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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작게 보이는 건물이 바로 고리 원자력 핵발전소 입니다.
▲ 인자, 고마해라 고리 1호기 오른쪽 작게 보이는 건물이 바로 고리 원자력 핵발전소 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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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사고 25주년, 핵 없는 나라 시민평화 행동이 4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 기장군 고리핵발전소 일대에서 있으니 많이 참석 바랍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오후 1시경 울산 시청 앞에서 모여 버스 대절하여 함께 간다고 했습니다. 오후 1시까지 가보니 대형 버스 한대가 서있었습니다.

"자가용 있는 분들 먼저 가고 우린 이 버스를 타고 갑니다. 오늘 전국에서 반핵활동가들이 모두 모입니다. 지구상 핵발전소가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240키로면 울산과 대전의 거리보다 먼 거리입니다. 일본 핵발전소가 터지면서 그 먼거리까지 방사능 성분이 검출 되어 채소를 먹을수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엄마 모유에서조차 방사능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600여명이 모였습니다.
▲ 고리 1호기 폐기처분 하라! 전국에서 600여명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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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반핵특위 위원장이 버스 안에서 사회를 맡아 핵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상범 위원장은 현대자동차 전 위원장도 했었고 노동자 대표로 울산 북구청장까지 역임한 바 있습니다. 그분이 요즘 환경운동가로 변신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핵발전소가 사고 났을 때 인근 주민에 대한 방사능 핍폭 방지 대책이 전혀 없습니다. 전쟁 대비훈련은 자주 해도 핵발전소 피해에 대한 대책과 주민 보호정책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다행히도 지난 3월 일본 원전피해로 전국에서 핵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978년 울산과 부산 사이 기장군에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생겼다고 합니다. 핵발전기 수명이 23년인데 78년에 생긴 고리 핵 발전기는 33년 된 것입니다. 이미 폐기 되었어도 10년 전에 폐기 되었어야 할 핵발전기를 10년이나 더 수명 연장을 시켜가며 핵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반핵을 내용으로 판소리 창을 하시는 선생님
▲ 구성진 반핵 굿놀이 한판 반핵을 내용으로 판소리 창을 하시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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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울산에 48년을 살고 있었어도 부산보다 가까운 기장군에 핵발전소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이번 기회에 생전 처음으로 고리원자력 핵발전소를 가보게 되었습니다. 기장군 월내리 바닷가로 가니 집회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노란 대형 현수막에 '인자 고마가라 고리 1호기'라는 글귀가 보였습니다. 핵 발전소 반대와 폐기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여기저기 사복입은 경찰들이 무전기를 손에들고 서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오는지라 우리가 좀 일찍 도착했는지 100여명도 안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본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1부 순서로 문화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우창수라는 민중가수가 나와 반핵 노래를 불렀고 설재호라는 분은 오카리나를 멋지게 불었습니다. 1부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어디서 모여 드는지 그 외딴 마을에 꾸역꾸역 자꾸만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주최쪽은 전국에서 600여명 올 것으로 예상 했고 나중에 보니 정말로 600여 명 모인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걱정되어 참석 했어요"
▲ 학부모 "아이들이 걱정되어 참석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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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순서로 '고리 1호기 폐쇄 핵단지화 철회를 위한 전국시민대회'를 진행 했습니다. 멀리 서울, 광주지역에서까지 반핵활동가들이 왔습니다. 어린이까지 동반한 가족도 많이 보였습니다. 환경운동가와 진보정당 대표도 와서 인사말과 연대사를 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한국 핵 예찬론자들은 안전하다고만 앵무새처럼 말할 뿐입니다. 안전타령만 한다고 핵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어떻게 합니까?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 독일, 미국에서는 이미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선언했고 독일의 경우 2030년까지 폐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수명이 끝난 핵발전기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수명 연장만 꾀하고 있습니다. 졸속으로 수명을 연장하다가 정말 큰 사고라도 나면 어떻하려고 그러는지 이해할 수 가 없습니다."

일본 핵 발전기 폭발사고가 난 후 환경운동연합에서 일본 원전사고 조사단을 보냈다고 합니다. 오늘 일본을 다녀온 대표단의 보고도 있었습니다.

