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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배출한 최초의 환경미화원 출신 국회의원인 홍희덕 의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2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등 의회 안팎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 투쟁현장에 맨 먼저 달려가 격려하며 사태 해결에 나서는 홍희덕 의원을 민주노총신문 <노동과세계>가 인터뷰했다. 홍 의원은 민주노총이 2012년을 앞두고 올해 전격적으로 정치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진보정당 대통합을 강력히 압박하라고 강조했다. - 기자말

 

- 201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소감과 최근 근황은?

"이명박-한나라당정권에 의해 지난해 말 예산안이 정부 원안 그대로 날치기됐다. 상실감이 너무 크다. 한국 정치현실에서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이 통째로 수구보수세력에게 넘어가면 어떤 패단이 오고 사회 모든 영역에서 뒷걸음질 치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깨닫는 시간의 연속이다.

 

내가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것은, 거꾸로 나머지 능력 있고 많이 배워 지식과 스펙을 쌓은 국회의원들이 못해서지, 내가 잘해서가 아니다.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으로 와서 그저 열심히 노동자들 곁으로 다가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환노위 안에서도 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생각, 노동관, 시각이 모두 다르다. 의원들도 사용자들처럼 노동자를 권력과 자본에 종속된 소모품인양 생각한다. 수평이 아니라 수직적 관계로 보는 마인드가 아직도 많다. 싸우다 보니 한계도 많지만, 오기가 나서 반론도 세워가며 공방을 벌인다. 국회가 열릴 때 말고는 현장을 돌아다닌다."

 

- 2012년을 준비하며 민주노총은 올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많은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외람되지만 저 자신도 민주노총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노총이 투쟁다운 투쟁, 총파업과 같은 위력적 전선투쟁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 삶이 팍팍해져서일까?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노동운동을 옥죄고 전방위적으로 간악하게 탄압하며 대화 자체를 부정하는 노동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책연대 한 축을 만들어 반대편에 세우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내는 노조를 무시하며 대화를 단절한다. 직접행동에 나서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무자비하게 탄압한다. 일부 비정규직 투쟁이 있었지만 그들만의 투쟁으로 돌파할 수 없다.

 

민주노총 전 조직이 충분한 준비를 거쳐 큰 투쟁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2007년 2008년을 거치며 민주노총 투쟁이 위축됐다. 정권 탄압이라는 외부요인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진보정당 분열이 크게 작용했다.

 

조직이던 정당이던 진보진영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12년을 위해 민주노총은 올해 최선 다해 정치사업을 벌여야 한다. 진보정당 대통합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통합을 만드는 것도 2000년 민주노동당 태동을 감안할 때 민주노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역할에 대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노조법 개악으로 인한 개인학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이제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은 정치다.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관심을 가지면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내년을 준비하며 민주노총은 올해 연초부터 진보대통합이라는 과제를 받아안아 기필코 우리 노동자 편에 설 수 있는 정당을 세우는 정치사업을 힘있게 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특별히 중요한 해다. 우리 조합원들에게도 그렇고, 온 국민을 위해서도 그렇다. 민주주의는 계속 후퇴하고 있으며 3년 연속 예산을 날치기했다.

 

2008년 촛불항쟁 때 일반대중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음을 저는 6.2선거에서 분명히 확인했다. 여론조사나 천안함, 대통령 국정지지도 등 여러 가지를 볼 때 과연 야권이 승리하겠나 했지만, 대중은 묵묵히 선거를 통해 심판했다.

 

우리 조합원뿐만 아니라 국민대중은 민주노총이 하기에 따라 2012년 이명박-한나라당정권 심판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제대로 해야 한다. 그 성과를 노동계급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민주노총 조직이나 진보정당들이 정신 못 차리고 갈라져 있으면, 한나라당-이명박정부는 심판한다고 해도 어부지리로 또다른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세력들에게 다 내주고 만다. 우리가 주변부 소수로 밀리게 될 절대절명의 위기다.

 

민주노총 조직이 어용노조 탈을 벗기고 87년부터, 아니 그 전 박정희 독재부터 전태일정신으로 무장해 수많은 열사들이 나오고 감옥에 가며, 그 끝에 만들어낸 소중한 진보정당이 소멸될 경우 조직전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골이 송연하다.

 

당도 잘해야 한다. 2012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살아남으려면 기득권과 니편 내편, 자기 욕심을 버리고 대통합해야 한다. 통 크게 단결하는 수밖에 없다. 양당을 압박하고 통합을 추동하는 것이 민주노총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민주노총 80만이 물심양면으로 진보대통합을 도와줘야 한다."

 

- 진보정당 대통합 필요성과 의미를 강조한다면.

