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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여행 열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제 오키나와 여행의 마지막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키나와에 있는 사키마 미술관에는 민중미술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독일 작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이 있습니다.

 

저희 일행은 오키나와 여행 당시 사키마 미술관 측의 배려 덕분에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케테 콜비츠 작품 몇 점을 특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키마 미술관에서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처음 볼 때까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에 콜비츠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콜비츠가 여자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인 저의 눈에는 작품만으로 작가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별해낼 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의 전시작품은 삶과 죽음, 인간과 전쟁, 깊은 고뇌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평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관된 주제의식 때문에 일본 작가인 마루키 부부의 대작 <오키나와 전도>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작가인 케테 콜비츠와 조르주 루오 등의 작품을 수집하였다고 합니다.

 

사키마 미술관에서 '더글러스 러미스' 교수의 강연을 듣는 동안 미술관 폐관시간(오후 5시)이 지나버렸습니다만, 미술관 측에서는 외국인 방문객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수장고에 비치된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꺼내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케테 콜비츠는 작품활동을 통해 통해 사회부정과 전쟁, 비인도적 행위 등을 고발하였습니다. 자유로운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베를린(1884~85)과 뮌헨(1888~1889)에서 그림을 공부하였다고 합니다.

 

1890년 이후로는 주로 그래픽 아트에 몰두해 에칭·석판화·목판화·소묘 등을 제작하였으며, 1891년 베를린의 노동자 거주지역에 진료소를 연 의사 '카를 콜비츠'와 결혼하고, 그곳에 거주하면서 도시 빈민들의 비참한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초창기 주요작품은 판화 연작인 <직공들의 반란>(Der Weberaufstand, 1894년경~1898)·<농민전쟁>(Bauernkrieg, 1902~1908)은 모두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비참한 상태를 묘사한 작품들입니다.

 

1914년 막내 아들이 전쟁터에서 죽은 후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자식을 보호하고 있는 어머니나 죽은 자식과 함께 있는 어머니를 주제로 다룬 판화 연작을 통해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였습니다.

 

1933년 독일에서 나치가 권력을 잡자 1934, 1936년 전시된 그의 작품들을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콜비츠가 마지막 작품인 석판화 연작 <죽음>(Death, 1934~1936)은 극적인 느낌을 주는 매우 을씨년스럽고 기념비적인 형태로 죽음이라는 비극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1940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1942년 사랑하는 손자가 전투 중에 죽었으며, 1943년에는 집과 작업실이 폭격을 받아 일생에 걸쳐 만든 작품 상당수가 파괴되었으며 유럽에서 전쟁이 끝나기 몇 주 전에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는 독일 표현주의의 가장 뛰어난 실천가였으며, 20세기 사회적 저항에 앞장선 대표적인 미술가였다고 합니다.

 

콜비츠는 전쟁 장면 대신에 희생자를 표현함으로써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였다고 합니다. "20세기 전반의 격동기를 치열하게 살다 간 독일의 여류 화가이자, 판화의 세계를 독보적인 위치로 끌어올린 판화가, 프로레타리아 미술의 선구자, 미술의 역할을 사회 속으로 제고시킨 작가"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20세기 현대미술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세계적인 판화가였던 케테 콜비츠는 이른바 민중미술의 선구자였다고도 합니다. 케테 콜비츠는 중국의 노신과도 교류하였으며, 그녀가 개척한 현실참여 예술 양식은 중국에서는 신흥목판운동, 1980년대 한국에서는 민중판화운동을 불러 일어키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 합니다.

 

오윤, 홍성담과 같은 작가들이 그녀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광주민중항쟁 25주년 기념 전시회가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에서 열렸던 것도 이런 인연들이 닿아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이는 그녀를 '예술계의 체 게바라'라고 표현하였더군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미술을 공부하고 의사 남편을 만나 유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 되었지만, 살아 생전에 예술과 삶이 단 한 번도 분리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지난 1월 오키나와 여행에서 시작된 케테 콜비츠와의 인연은 최근 다녀 온 미국연수로 이어졌습니다. 뉴욕 연수기간에 틈을 내어 찾아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독일 표현주의 작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전시관의 첫 번째 작품들이 바로 케테 콜비츠의 작품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였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키나와, #콜비츠, #전쟁, #민중미술,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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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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