집회후 인간띠 잇기 행사가 진행 되었습니다.
▲ 핵폐기 인간띠 잇기 집회후 인간띠 잇기 행사가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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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에 가서 6명이 함께 조사활동을 했습니다. 우리는 위험을 무릎쓰고 최대한 사고가 난 곳 가까이까지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원전 사고가 난 지역에서 60km 떨어진 곳에 숙소를 정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고지역과 30km 떨어진 곳부터 사람이 살지 않아 물어보니 일본 지자체 장들이 모두 이주를 시켰다고 했습니다. 20km 안쪽으론 못 들어가게 일본 경찰이 막았습니다. 우리는 샛길을 찾아 1km 앞까지 접근을 해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방사능 수치도 재 보았습니다. 사고지역 주변은 다른곳과 달리 1,000배가 넘는 방사능 수치가 나왔습니다. 한국 원전 안전하다는 말을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자연재해 앞에서 원전 안전지대는 결코 없습니다. 저는 원전 추가 건설은 범죄라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한 노동자는 지금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연대사와 보고사가 끝나고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사회자로 나선 여성 반핵활동가가 말했습니다.

"고리원전 1호기가 차지하는 전국 전력공급은 단 1% 수준입니다. 고리 원전 폐쇄 시켜도 국내 전력공급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핵발전기를 돌리려 애쓰는 것은 국민의 안전보다 핵사업자의 이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전국서 모인 핵반대 시민평화행동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잘 따라 주었습니다.
▲ 핵폐기 하라! 전국서 모인 핵반대 시민평화행동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잘 따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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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의문 낭독 후 인간띠 잇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소가 있는 주변 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핵발전소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 "왜 핵발전소 쪽으로 안 가고 다른 길로 가요?" 라고 옆에 같이 가던 부산 활동가에게 물어보니 "고리원자력 쪽에서 이미 1년치 집회신고를 다 내 버렸어요. 그래서 고리원자력 쪽으론 접근을 못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바로 입구까지 가서 항의 집회라도 하려나 생각 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지역 로타리 클럽 회장인데 월내를 니들이 책임 질거야? 왜 와서 이 야단이야. 원전에서 우리 지역에 얼마나 많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 야단이냐고?"

핵반대 현수막을 앞세우고 평화걷기 행사도 진행 했습니다.
▲ 핵반대 평화걷기 핵반대 현수막을 앞세우고 평화걷기 행사도 진행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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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마무리 할 즈음 어떤 노인이 오더니 우리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음성을 높였습니다. 다시 부산지역 반핵 활동가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원전에서 이 지역에 뭘 해주고 있는데 저 할아버지가 저러죠?"

부산지역 한 반핵 활동가가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고리 원자력이 지역에 세금을 많이 냅니다. 그리고 학교 방과 후 수업 같은 경우도 모두 무료 지원되구요. 그 외에도 지역민을 위한 혜택이 많이 보장되고 있지요. 또한 개별적으로 매월 보상금도 지급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년 전만 해도 반핵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은 안전하다는 주장이 더 먹혀들고 있는거 같아요. 핵이 얼마나 위험천만 한 것인지 모르는거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곧 주위에 있던 경찰이 와서 모셔 갔습니다. 사람들은 아쉬운지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보이는 빨강색 등대가 있는 자리에서 잠시 머물며 반핵 구호를 외치고 반핵집회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핵 없는 평화"
"고리 1호기 폐쇄"

고리 핵 발전소 앞으로 가려면 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건너지 못했습니다. 고리 쪽에서 1년치 집회 신고를 미리 해두어
접근을 할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주변 길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 고리 핵 발전소 고리 핵 발전소 앞으로 가려면 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건너지 못했습니다. 고리 쪽에서 1년치 집회 신고를 미리 해두어 접근을 할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주변 길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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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저는 왜 핵발전소가 바닷가에만 있는지 궁금해서 다른 지역 반핵활동가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핵 발전기를 돌리면 열이 엄청 올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냉각탑이 있고 물이 꼭 필요 합니다. 육지에 있으면 엄청난 양의 물을 자주 채울수 없어요. 그래서 바닷물을 이용하려고 바닷가에다 핵발전소를 짓는 것입니다. 사용후 다시 바다로 흘려 보내는데 그 주변엔 생명이 살수 없어요. 돌이 모두 백화 현상이 일어나구요. 그 핵발전소 주변 물고기엔 등굽은 물고기도 더러 나온다고 합니다"



태그:#고리원자력, #핵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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