"지난해 말 양당 대표가 연석회의에서 연말 통합선언이라도 하자고 약속했지만 무위로 넘어갔다. 정말 안타깝다. 지난 8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도 통합이 시급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통합이 구호에 그치면 2012년 희망이 있을까? 저는 없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치면 교섭단체 내지 크게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20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상태로는 가망이 없다. 노동자들이 모든 것을 다 쏟아 2000년 만든 진보정당이 소멸될 지도 모른다. 민주노총의 수많은 활동가들이 온갖 고민과 노력, 피눈물을 쏟아 만든 진보정당 씨앗이 말라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위기의식을 앞세워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

 

물론 당들의 책임이 더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러 가지 이유와 작은 당위성을 갖고 진보대통합을 논해서는 안 된다. 다 털어버려야 한다. 함께 죽느냐, 다같이 사느냐의 문제다. 민주노총 활동가와 간부들이 실천을 담보로 하는 객관적이고도 강력한 통합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겉으로 봉합만 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다. 진정성 없이 모양만 합쳐 불신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친다면 국민에게 사기치고 노동대중에 더한 죄를 짓는 것이다."

 

- 복수노조시대, 국가고용전략2020 등 다가오는 노동정세와 민주노총 대응에 대해.

"노조법 개정 당시 임성규 위원장과 전 창구단일화를 해도 산별노조에 특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구단일화가 소수 산별노조 교섭권을 심대하게 훼손할 것이 자명했다. 웬만한 사업장들에 차별받는 비정규직이 다 있는데 교섭권을 가진 다수 노조와의 관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수노조를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사용자와 어용노조 담합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민주노총 배제정책에 비춰보면 복수노조 제도를 잘못 도입해 기본권이 훼손될 수 있다.

 

민주노총에서 복수노조 매뉴얼을 잘 연구해서 산별연맹과 노조들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투쟁도 중요하지만 민주노총에게 늘 아쉬웠던 것이 그런 세심한 부분이다. 복수노조가 분명히 우리에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권이 우리 민주노조를 배제하는 만큼 우리 대응이 관건이다. 노동부가 또 구석구석 다니며 어용노조와 사용자들을 교육하고 조직을 흔들 것이다. 철저히 대비하자. 나도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국가고용전략2020은 현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려고 노동을 유연화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막힌 노동정책이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다행이지만 그렇게는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청와대가 전 정부적 관심을 갖고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하며 고민하는 것은 고실업시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지금은 비정규직을 줄이고 노동의 안정화를 꾀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여전히 노동기본권을 배제하고 제약해 노동유연화에만 초점을 맞춘다. '전국민 비정규직화 정책'이다.

 

국민 소비와 정부 뒷받침 없이 어떻게 재벌이 생기는가? 재벌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수백, 수십조 원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놓고 투자와 고용을 외면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과 재벌이 노동안정성을 꾀하며, 공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선도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 민주노총이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전략적 과제, 또 사회적 책무에 대해.

"민주노총의 전략적 과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어떻게 하면 만연한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민주노총이 자신들 문제로 받아안고 실천할 수 있을까? 조합원들이 자신만을 위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최우선순위에 두고 전략적 과제로 세워야 한다.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방점을 찍고 가야 한다. 또 민주노총이 정치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세력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어도 의회 내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도 정치적 뒷받침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

 

또 투쟁하는데 정말 바쁘니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어렵고 힘든,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도 돌아보면 좋겠다. 시설 같은 곳에 버려진 수많은 아이들, 노인들도 우리가 돌봐야 할 사람들이다.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결의해서 그런 곳에도 찾아가고, 계획을 잘 해서 어려운 시설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면 좋겠다.

 

이명박 정권에게 미운 털이 박혀서 어려워진 단체들도 많다. 사실 그동안 그런 활동은 없었다. 나는 그런 것도 민주노총이 해야할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꼭 사용자에게만 요구하지 말고 우리도 그런 것에 기여하자. 사회적 책무라는게 그리 거창한 것만이 아니다. 작은 곳부터 관심을 갖고 돌보면 좋겠다."

 

- 민주노총 조합원과 국민대중에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그리고 국민대중 여러분, 이명박-한나라당정권은 독재정권, 반민주정권, 부자정권, 기득권정권이다. 그들이 근래 들어 부쩍 서민과 공정사회를 말한다. 당사 외벽에도 '서민이 우선이다'라는 구호를 도배해놨다. 그들이 말하는 서민과 공정은 여전히 사회 윗자리,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부한 기득권들만의 이야기다.

 

한 달 반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는 GM대우 비정규직,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투쟁하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정말 진심어린 격려와 위로를 드린다. 그래도 민주노총만이 이명박 독재정권에 맞설 유일한 조직이다.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단결하며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 내년 양대 선거를 통해 우리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고 주인으로 우뚝 설 절호의 기회다. 내년을 준비하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자. 경험으로 느꼈겠으나 정치세력화에 더 큰 관심을 갖자. 경인년 어렵고 힘들었지만 신묘년 새해에는 늘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건강하시라. 가정에 행복이 함께 하길 소망한다. 올해도 늘 동지들 투쟁하는 현장에서 뵙겠다. 복 많이 받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오프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민주노총, #홍희덕, #민주노동당, #진보대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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