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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로봇을 만들어 상도 수차례 타고, 친구도 많아 활달했던 청년 김주현. 스물여섯의 청년노동자가 삼성반도체 천안탕정공장에 입사한 지 1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오열하던 유족들은 진실을 덮으려는 삼성과 삼성을 비호하고 나서는 경찰, 노동부의 행태를 보며 분노하고 있다.

 

<관련기사 : 삼성 입사 1년만에...스물여섯 청년은 왜 몸을 던졌나>

 

고 김주현씨가 사망한 지 59일째인 3월10일 고인의 누나 김정씨(29)를 인터뷰했다. 주현씨의 죽음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비탄에 잠겨 있던 유족들은 삼성이 저지른 폭력에 의해 부친 김명복씨가 쓰러지고, 이모까지 경찰서에 잡혀가는 수난을 겪었다.

 

"주현이가 잠자다가도 밥 먹다가도 호출 받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했고, 복직이 결정됐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요. 그런데 삼성은 거짓말을 늘어놓고 노동부도 그들 편만 듭니다."

 

장례식장을 찾아온 설비엔지니어 동료에게 누나는 물었다. 8시간 3교대로 일한 게 맞냐고.

 

"그 동료가 기막혀 하며 하는 말이, 한 라인에 엔지니어가 두 명인데 어떻게 8시간 할 수 있냐는 거예요. 12시간이 기본이고 더 할 때도 많았대요."

 

김정씨는 동생이 친구도 많고 활달한 성격임을 알고 있었지만 세상을 떠난 후 휴대폰에 300명 이상 지인들 연락처가 입력된 걸 보고 놀랐다. 군복무를 대신해 들어갔던 방위산업체에서도 사회경험을 적지 않게 했을 동생이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삼성반도체공장 내 컬러필터 공정 설비엔지니어들이 일할 때 방진복을 입는 것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계를 보호하려는 것임을 주현씨의 누나는 뒤늦게 알게 됐다.

 

"LG전자에서 제 동생과 똑같은 일을 하던 주현이 친구는 어려서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는데 컬러필터 공정이 너무 힘들고 피부염도 심해져서 그만뒀대요. 주현이도 그랬으면 좋았을 걸..."

 

사망 후 1시간이 지나도록 가족에게 재해소식을 알리지 않고 3일장을 치를 것을 강요한 삼성, 회사의 과실 책임이 담긴 부분을 뺀 CCTV 편집본을 보여주며 속이려다 들통나자 아버지를 모텔로 데려가 돈으로 회유한 삼성. 유족들은 삼성을 용서할 수 없다.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12시간 이상씩 근무하지도 않았겠죠. 이런 일이 생겼어도 큰 힘이 됐을 거구요. 노조를 못하게 하고 짓누른다고 덮일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언젠가 더 크게 터져나올 거예요."

 

삼성을 향한 주연씨 누나의 경고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삼성 본관에서 백혈병 피해 사망자 가족들과 함께 항의하다 삼성이 동원한 사람들에 의해 질질 끌려나왔다. 그는 깨져버린 아들의 영정을 안고 절규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김명복씨는 심장지수가 급격히 올라 심장조영시술까지 받았다.

 

유족들은 고 김주현씨가 겪어온 비인간적인 노동조건들을 삼성이 모두 인정하고, 살릴 수 있었는데 살리지 못한 것, 그리고 아버지에게 폭행을 가한 것에 대해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요구한다. 또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이들의 유족들에게도 사과하라고 말한다.

 

"제 동생이 그렇게 죽은 후에 겪으면 겪을수록 그들이 인간으로 안 보여요. '또 하나의 가족'이니, '무재해사업장'이니 그런 말을 어떻게 할까요? 비인간적이고 뻔뻔스럽고 몰상식하고 부도덕하게 돈으로 권력과 언론을 주무르고, 영업비밀이라며 취업규칙마저 숨기고... 국정원보다 더한 베일을 두른 채 삼성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돈으로 망할 겁니다."

 

삼성은 주현씨가 고인이 된 지 60일이 지난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다. 민주노총은 최근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삼성대책회의를 꾸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신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삼성, #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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