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1회 웰다잉 영화제> 마지막 날(4일)의 주제는 '죽음은 마지막 성장'이었다. 선정된 두 편의 영화 중 먼저 <잠수종과 나비(2008)>가 상영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전신마비 환자가 된, 프랑스의 유명한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 장 도미니끄 보비. 왼쪽 눈을 빼고는 몸의 단 한 곳도 움직일 수 없다. 머리속에는 무수한 생각이 떠오르고, 감정 또한 이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지만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한다.

 

보비는 자신을 '잠수종'(물 속에 들어가 일을 하기 위해 만든 커다란 종 모양의 물건으로, 잠수복을 입은 다음 이 속에 들어가서 작업을 한다)에 갇혀 깊은 바닷속에 떠있는 모습으로 상상하곤 한다.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왼쪽 눈을 깜빡여 의사소통을 하게 되고, 무려 20만 번의 깜빡임으로 책 <잠수종과 나비>를 펴낸다. 그러나 남은 에너지를 다 써버렸던가, 그는 책 출간 10일 뒤 세상을 떠난다. 그제야 비로소 잠수종에서 벗어나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간 것이리라. 

 

그는 말한다. 침대에 누워 자기연민을 넘어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상상'과 '기억'이라고. 상상 속에서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여인과 행복한 시간을 누린다. 또한 기억 속에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는 자신이 사랑할 수 없었던 여인, 잡지 못한 기회들, 흘려보낸 행복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인생이란 실수의 연속이지만, 많은 나비를 가지라고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다. 나비가 상징하는 여러 이미지들을 떠올리며, 잠수종 안에 갇혀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이어진 영화는 <허브(2006)>.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스무 살 딸과 홀로 그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 두 사람에게는 서로가 세상의 전부다. 비록 일곱살 정도의 지능을 가졌지만 딸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그러는 가운데 엄마가 큰병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는다.

 

장애를 가진 딸의 성장과 죽음을 준비하고 맞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엄마는 딸이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아 노심초사하지만, 딸은 보이게 보이지 않게 자라 씩씩하고 의젓하게 세상을 마주할 준비를 해나간다. 

 

마지막 순간에는 엄마도 그런 딸의 성장을 알고 믿어준다. 그러니 엄마의 죽음을 통해 딸만 철들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역시 그런 딸의 변화를 보면서 성장하고 성숙하게 되어 떠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를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이다. 아픔과 슬픔과 괴로움과 외로움을 온몸과 마음으로 겪어내며 우리의 영혼은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영화 속에 담긴 떠남과 남겨짐, 화해, 용서, 사랑, 감사, 나눔의 경험은 우리 모두를 성장시켜준다. 글을 읽는 것과는 달리 영상을 통해 경험하는, 영상이므로 표현 가능한 장면들을 보며 죽음과 성장에 대해 깊은 생각에 푹 빠졌다 나온 귀한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9/1-9/4, 각당복지재단 강당


태그:#죽음, #죽음준비, #웰다잉, #웰다잉 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