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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존재감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존재감이 가장 컸던 때는 시국선언, 정당 후원금 관련 탄압받았을 때다. 반갑지 않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45번째 10만인 클럽 특강. "투쟁일변도 노선에서 탈피하겠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 '이미지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과 '존재감이 없어졌다'는 평이 있는데"라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질문에 대한 장석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의 답변이다.

 

지난 1월 제15대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장석웅 위원장은 취임 이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투쟁일변도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활동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한 그동안 전교조와 대립각을 세워오던 교육과학기술부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상견례'를 하기도 했다.

 

"'학교와 교실의 변화' 핵심사업 설정, 22년 역사에서 처음"

 

그렇다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활동하기 위한 전교조의 혁신방안은 무엇일까. 장 위원장은 "전교조의 중심을 학교와 교실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그동안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 속에서 '참교육 실천 활동'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한 장 위원장은 "전교조 22년 역사에서 '학교와 교실의 변화'를 핵심 사업으로 설정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장 위원장은 참교육 실천 활동의 "핵심중의 핵심"으로 '혁신학교'를 꼽았다. 장 위원장은 지난 4월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혁신 학교 관련 1000개의 교사 연구 모임을 만들어 학교 변화를 끌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 장 위원장은 "진보 교육감 당선 이후 전국적으로 150개의 혁신학교가 만들어졌다"며 "교사의 열성과 자발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대단히 힘들긴 하지만, 밤 8~9시까지 일하면서 새롭게 아이들을 만나는 방법, 학습하는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학급 학생 수 25명 이내인 혁신학교는 교장 주도가 아닌 교장과 교사의 소통을 통해 교사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대안학교 모델이다. 또 행정직원이 따로 배치돼, 교사가 '가르침'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한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 중심으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장 위원장은 "교사주도형 수업이 아닌, 가르침과 배움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배움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학교의 슬로건은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뛰어넘는 범국민적인 교육의제 개발할 것"

 

장 위원장은 PPT 자료를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하나가 되어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사례, '블록타임제'를 통해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블록 위에서 공부와 놀이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사례, 보조교사를 통해 부진아를 방과 후가 아닌 수업시간에 함께 지도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 등을 보여주며 "새로운 학교운동의 핵심은 수업의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의 혁신을 통해 교실이 변하고 학교가 변하면 당연히 성적 향상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이러한 '학교 혁신'에 대한 전교조 교사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15개 도시를 돌며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을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6500명 정도의 전교조 선생님들이 참여했다"며 "교사들이 5~6시간 동안 심포지엄을 경청하는 걸 보면서 '우리 교육이 이래선 안 되겠다'는 절박감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교조의 '노선 변화'는 진보 교육감 당선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날 강연에서 장 위원장은 전교조 22년 역사를 세 시기로 나눴다. 1989년 창립 이후 1999년 합법노조로서 인정받기 전 까지가 1기, 합법노조로서의 양적인 팽창과 함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투쟁한 것이 2기, 2010년 6·2 지방선거 진보교육감 당선 이후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 시기가 바로 3기다.

 

장 위원장은 "전교조는 정치의 자유가 제약되어 있어서 정책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혁신학교와 무상급식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처럼, 이제는 그걸 뛰어넘는 범국민적 교육의제를 개발해서 내년 총선, 대선에서 정책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젊은 교사들에게 '너무 무거운' 전교조, 경쾌해졌으면"

 

 

이날 강연에서는 현재 전교조가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전교조 조합원 감소와 평균연령의 고령화가 대표적인 예다. 장 위원장은 "조합원 수가 가장 많았을 때는 9만5000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6만7000명 정도 된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3년여 동안 워낙 탄압이 심했기 때문에 세가 많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조합원 평균 연령 역시 "창립초기에는 30대 이하였지만, 지금은 교사 일반의 평균연령과 같은 41세 정도 된다"며 "신규 교사들의 수급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30대 젊은 선생님들에게 전교조가 매력 있는 노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라는 오연호 대표의 질문에 장 위원장은 "전교조가 좀 더 경쾌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전교조가 젊은 선생님들에게 너무 무겁다"고 지적한 장 위원장은 "전교조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숙주의, 희생, 헌신, 용기 등을 요구하는데 대중적 노조가 그러면 안 되지 않나"라며 "젊은 사람들의 감수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전교조, 소통하는 전교조가 되어 현장의 요구에 좀 더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전교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린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지난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조합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조 의원은 법원으로부터 1억5000만 원의 강제이행금 명령을 받았다.

 

장 위원장은 "현직 정치인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승소를 하고, 강제이행금을 집행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물론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언론에서 보셨다시피 (조 의원이) 전교조에 돼지 저금통을 들고 와 (저금통) 배를 가르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한 콘서트를 하는 등 정치쇼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의원이 매달 700~800만 원의 세비가 가압류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돈을 어려운 아이들에게 쓰는 게 죄가 될지 모르겠다, 더러운 돈이지만 깨끗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태그:#장석웅, #장석웅 위원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 #10만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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