상 앞에서 지나치게 군침 흘리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결국 개인에게도 민주당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민주당, #천정배, #25.7%,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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