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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의 힘들었던 날들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힘을 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네 명이 함께 한다는 것에 힘을 얻어 우리는 갑니다.

21일차(25일) 도보일지.

07시 기상. 08시 30분 도보시작. 13시 장흥 도착. 점심 식사 후 휴식. 취침 장소 결정 후 도보종료

총 이동시간 6시간. 이동거리 23km

시골의 향기나는 강진에 가다

해남에서 강진으로 향하는 길. 우리는 그동안 많이 걷지 못해 가뿐한 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걷지 않았다는 부담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타임부터 발걸음이 빨라 집니다.

하지만 빨라진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휴식 장소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남에서 강진으로 향하는 국도변은 걸음을 걷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주유소라도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쉴 수 있겠지만 그 많은 주유소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태양빛이 내리쬐는 길 한복판에서 쉴 수도 없는 터. 우리는 아무말 없이 그저 갈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강진 도착. 두 시간여 동안 우리가 쉼 없이 걸었던 길을 약 13㎞. 도보여행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이 걸었던 길이었습니다.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강진 입니다.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강진 입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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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도착한 강진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시골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는 강진에 우리는 다들 감탄사를 자아냈습니다. 강진 역시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꼼꼼히 둘러 보고 싶은 고장입니다.

22일차(26일) 도보일지.

08시 기상. 09시 도보시작. 14시 장흥 도착. 점심 식사 후 휴식. 17시 30분 친구 도착 후 보성으로 이동. 18시 30분 도보 종료

총 이동시간 5시간. 이동거리 19km

똥 옆에서 자 보셨나요? 안 자봤으면 말을 마세요

역시나 우리는 묵묵히 걸어서 장흥까지 도착했습니다. 오후 2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점심을 먹은 뒤 장흥 '정남진 물축제'가 벌어지는 예향교 밑에서 낮잠을 청했습니다.

쉼없이 장흥까지 약 20여㎞를 걸어 왔기에 다들 피곤함이 밀려 왔는지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자취생 역시도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자꾸 수많은 파리떼들이 꼬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피곤한 나머지 그 또한 개의치 않고 잠을 취하고 말았지요.

약 한 시간 반여의 시간이 흐른뒤 다들 기상을 하고 갈 길을 준비 합니다. 그런데 자취생의 눈에 들어온 한 가지. 자취생이 잠을 청하던 바로 옆에 어떠한 생물의 배설물인지 모를 '똥'이 놓여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다들 박장대소.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자취생. 만약 옆으로 손을 뻗기라도 했다면 '똥'과 함께 잠을 청할 뻔 했습니다. 수많았던 파리들 역시 '똥'의 영향이었지요. 미친듯 웃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취생은 그저 침묵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푸르름이 가득한 그 곳, 보성 녹차밭

'트럭녀' 가 되어 버린 야생마
 '트럭녀' 가 되어 버린 야생마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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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에 사는 우리들의 친구가 차를 가지고 장흥으로 우리들을 데리러 왔습니다. 우리는 친구의 차를 타고 하루 일찍 보성으로 들어 가기로 결정하고 화물차 뒷칸에 올랐습니다.

화물차 뒷칸에 사람이 타서는 안 된다는걸 알지만 부득불의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리고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람의 시원함을 만끽 합니다. 덕분에 뒷칸에 탔던 야생마와 삐삐는 '트럭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보성으로 이동했습니다.

보성 녹차밭. 이 푸르름을 사진 한장으로 남긴 다는게 약간은 아쉽습니다.
 보성 녹차밭. 이 푸르름을 사진 한장으로 남긴 다는게 약간은 아쉽습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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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의 녹차밭. 너무도 유명하기에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그 푸르름은 두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은 말로 표현이 힘듭니다.

드라마 <여름향기>의 촬영지로 한때 많은 관광객들의 각광을 밭았던 보성 녹차밭은 그 당시만큼의 인기는 아니었지만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 본 듯한 녹차밭의 모습. '푸르름 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녹차밭이 너무도 아름다워 우리도 사진한장을 남깁니다.
 녹차밭이 너무도 아름다워 우리도 사진한장을 남깁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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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우리는 조금씩의 힘을 내서 현재까지 온 길만큼 더 가야 하는 울산까지의 레이스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더욱 힘들겠지만 처음 우리들의 마음을 잊지 않으며 그 길을 즐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그:#도보여행 , #청춘불패, #자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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