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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에 들어서 부터 늘 기타를 껴안고 생활했던 송인효 녀석, 1년도 채 안돼 몇곡의 노래를 작곡작사해서 노래불렀습니다. 풀무고등학교에서 농사일을 배워가며 좀더 깊이 있는 노래를 불렀으면 합니다.
 중학교 3학년에 들어서 부터 늘 기타를 껴안고 생활했던 송인효 녀석, 1년도 채 안돼 몇곡의 노래를 작곡작사해서 노래불렀습니다. 풀무고등학교에서 농사일을 배워가며 좀더 깊이 있는 노래를 불렀으면 합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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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기 위해 보따리 보따리 싸들고 충남 홍성으로 가던 날, 큰 아이 송인효에게 말했습니다.

"너 풀무고등학교에서 대학 가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대학가서 실용음악 전공하고 싶은데…."
"좋지, 하지만 전에도 말했지만 대학 갈 때 입학금만 마련해 줄테니께 나머지는 니가 알아서 해야 한다잉, 그 입학금 가지고 여행을 떠나든지 아니면 정 대학에 가고 싶으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생으로 다니든지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그건 니가 알아서 해야 혀."

그렇게 큰 아들이 홀로서기를 위해 풀무고등학교로 떠난 지 4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위해 집을 떠나던 날, 홀로서기는 둘째치고 나만큼이나 느려터진 녀석이기에 부지런하게 생활해야 하는 풀무고등학교에서 적응을 잘 할까 내심 걱정이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가끔씩 밭일을 함께 하곤 했습니다. 작은 아이 인상이 녀석은 끝까지 남아 농사일을 거들어 주었는데 인효 녀석은 건들거리며 밭일을 마치기도 전에 이 핑계 저 핑계로 은근슬쩍 빠져 나가기 일쑤였습니다. 부지런히 일하는 개미들 옆댕이에서 할 일 없이 노래하는 베짱이 같은 녀석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진행된 풀무고등학교 입학식이 열리던 날, 부모 자식이 나란히 앞에 나와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에 인효 녀석의 게으름을 만천하에 까발렸습니다.

"녀석과 친구처럼 지냈는데, 떠나 보내려니 섭섭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좋은 친구들이 생겨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우리 인효 놈은 머리를 잘 쓰는데  몸을 잘 안 씁니다. 아주 게으른 놈입니다. 이 학교에서 농사일을 배워가며 부지런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녀석이 요즘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는데, 이곳에서 땀 흘려가며 좀 더 깊이 있는 노래 부르기를 기대 합니다."

머리 잘 돌아가는 녀석이 그냥 있을 리 없었지요. '아주 게으른 놈'이라는 말에 곧장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요. 저 보다 더 게을러요."

짜식이 게으르다니, '게으른 것'이 아니라 '느린 것'인데 억울했습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었습니다. 게으르다는 말 때문에 늘 지 엄마하고 다투는데 참으로 억울했습니다. 변명을 하려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녀석이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말을 썼기 때문입니다. 늘 아빠라 부르다가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호칭을 썼던 것입니다. 그 '아버지'라는 말 한마디에 녀석의 기숙사 생활에 대한 걱정을 다소 접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기타 좀 보내줘"

그럼에도 한편으론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출퇴근이 없는 자택근무의 부모와 늘 함께 생활했던 녀석이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도 채 못 견디고 뻔질나게 전화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일주일 내내, 그리고 또 일주일 내내 그렇게 3주가 넘게 녀석으로부터 단 한 통의 '그리움'을 애걸하는 전화가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녀석의 엄마가 전화 한 것이 전부입니다. 풀무고등학교에서는 핸드폰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내에 공중전화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집으로 전화를 걸 수는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 전남고흥으로 전학 와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던 송인효. 학교 축제 때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후 컴퓨터 게임 대신 기타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중학교 3학년때 전남고흥으로 전학 와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던 송인효. 학교 축제 때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후 컴퓨터 게임 대신 기타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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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각해 보니 녀석 스스로 두 차례 정도 전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입학하고 하루 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화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기타를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입학하자마자 기타를 껴안고 생활하는 것이 보기에 썩 좋은 것 같지 않아 한 달 쯤 지나서 가져가라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날 무렵 다시 녀석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노는 토요일을 기해 집에 다녀 가겠다는 전화 였습니다. 녀석의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였는데 다음과 같이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다음에 오면 안되겠냐. 이번 토요일은 손님들이 많이 오고 또 엄마가 정신없이 바빠서…."
"그럼 기타 좀 보내줘."

