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일 인터넷 신문 <허핑턴 포스트>의 톱
 22일 인터넷 신문 <허핑턴 포스트>의 톱
ⓒ 이유경

관련사진보기


지난 22일 저녁, 오바마 대통령은 내달부터 시작해서 올해 안으로 1만여 명을, 내년 가을까지 추가로 2만3천여 명의 미군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시킬 것이라 발표했다. 이같은 규모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애초에 미군 사령부에서 권고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이며,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행정부 관리들은 전했다.

오바마는 "꾸준한 속도로" 미군의 규모를 줄일 것이며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치안의 책임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병력을 증강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는 올해 부터 단계적인 미군 철수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6만8천여 명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상황이라, 정부 재정적자 및 더딘 경제회복으로 불만이 큰 미의회와 국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에만 이 전쟁을 치루는데 1천2백억 달러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6만8천 명 규모의 미군 병력은 오바마가 취임할 당시보다도 훨씬 더 많은 규모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철수하는 것이라고 이번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2009년 12월에 그는 미국의 목표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있는 알카에다 세력을 분열시키고 해체하며 패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연설에서 오바마는 9·11 테러가 계획됐던 이 나라가 더 이상 미국에 위협이 되는 테러리스트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 카에다는 9·11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과 더불어 우리는 알 카에다 지도부의 반 이상을 축출해냈다. 또한 우리 정보부와 특수부대 덕분에 우리는 알 카에다가 인정하는 유일한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그는 또한, "여전히 큰 어려움이 남아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끝난 게 아니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이제 미국은 "바로 이곳(미국)에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집중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내달부터 시작될 철군으로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의 전략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을 완벽한 곳으로 만들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거리 곳곳마다 치안을 유지하고 모든 산을 무한정 순찰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고 말해 그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지난 18개월간 미군이 집중적으로 벌였던 대(對)게릴라전도 이제부터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을 때처럼 보다 구체적인 목표물을 정해 비밀스럽게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치안의 책임을 맡긴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아프가니스탄 군대는 그 정도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그 정부의 부패문제는 여전히 심각해 일반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오바마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급격히 소원해진 파키스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파키스탄보다 더 폭력적인 극단주의로부터 위협을 받는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폭력적인 극단주의의 종양을 도려내기 위해 파키스탄 정부와 협력할 것이며, 파키스탄의 역할을 강조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미국은 우리를 죽이려하는 어떠한 이들을 위한 은신처도 묵인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대해 미국 언론은 다소 뜻밖이라고 평가했다. 애초에 현 아프가니스탄 사령관이자 차기 CIA 국장 지명자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를 비롯한 미 군부는 올 여름까지 5천 명, 그리고 올 겨울 또는 내년 봄까지 추가로 5천여명의 미군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 계획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미군 철수 발표를 전하는 22일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
 오바마 대통령의 미군 철수 발표를 전하는 22일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
ⓒ 이유경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22일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개입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부상하면서 이같은 결정이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곧 사임하게 될 로버트 게이츠 국방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은 조심스런 지지를 했다고 한다. 게이츠 국방부 장관은 여러 방송을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급하게 철군이 이뤄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지난 22일 그는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퍼트레이어스 지명자는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초기 철군 병력의 규모를 최소로하되 가능한 많은 전투 병력을 최대한 오랫동안 현지에 주둔시켜, 이제 막 미군이 거둔 불안한 승세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 NBC 뉴스 >도 한 고위 국방부 관리의 말을 빌어, 팬타곤과 군 관리들은 "한창 전쟁 중인 시즌에" 3만3천 명의 병력을 철수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그러나 대통령의 결정이 "나쁜 결정이지만 (그나마) 최소화된 것"이라며, 그것은 한 때 백악관에서 같은 규모의 병력을 올 말까지 모두 철수시키자고 제안했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팬타곤 관리는, 특히 대통령이 내년 가을(9월 1일)까지 철군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정치적 마감일"을 정한 것으로,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계산한 것이 틀림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백악관 관리는 철군 시기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사정을 고려한 결과 정해진 것이라 응수했다고 < NBC 뉴스 >는 전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전을 되도록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이번 오바마의 결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원 소수 대표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원은 대통령의 철수 계획이 적극적이지 않다며,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라 했고, 같은 당의 바바라 박서 상원의원은 "이 전쟁이 끝나가고 있어서 기쁘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 느리다"고 비판했다.

22일 오전 하원의장인 공화당의 존 베이너 의원과 상원 소수 대표인 같은 당의 미치 멕코널 의원은 군 지도부가 지지한다면 그들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지지한다고 미리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밋 럼니와 존 헌츠만 등 공화당의 대선 예비 후보자들은 신속한 철군을 요구했다.

2001년 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이래 지금까지 최소 1천5백여 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1만2천여 명은 부상을 입었다. 이 전쟁에 들어간 비용은 이미 4천4백만 달러를 훌쩍 넘고도 현재 계속 더 상승 중이다. 올 한해 예상되는 비용만 1천2백만 달러로 이것은 2년 전 일 년간 들어갔던 비용의 두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라크전에 들어간 비용까지 합치면 미국 정부와 국민들이 지난 10년간 전쟁에 쓴 돈은 무려 1조3천억 달러에 달한다.  

의회 전문 소식지인 <더 힐>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무리 많은 병력을 철수시킨다고 말한다해도 미국은 2012년 대선 때에도 여전히 전쟁 중일 것이다"며 여전히 남아 있게 될 6만 명 이상의 군인들은 "2012년 그의 재선을 위해 꼭 필요한 중도파와 리버럴 등의 세를 합치는데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의 좌파들은 이미 오바마가 선거 공약으로도 내세웠던 것임에도 작년 겨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증강을 실행했을 때, 큰 실망감을 표시했다.


태그:#아프가니스탄 전쟁, #오바마, #미군 철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