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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금) 아침 7시 나는 평소하는 대로 현대차 울산공장 구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호소하며 1인 시위를 했다. 이날은 서울 조계사 마당 한 쪽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이상수 지회장이 단식 들어간 지 10일 째 되는 날이었고, 비정규직 노조 두 조합원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옆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 시작한 지 7일 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울산 온다네. 오전 11시경 현자노조(정규직노조)와 간담회 하고 오후 2시경에 시내서 토론회 한다고 하는데 같이 가보자"

 

구정문 앞에서 가까운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아침 출근시위를 했는데 그 중 한 대의원이 정보를 알려 주었다. 나는 1인 시위 마치고 집에서 쉬다 시간이 다 되어 가려는데 장소를 몰랐다. 문자로 그 대의원에게 장소를 물었으나 답이 없었다. 전화하니 꺼져 있었다. 그 사이 오후 2시가 다 되어 버렸다. 늦어 못가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 그 대의원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공장안 천막 농성장에서 눈 좀 붙인다는게 깊이 잠이 들었나봐. 이번주 야간조 출근이거든. 알아 보니까 시간이 오후 4시로 연기 됐단다. 지금 시내 출발해도 안 늦다. 시내 어디서 하는데 거기서 만나자."

 

그곳은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곳이었다. 전화 통화 후 서둘러 시내로 향했다. 토론 모임 한다는 장소로 가보니 70여명이 모여 토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입구엔 민주당에서 만든 민생정책 프리핑이라는 책자가 수십여권 놓여 있었고 한 쪽 옆으로 각 언론사 기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가지고 취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앞 쪽엔 정말 TV나 신문으로만 보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앉아 있었다. 그 주변으로 민주당 일행이 앉았고 왼 쪽으로 비정규직 노조에서 20여명 참석하여 앉아 있었으며 오른 쪽으로 어린이 입을 운영하는 분들 대표단과 상인연합 대표단이 자리잡고 있었다.

 

"10억 들여 건물 지어서 어린이집 하는데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요."

 

어린이집 원장을 한다는 분들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어린이집 운영에 유리하게 정책을 바꿔 달라고 했고 울산의 상인 대표도 상인들 먹고 살기 힘들다며 먹고 살게 해달라 하소연 하였다. 그 분들의 발표와 하소연이 끝나자 비정규직 노조에서 발표할 순서가 되었다. 먼저 비정규직 노조 박민호 법규부장이 일어섰다.

 

"지난해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이후 100여명이 해고되고 고소, 고발된 상태에 있습니다. 저 개인만 보더라도 벌써 60여건이나 현대차로부터 고소고발된 상태에 있습니다. 2003년 노동부에서 101개 업체 1만여 비정규직이 불법파견 판결 내린 지 8년 째 되는데도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현대차를 보면 덩치는 공룡급인데 하는 짓거리는 구멍가게 수준인 거 같습니다. 보통 대표로 소송해서 승소판결 나면 모두 적용 시켜주는 게 관례인데 현대차는 최병승 조합원 개인 문제라며 우리는 이미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 되었어야 할 노동자 신분임에도 현대차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 1야당인 민주당에서 많이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 윤석원 비정규직 노조 사무장이 일어나 발언하였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토론회 하고 있을 때 서울 양제동 본사 옆 광고탑에 올라 불법파견 문제 방치하는 현대차에 항의하는 두 조합원을 15명의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어 강제 진압했고 서초 경찰서로 끌고 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다닌 지 7년이 넘었는데 7년 동안 2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신차 출시마다 현대차는 정리해고를 단행 했습니다. 우리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라고 요구 하는 것 뿐인데 현대차의 탄압은 극에 달하고 있고 지회장 단식에 고공농성을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 깝습니다. 정몽구 회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주시기 바랍니다."

 

윤석원 사무장은 그렇게 발언 한 뒤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4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1.지난 해 12월 7일 야 4당 교섭지원단은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확대 정책을 바로 잡고 현대차 불법파견 파업상황을 평화적 교섭을 통한 해결 방안으로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해서 25일간 진행된 파업을 풀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대한 규체적인 안이나 교섭은 하나도 이루어 짐 없는 상황이고 징계(해고),손배가압류,고소고발만 남발되고 있습니다. 또다시 2월 15일부터 현대차는 징계위 통보를 시작 했습니다. 야 4당 교섭지원단으로서 그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또, 대한민국 대표 야당으로서 대책은 무엇입니까?

 

2.지금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900만을 상회하는 실정입니다. 이정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유권자가 있다면 대한민국 대표 야당으로서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법안과 정책을 내 놓아야 함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비정규직 법안 개악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과 그에 대한 민주당의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3.현대차가 대대적인 불법파견 판결이 났습니다. 고법,대법에서 모두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습니다. 최고의 사법기관인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화 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는 현대자동차에 대해서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이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이미 중재로 해결될 상황은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4.사내하청은 구조상 독립 도급이 힘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엔 1차,2차,3차 사내 하청업체가 산재해 있습니다. 1차보다 2차가 2차보다 3차가 상대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인간차별을 없애고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지회는 이번 불법파견으로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발언할 때 수첩에다 적어가며 곰곰히 듣고 있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발언을 시작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만 생각하면 착잡합니다. 대법 판결까지 무시하는 현대차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대책 특위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 통감합니다. 기업편만 들지말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도 풀어라고 이명박 정부에 거론 했습니다. 위장도급 중지하고 철폐 되어야 한다는게 민주당 입장입니다.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건 차별이 심화되고 양극화 사회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민주당은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 하겠습니다."

 

민주당과의 공식 토론 모임이 끝나고 자유발언 시간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진행중에 말하지 못한 사람 일어나 말하는 시간이었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생존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나도 발언 기회를 얻어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부탁했다.

 

"이런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진행중에 인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요 참 공감이 갑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이고 지금은 백수 입니다. 처자식과 먹고 살려고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에 취직하여 다녔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8시간 노동제가 언제부터 박혀 있는지 모르지만 현대중공업에 그게 안 지켜지고 있어 한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현대중공업 샌딩작업하러 취업을 했었는데 15일 정도 다니다 도무지 힘들어 그만 두어 버렸습니다. 돈은 8시부터 주면서 7시 20분까지 출근하라 합니다. 그리고 청소하고 작업시작 합니다. 밤 8시까지 얼마나 빡세게 돌리는지 손이 2주가 지난 지금도 잘 쥐어지지가 않습니다. 또 퇴직코드란 게 있어서 그게 안풀리면 3년이 지나도 다른 중공업 하청에 취직도 못합니다. 정몽준 의원이 작년에 휴지로 변할 수도 있는 주식으로 번 돈이 500억이랍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차별 너무 심하구요. 노동강도 너무 강합니다. 정몽준 의원 만나면 하청노동자 착취 그만 좀 하라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손학규 대표는 말했다.

 

"정몽준 의원이 제 이야기 들어 주겠습니까? 이런 문제는 집권 후에 시정해야 합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거기 모인 사람들 이야기를 다 듣고 이야기 나눈 후 마지막으로 민주당 존재 이유는 함께사는 세상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내년에 정권 교체해서 좋은 세상 만들어 보자 했다. 그렇게 이 날 토론 모임은 끝났다.   

 

그 모임이 끝난 후 집에 오면서 나는 씁쓸한 여운이 남았다. '먹고 사는데 걱정없는 정치인인 그분은 지금 정리해고 10개월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박함을 이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족과 함께 먹고 살아야 할 걱정을 매일 해야 하는데 정치인은 내년에 집권당 꿈을 꾸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태그:#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정규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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