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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택 언론노조 신임 위원장.
 이강택 언론노조 신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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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와 카르타고 전쟁 때 카르타고 한니발 군에게 중반까지 밀리던 로마가 파비우스장군과 스키피오장군의 전공에 힘입어 승리하고 결국 대제국의 터전을 마련합니다. 최상재 전 위원장을 파비우스장군에 비견하고 싶어요. 전 그 기반 위에서 스키피오장군 역할을 하겠습니다."

언론노조 이강택 신임 위원장(48). KBS본부 조합원인 그는 지난 2월 22일 언론노조 대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언론노조 6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대반격의 시대를 열겠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출마한 이 위원장은 "올해와 내년 중대한 정치사회적 일정 속에서 사회적 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20여 년을 월급쟁이로 살았는데 타임오프 때문이긴 하나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로 급여를 받게 된 것 자체가 굉장히 명예롭다고 말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1990년 KBS에 입사해 PD로 일해왔다.

이 위원장은 2003년 KBS의 대표적 시사교양프로그램 '생방송 시사투나잇'을 탄생시켰다. 이어 신자유주의체제 본질을 폭로하는 다큐들을 잇따라 만들었다. 그는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남미 전역의 지지를 받은 차베스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도전과 승리 가능성을 점친 '신자유주의를 넘어-차베스의 도전'을 KBS 스페셜에 올렸다. 또 국민이 광우병에 대해 거의 인식하지 못하던 2006년 '얼굴없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보고서'를 제작했다. '나프타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은 한미FTA 국면에서 교육자료로 활용돼 수많은 시청자와 국민들을 일깨웠다.

KBS는 나프타와 광우병 문제를 들춰낸 그에게 더 이상 프로그램을 주지 않았다. 이어 이병순 사장 체제였던 2008년에는 '시사투나잇'을 폐지했다. 프로그램 기획이 좌절되고 꺾일 때면 그는 전국을 돌며 강연을 했다. 최근에는 수원연수원으로 유배돼 행정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KBS에서 20년 일했다는 것은 국민이 낸 수신료로 제 생활비용을 충당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회 여러 분야 현장들에서 분투한 동료, 선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 국민에게 빚진 마음이 있습니다."

"과거 KBS노조가 언론노조를 탈퇴해 기업별노조로 가면서 정권과 그 낙하산 하수인사장들에게 굴종하고 타협하는 것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어요. KBS 노동자들은 사원행동을 만들어 투쟁했지만 법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노노분열의 위험을 무릅쓰고 새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죠."

지난해 여름 국민 지지 속에 한 달 간 전개한 파업은 KBS 노동자들이 시민권을 얻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이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새노조가 아직 KBS 전체를 주도하며 공세적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KBS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KBS본부를 '어린 비둘기가 고갯마루를 넘지 못한다'는 뜻의 바둑용어 유구미월령幼鳩未越嶺에 비유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전임 최상재 위원장과 자신을 로마군에게 승리를 안긴 파비우스장군과 스키피오장군에 각각 비유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전임 최상재 위원장과 자신을 로마군에게 승리를 안긴 파비우스장군과 스키피오장군에 각각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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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신임위원장으로서 그는 언론노조 조합원들에게 "속된 말로, 쫄지 말자"고 격려했다. 일단 쫄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밀리게 되는데 우리는 지금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는 것.

"저들은 항상 자신들이 계획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이뤄질 것처럼 우리를 비관하게 만들고 두렵게 만들고 분열시켜 지배합니다. 언론의 위기와 언론노동자의 위기는 구별돼야 해요. 조중동종편은 무한경쟁 속 개별 언론사의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위기는 이런 상황을 조장하는 정치권력과 자본에 의해 오는 겁니다."

이강택 위원장은 "본의는 아니었으나 세상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인양 자본의 논리를 끝없이 퍼뜨리며, 노동형제들의 사안과 투쟁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왜곡하고 고립시키는데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민주노총을 향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은 언론노동자들을 올곧은 언론인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반민주, 반노동정권"이라면서 "객관 정세로 보면 이미 사회경제적 모순이 극대화됐고, 구제역과 전세대란 등으로 인해 저들은 수습불능의 통치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택 위원장은 "권력과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언론 독립성을 찾는 것이 정권교체로 가는 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언론노동자들이 보도투쟁을 통해 민주노총과 함께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향후 2년 안에 의회권력을 장악해 전체 정치권력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고, 이는 곧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저들은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정치권력을 활용해 우리 사회를 퇴행시켰습니다. 한국사회 새로운 지형을 창출한 시기를 앞두고 진짜 용맹정진하기 위해 선방에 들어가기 전 분발심을 낼 때입니다. 되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강택 언로노조 위원장은 언론노동자들이 올바른 언론인으로 서서 향후 2년 내 의회권력을 바꿔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강택 언로노조 위원장은 언론노동자들이 올바른 언론인으로 서서 향후 2년 내 의회권력을 바꿔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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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신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민주노총, #언론노조, #이강택,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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