인상이 녀석이 학교 이층에서 떨어져 수술을 받고 난 즈음이었기에 녀석에게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오지 말라고 했던 것입니다. 동생의 사고를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녀석, 집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기타를 가지러 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전화선이 들어오지 않아 인터넷도 할 수 없었던 집에서 늘 기타를 끼고 살았던 녀석이었기에 손가락이 근질거려 견딜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기특하면서도 매정한 녀석, 하루아침에 안면을 싹 바꾸다니, 내가 오히려 녀석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녀석의 빈자리가 더욱더 허전했습니다

그렇게 4주 동안 녀석과 두 차례의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때마다 집 생각은 까마득히 잊고 학교 생활이, 기숙사 생활이 너무 너무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친구들도 좋고 선생님도 좋고 선배들도 아주 잘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녀석은 꿀단지라도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풀무고등학교에 착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기타를 보내주고 나서 나는 녀석에게 '앙심'을 품었습니다.

'자식아! 좀 더 지내 봐라, 날 풀리면 현장학습 시간에 밭 일 하고 또 모내기 준비도 하고 죽을 똥 쌀 줄 알아라, 그때쯤 되면 집이 그리워 안달이 날 거다.'

녀석에게 기타를 보내고나자 녀석의 빈자리가 더욱더 허전했습니다. 문득 녀석이 녹음해 놓고 간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기타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돼 녀석이 작곡 작사한 노래였습니다. 녀석이 녹음해 놓고 간 것은 '부침개' '자전거에 날개를 달고' '밤길'이라는 노래입니다. 가끔씩 그 조악하게 녹음된 송인효 녀석의 노래를 들어 봅니다.

그 중에서 녀석이 임순례 감독의 명작, 밑바닥 밴드 인생을 그린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 나서 작곡 작사해서 부른 노래, '밤길'이 짠합니다. 녀석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에서 만든 노래라고 하는데 이 노래는 앞길이 보이지 않는 청소년들의 심정이 잘 담겨져 있습니다. 녹음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시간이 나시면 한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송인효 녀석이 풀무고등학교 기숙사로 떠나면서 직접 작곡 작사한 몇 곡의 노래를 녹음해 놓고 갔습니다. 그 중에 '밤길'은 앞길이 보이지 않는 청소년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송인효 녀석이 풀무고등학교 기숙사로 떠나면서 직접 작곡 작사한 몇 곡의 노래를 녹음해 놓고 갔습니다. 그 중에 '밤길'은 앞길이 보이지 않는 청소년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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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송인효 작곡작사 노래



막차에서 내려 입김 한 모금 뿜어내니 두 뺨으로 찬바람 달라붙고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걸을 생각에 벌써부터 한숨만 나오고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겁이나
달과 별만 보이는 어둠속에 길을 찾아 헤매는 나

별빛이 밝은데도 /뚜렷하지 않는 내 앞길
달빛이 밝은데도 /두려움만 가득한 내 앞길
별빛이 밝은데도 /뚜렷하지 않는 내 앞길
달빛이 밝은데도 /두려움만 가득한 내 앞길

괜히 하늘 쳐다보며 괜히 딴 생각해 봐도 내 앞길은 여전히 어둡고
뭐가 급한지 쌩쌩 달려가는 저 차를 보니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지고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멜로디
달과 별만 보이는 어둠속에 내 노래로 길을 밝히는 나

별빛이 밝은데도 /뚜렷하지 않는 내 앞길
달빛이 밝은데도 /두려움만 가득한 내 앞길
별빛이 밝은데도 /뚜렷하지 않는 내 앞길
달빛이 밝은데도 /두려움만 가득한 내 앞길
첨부파일
송인효 - 밤길.wma


태그:#송인효, #풀무농업고등학교, #기숙사 생활, #기타, #작곡작사 노래 '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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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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