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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 상황을 보도한 <허핑턴포스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 상황을 보도한 <허핑턴포스트>.
ⓒ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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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카불 현지시각),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탈레반에 의한 자살폭탄 공격 및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총 몇 명의 탈레반이 이번 사건에 가담했는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6명의 무장한 탈레반이 호텔에 침입하여 10여 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NBC 뉴스는 차량에 실린 폭탄이 호텔 정문에서 터지면서 이 모든 공격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또한 자살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은 6명이 호텔 식당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여러 차례의 폭발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공격이 시작된 지 6시간여 만인 29일 새벽, 총과 로켓추진식 수류탄, 자살 폭탄 등으로 무장한 6명의 탈레반은 모두 다국적지원군 및 아프가니스탄군에게 사살됐다. 아프가니스탄의 비스물라 칸 내무부 장관은 "6명 모두 사살됐고 상황은 안정됐다"고 발표했다. 칸 장관은 이 과정에서 2명의 아프간 경찰이 다쳤고 인명 피해가 여러 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NBC는 미국 관리들이 사망자 중에 미군이나 미군 정보부 관계자가 포함됐는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사건 발생 후 이 호텔은 화염에 휩싸였다.

NBC "탈레반 6명이 호텔로 들어선 후 여러 차례 폭발음"... 총격전 이어져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 상황을 보도한 CNN.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 상황을 보도한 CNN.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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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최초의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나서 4시간이 지난 후, 나토 주도하의 국제안보지원군(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ce Force, 이하 ISAF)의 헬리콥터가 출동해 호텔 지붕에 있던 탈레반 3명을 사살했다는 팀 제임스 ISAF 대변인의 말을 전한 바 있다.

한편 AP는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대변인의 말을 빌려, 6명 중 2명은 탈레반의 공격 시작 당시 호텔 경호원들에게 사살됐고, 나머지 4명은 자살 폭탄으로 죽었거나 ISAF의 헬기 공격 또는 아프가니스탄의 공격으로 사살됐다고 전했다.

팀 제임스 대변인은 또한 ISAF의 공격이 시작된 후 1시간여 만에 아프가니스탄군이 호텔 지붕의 상황을 최종 정리했으며, 호텔의 나머지 지역에서도 공격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후 ISAF와 아프간 군인들은 호텔방을 하나하나 살피며 상황을 점검했다. 아프가니스탄 경찰은 NBC뉴스에 호텔 투숙객 중 유명한 서구인은 없었고, 대부분은 29일에 열리는 정부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여러 지역에서 모인 지방 관리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찰은 또한 사건 당시에 결혼식 피로연이 열렸다고 전했다. AP는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관리의 말을 빌려, 호텔에 약 60~70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사건이 종결되기 전, CNN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더 내셔널>의 에린 커닝햄 기자는 3명의 탈레반이 호텔로 들어왔고, 이 중 한 명이 2층에서 폭탄을 터뜨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한 바 있다.

호텔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커닝햄 기자는 "우리는 지금도 계속 소총 전투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알렸다. 커닝햄 기자는 호텔 지붕에 있는 몇 명의 저격수가 아프가니스탄 경찰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고 했고, 로켓추진식 수류탄이 호텔 지붕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제1부통령이 거주하는 지역 근처로 발사됐다고도 전했다.

호텔에서 사건이 발생한 후 몇 시간 만에 아프가니스탄 육군 특공대가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군 주도의 아프가니스탄 연합군은 아프가니스탄 내무부가 외국 주둔군에 어떠한 도움도 요청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한 ISAF의 제이슨 웨그너 소령은 ISAF가 "약간의 제한적인 지원"만을 제공할 뿐이라고 밝혔다.

애초에 팀 제임스 ISAF 대변인은 다국적군이 이번 공격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현장에서 이뤄지는 진압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팀 제임스 대변인은 "우리는 몇 명의 자살폭탄 테러리스트가 개입됐는지, 사상자가 몇 명인지 확인할 수 없다. 상황은 아직 진행 중이고 여전히 매우 혼란스러우며, 우리는 현장에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수사 중이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커닝햄 기자는 사건 현장에 미군이 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에 대해 보도한 <알 자지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에 대해 보도한 <알 자지라>.
ⓒ <알 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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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우리가 한 일"... <뉴욕타임스> "미군 감축 결정 다시 논의될 수도"

AP는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전화로 자신들이 이번 자살폭탄 공격을 했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후 성명서를 통해 탈레반이 호텔 정문을 지키는 경비원들을 죽인 후 호텔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우리 전투원 중 한 명이 모바일 전화로 '우리가 호텔의 모든 층을 장악했고 공격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우리는 50명의 외국인과 국내의 적들을 사살하고 상처를 입혔다. 우리는 복도에서 방에 있는 투숙객들(대부분 외국인)을 밖으로 꺼내고 있다. 우리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이들을 하나씩 꺼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에는 무장 전투원이 몇 명인지는 나타나지 않았고, 한 명이 자살폭탄 공격을 한 후 죽었다고만 밝혔다.

이러한 성명서 내용에 대해 NBC 뉴스는 탈레반이 자신들의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 정도를 과장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아프가니스탄군이 치안 책임을 맡아야 할 상황에서 이 나라의 치안 상황이 수도인 카불에서조차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18개월 전 3만여 명의 미군을 증강시켜 탈레반 세력을 일부 지역에서 후퇴시켰으나, 탈레반이 이번 사건을 통해 여전히 암살 및 자살폭탄 공격 등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수요일 오전(미국 현지 시각),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병력 감축 결정이 다시 논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사건이 발생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6층으로 카불에서 가장 큰 건물의 하나라고 한다. 1969년에 개장했으며,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후부터는 전 세계에서 호텔 체인점을 운영하는 인터컨티넨탈 그룹과 어떠한 연계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호텔은 인터컨티넨탈 호텔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일부 언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사건 발생 당시 호텔 경비는 삼엄했으며 출입구 근처에는 정보 담당 관리들이, 지하에는 경찰이 주둔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호텔은 1992년과 1996년 사이에 카불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무려 22건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큰 손상을 입었으나, 탈레반 치하에서 일부 복구됐다. 2001년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부터 서방 외신 기자들이 주로 이 호텔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공격 목표가 돼왔던 이 호텔은 2003년 11월 23일 근처에서 로켓포 공격이 있었던 적도 있다. 당시 사상자는 없었고 건물만 손상됐다.

29일 이 호텔에서는 지난 주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에 따라 아프가니스탄군이 미군 주도의 다국적 연합군으로부터 어떻게 치안 책임을 넘겨받을지가 논의될 예정이었다.

아프간 주둔 나토군 훈련 사령관인 윌리엄 콜드웰 중장은 사건이 발생한 28일 나토가 아프가니스탄 육군 및 경찰력을 35만2000여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이들의 숫자가 약 30만 명 선이다.     

또한 28일에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차기 아프가니스탄 사령관으로 지명된 존 알렌 중장을 출석시켜 미군 병력 감축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알렌 중장은 애초 미국 군부의 계획처럼, 즉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 내용보다 더 천천히, 더 적은 규모로 병력을 감축하는 것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탈레반의 공격 상황을 보도한 MSNBC.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탈레반의 공격 상황을 보도한 MSNBC.
ⓒ MS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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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프가니스탄, #자살폭탄, #탈레반,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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