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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가 파업했다. 19일로 13일째란다. 아는 동생이 고대병원 간호사로 근무하고 게다가 그 친구가 노조 지도부의 일원이기에 짬을 내어 들렀다. 일종의 지지방문이었는데 그 친구는 고대 구로병원으로 출정식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얼굴을 보니 약간은 초췌해 보였지만 웃는 모습에 안심이 된다. 그 친구는 떠나고 로비를 둘러보았다. 파업을 했어도 알아주는 대학병원이라선지 아직까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단지 로비 곳곳에 붙어있는 여러 가지 구호들이 적혀 있는 현수막과 보드판 그리고 사진들이 파업의 진정성을 알리고 있었다.

로비 앞 유리 문 앞에 보드판
▲ 주말엔 가족과 함께 로비 앞 유리 문 앞에 보드판
ⓒ 박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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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충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조 전임자 현원 인정, 2.5% 임금 인상' 이것이 고대의료원지부 노조가 내건 요구안이다. 고대의료원은 그동안 엄청난 돈을 들여 건물을 증축하여 병상을 늘리고 최신형 의료기구들을 외국에서 도입하는 외연확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만큼 부족한 전문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오히려 비정규직 인원을 정규직화는 하지 않고 이 부서 저 부서로 돌리다가 자르는 일을 자행하여 부족한 인원을 더욱 부족하게 만들었다고 만나서 얘기 나눴던 노조원이 말한다.

한 노조원이 앉아있는 모습
▲ 고대의료원 로비 안 농성장 한 노조원이 앉아있는 모습
ⓒ 박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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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병원을 거대한 공룡으로 키우겠다면서 뼈와 살을 채우지 않겠다는 말이다. 뼈와 살이 부족한 공룡은 얼마 가지 못해 쓰러지고 만다. 로비 왼편에 의자들로 막아서 경계를 표시해 농성장, 그 왼편에 '돈보다 생명을'이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치유해야 할 병원이 돈을 밝힌다면 참 끔찍한 일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병원은 아프면 빈부여하를 막론하고 그곳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돈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왜 그리 많은 걸까?

방금 막 노조원 중 한명이 사다리를 타고 농성한 날짜를 13일째로 바꾸고 내려왔다.
▲ 농성 13일째 방금 막 노조원 중 한명이 사다리를 타고 농성한 날짜를 13일째로 바꾸고 내려왔다.
ⓒ 박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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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들과 함께 승강기를 타고 1층에 내려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명운동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가 여러 사람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이명박 정부를 탓하냐고? 올해부터 노동부가 시행하는 타임오프제는 노조의 원활한 활동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고대의료원 노조 또한 이 제도로 인해 노조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전한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처우가 비정규직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병원의 직접 관련된 업무 외 다른 활동은 업무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노조 지도부의 노조활동 자체를 병원 업무로 쳐 주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수당이 없다.

거기다가 파업 13일째가 넘어가는데도 공중파 3사를 비롯한 그 어떤 메이저언론사 아무도 눈여겨 볼 생각을 안 한다. 그 때문인지 사측에서도 협상할 의지를 내보이지 않은 채 콧방귀만 뀐다고 한다. 12일째 되던 18일에서야 겨우 실무협상만 했단다.

'적정인력 충원하라!' 란 글귀가 눈에 띈다.
▲ 1층 구내식당 옆에서 전 직원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적정인력 충원하라!' 란 글귀가 눈에 띈다.
ⓒ 박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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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장애인계)이나 여기나 말 안 통하는 윗대가리들만 있는 것은 어디든 다 똑같나 보다. 고대 의료원은 현재 안암, 안산, 구로 이렇게 3개 지부 전체 5000여명의 직원 중에 2200여명이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태그:#고대의료원 파업, #비정규직, #타임오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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